[기자칼럼] 한의학회 총회 지연의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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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한의학회 총회 지연의 진짜 이유
  • 승인 2004.03.0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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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는 토론과 다르다. 회의를 토론하듯 진행하면 하루도 부족할 것이다. 그러므로 1년간의 사업결과를 점검하고, 향후 1년간의 사업계획과 예산을 심의하며, 회칙까지 개정하는 총회석상에서 안건에 대한 상세한 준비 없이 심의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자칫 대의원들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혼란한 상황이 대한한의학회 평의원총회에서 일어날 뻔했다. 평의원 산정의 기준이 되는 회칙개정안이 분명하지 않은 게 발단이 되었다. 앞서 열린 정기이사회에서는 분과별 분담금을 없애는 대신 연회비를 성실하게 납부하도록 유도하려는 방안의 하나로 연회비를 납부한 회원 40명당 1명씩의 평의원을 산정토록 결정했다. 이 개정안은 총회자료집에 실렸다.

평의원총회에서는 이 개정안을 바탕으로 심의를 진행시키려 하는 순간 감사가 수정안을 들고 나왔다. 기존 개정안에 징계조항 등이 빠져 보충했다는 것이다.

안건을 심의하려던 평의원들은 순간 당황했다. 회원산정방식이 불편한 데다가 무엇을 기준으로 심의해야 하는지 종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의장은 집행부에 입장을 분명히 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집행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듯 회칙 개정의 필요성만 되풀이했다.

우여곡절 끝에 의장과 평의원이 ‘당초 상정안과 다르다면 안건을 다시 상정해야 한다’고 기지를 발휘함으로써 수정안 채택, 연회비납부자 50명당 평의원 1명 선출, 분담금 폐지, 연회비 2만원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원래 수정안에서 약간 달라지긴 했지만 그런 대로 집행부의 의지가 반영된 회칙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집행부는 예정시각보다 늦게 귀가하는 평의원들로부터 적잖이 싫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안건을 왜 미리 준비하지 않았느냐고. 집행부라고 해서 안건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오히려 집행부와 평의원들의 의사진행 솜씨를 인정해야 할 정도로 의사진행 그 자체에는 커다란 문제가 없었다.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정기이사회가 끝난 지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안건을 세련되게 다듬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 표면적인 이유라 할 수 있다.

본질적인 문제는 역시 회비 수납문제였다. 아무리 평가에 반영한다고 겁줘도(?) 걷히지 않자 급기야는 회칙을 개정해 23%에 불과한 회비수납율을 높이려다 꼬인 것이다. 개정된 회비납부방식대로 되지 않으면 똑같은 혼란이 반복될 것은 뻔한 일이다.

이날의 혼란을 단순히 의사진행방식의 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날 대한한의학회 총회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의사진행을 더욱 세련되게 다듬는 것과 함께 회비납부율의 향상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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