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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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 승인 2004.03.0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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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思索상자


이 책은 작가가 자신의 하루하루 일상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을 독백형식의 일기로 엮은 책으로, 고단한 현대인들에게 잠시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여유를 가지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작가 자신이 나무젓가락으로 그려낸 그림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처음엔 아무것도 아닌 듯한 그림들인데도 보면 볼수록 그 묘한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작가는 세상과 소통하는 첫 번째 단계를 ‘흔들림‘이라고 말한다. 세상을 사랑으로 물들이는 따뜻한 흔들림으로부터, 고통과 번뇌에 사로잡혀 갈등하게 하는 매몰찬 흔들림까지 작은 흔들림 하나하나에서부터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내 마음이 타인을 향해 흔들릴 때는 사랑이 싹트고, 세상을 향해 흔들릴 때는 사물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솟아난다. 때로는 흔들림이 불만과 증오를 낳기도 하고, 나와 나 아닌 이들을 불안에 휩싸이게도 한다. 작은 흔들림 하나에서 시작한 감정의 움직임은 사람과 사람을 잇기도 하고 끊기도 한다.

작가가 이 책의 제목에서 흔들림에 집중한 까닭은 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몸부림이라고도 볼 수 있을 듯하다. 작가는 흐린 세상도 내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고 맑은 세상도 내가 살아가야 할 세상에서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에게 주어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자신이 부여받은 하루 스물네 시간을 최대한 아름답게 쓰도록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아주 짧은 글들이지만, 스스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평소 생각해 보지 않던 감정들을 하나하나 그려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

다음은 소제 ‘사랑은’의 일부.
사랑을 달콤하다 표현하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대가 만약 누구를 사랑한다면 자신을 백미터 선수가 아닌 마라톤 선수에 비유하라. 마라톤의 골인지점은 아주 멀리 위치해 있다. 그러므로 초반부터 사력을 다해 달리는 어리석음을 삼가라. 그건 백미터 선수에 해당하는 제비족들이나 즐겨 쓰는 수법이다.

그러나 그대가 아무리 적절한 힘의 안배를 유지하면서 달려도 골인지점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계속적으로 고통이 증대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진정한 마라톤 선수는 달리는 도중에 절망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절교선언이나 배신행위에 개의치 마라. 사랑은 그대 자신이 하는 것이다. 진정한 마라톤 선수는 발부리에 음료수 컵 따위가 채이거나 눈 앞에 오르막 따위가 보인다고 기권을 선언하지 않는다. 그대로 완주하라.

그러나 마라톤에서의 골인지점은 정해져 있지만 사랑에서의 골인지점은 정해져 있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평생을 달려도 골인지점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 사랑은 그대의 한평생을 달려도 골인지점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 사랑은 한평생을 아무 조건 없이 희생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자신의 인생이 너무 아깝고 억울하다면 역시 진정한 사랑을 탐내기에는 자격미달이다. 차라리 사랑을 탐내지 말고 사탕을 탐내도록 하라.

강 현 호 (경북 혜성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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