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92] 藥房謄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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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92] 藥房謄錄
  • 승인 2004.03.0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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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까지 골고루 납약 분배


藥房이란 왕실 전담 의료기구인 內醫院에서 운영하는 內藥房을 가리키는 것으로 內局 또는 藥院이라 불렀다. 내의원은 국왕과 왕실의료를 전담하였지만 그 외에도 연례적인 약재진상과 제조 및 납약을 분배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납약의 종류와 복용법은 『臘藥症治方』에 나타나있으며, 납약에 관해서는 『攷事撮要』에도 그 수량이 기재되어 있다.

다만 이 『약방등록』은 宗親府에서 펴낸 것으로 여러 종친과 公主, 翁主 등에게 약재를 나누어준 내역을 적은 문서이다. 이러한 점에서 내의원의 설비와 인력, 사무규정, 취급약재, 재정내역 등 제반 규정을 실어놓은 『內醫院式例』(제120회 조선왕실의료원의 규정집 - 2002년 8월 12일자)와 구별된다. 이 책의 저작 연대는 미상이나 대략 영·정조대로 추정하고 있다. 또 ‘每年’, ‘每朔’ 등 정기적인 기간이 설정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일정한 형식으로 마련되어 통례적으로 상용하던 기록으로 여겨진다.

본문은 모두 8장에 불과하지만 일부나마 조선왕실 의료기관의 실제 업무와 역할에 대해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藥房稅入秩」에는 稅入할 약재와 그에 해당하는 금액(錢額)이 명시되어 있고, 惠民署朔蔘과 江界蔘 등의 稅入蔘을 분배한 내역이 기재되어 있다. 惠民署朔蔘의 경우, 매달 5냥쭝씩 걷는데, 蔘 1냥은 銅錢으로 16냥씩이므로 합해서 돈으로 80냥을 납입하도록 하였다. 江界稅蔘은 36냥쭝으로 돈 2천8백80냥을 代納해야만 했는데, 앞의 계산식을 따르면 년 5회 납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걷혀진 稅錢의 上納은 戶曹에서 맡아 수송하였다.

「封藥秩」에는 醍호(제호)湯의 정례적인 분배에 대하여 적혀 있는데, 매년 5월에 分封하는 것으로 보아 여름에 더위를 예방하기 위함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 「煎藥封秩」에는 煎藥의 분배에 대하여 쓰여 있는데, 煎藥은 11월에 분봉하였다.

「臘藥封秩」의 경우를 살펴보면, 牛黃淸心元 15환, 抱龍元 15환, 小兒淸心元 15환, 九味淸心元 15환, 麝香蘇合元 140환, 龍腦蘇合元 70환, 千金廣濟元 70환, 薄荷煎 10환, 備急大黃元 3돈, 好合茵蔯元 3돈 등 환제의 분배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박하전은 풍열로 인한 痰盛嘔吐眩暈에 쓰이던 것으로 『납약증치방』에 수록된 가감박하전원으로 보이며, 備急大黃元은 心腹卒痛에 쓰이던 備急元을 말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千金廣濟元은 『납약증치방』에 등장하지 않은 처방으로 아마도 가정상비약을 위주로 분급한 것으로 보인다.

납약은 3명의 有司堂上官宅과 公主, 翁主, 郡主, 縣主방에 골고루 납약을 분배했는데, 분배 대상은 이에 그치지 않고 郎位宅, 劑藥官, 藥色色吏, 庫直, 錄事, 書吏, 都使令, 催役使令, 首奴 등 종친은 물론 종친부에서 일하던 하급관리에 이르기까지 두루 포함되어 있다. 물론 직위와 직책에 따라 분배되는 약제의 종류와 수량은 각기 차등이 있다. 특히 최하급 서리신분인 都使令과 催役使令 각 1명, 그리고 藥色首奴 2명에게까지도 우황청심원 1환, 사향소합원 3환, 박하전 2환을 나눠주고 있어 예상 밖의 내용을 볼 수 있다. 또 정해진 수량에도 불구하고 국왕의 傳敎에 따라 증량해서 배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것은 조선후기 내의원에서 약재의 배급 등을 기록한 문서로 의학사연구의 부분자료로서 활용할 수 있으며 그 자료적 특성 및 가치가 높다하겠다. 또한 납약의 제조와 분배, 사용현황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책의 말미에는 당상관의 서명(手決)이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으며,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발행한 各司謄錄 안에도 들어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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