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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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 승인 2004.02.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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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림은 ‘읽는 것’

이 책에는 이름이나 작품이 너무나 잘 알려진 조선시대 대표화가 9명의 명화 12점(김명국의 <달마상>,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안견의 <몽유도원도>, 윤두서의 <자화상> <진단타려도>,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씨름> <무동>, 김정희의 <세한도>, 김시의 <동자견려도>, 이인상의 <설송도>, 정선의 <인왕제색도>)이 저자의 상세한 설명과 함께 실려있다. 아울러 그림의 배경과 사상 등에 이르기까지 설명이 안간 데가 없다. 그림의 소재가 되는 산과 물, 그림의 색채, 원근, 여백, 시와 음악, 그림을 읽는 법, 보는 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준다.

주마간산으로 보거나 공부해서 잘 몰랐던 내용들도 다수 있다. 미완의 작품이면서 불후의 명작이라할 <자화상>(윤두서)의 옛날 사진도 실려있다. 옛 사진을 보면 지금의 교과서 사진에는 없는 몸부분이 선명하게 남아 있고, 훨씬 어질어 보이는 얼굴에 단아한 분위기를 띠었다.

또 토속미 넘치는 풍속화가 김홍도가 음악의 대가였으며, 빼어난 시인 이었고, 또한 일찍이 평판이 높았던 서예가였다고 한다. 이를테면 詩書畵 三絶에 음악까지 더하여 시서화악 사절이라는 없던 말을 지어서까지 형용해야 할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대한다.

그림은 보고 감상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옛 선비들은 그림을 읽는다고 표현했으며 그것이 더 고차원적인 감상법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 스승에게서 “세한도”를 받은 추사의 제자 이상적은 ‘세한도 한 폭을 엎드려 읽으매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리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歲寒圖一幅 伏而讀之 不覺涕淚交>라는 답장을 올린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림을 ‘읽는’ 것과 ‘보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본다’는 것은 겉에 드러난 조형미를 감상한다는 뜻이 강한데 비하여, ‘읽는다’는 말은 동양의 오래된 書畵一律의 전통을 떠올리게 한다. 글씨와 그림이 한가락이니 보는 방법 역시 한가지로 ‘읽는 것’이 된다.

또 시선의 흐름도 오늘의 가로쓰기와는 달리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진행한다. 옛날의 글쓰기방법대로 감상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할 것이다. 아울러 영상물의 시각의 방향도 그러해야 할 것이다. 전시장에서도 우리전통의 작품들은 우측으로 입장하여 좌측으로 돌아가며 보는 것이 자연스런 방법이라 하겠다.

옛 그림을 보는 법으로는 첫째는 좋은 작품을 많이보는 것이고, 둘째는 자세히 보는 것이며, 셋째는 오랫동안 보고 생각하는 것이고, 넷째는 한분의 고상한 조상을 만나는 기분으로 보라고 한다. 저자의 우리의 문화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자부심을 느낀다.

책을 읽은 후 부록의 도판을 보면 지금까지 보던 작품이 아닌 새로운 느낌의 그림이 거울처럼 눈앞에 펼쳐져 있음을 느낀다.

박 근 도 (서울 상계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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