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91] 本朝醫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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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91] 本朝醫考
  • 승인 2004.02.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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愛憎이 엇갈리는 고대 醫學史의 片鱗

우리의 고대사 사료가 멸실되어 상당 부분 중국과 일본의 기록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사실은 모두가 안타깝게 여기는 바이다. 오늘 소개하는 이 책도 역시 비슷한 감회를 갖게 하는 자료이다. 1663년경 日人 黑川道祐가 펴낸 것으로 상중하 3권 3책의 분량 속에 삼국시대로부터 고대 한국 의학사의 소중한 편린들이 산재되어 있다.

저자는 당시 藝陽 醫官 法眼의 지위에 있었으며, 國史와 舊記 등을 참고하여 醫家의 出處와 術業 및 敍位와 産藥 등의 일을 채록했다고 적어놓았다.

본문에 앞서 弘文院 學士 向陽林子가 지은 서문을 보면, 일본 의술의 유래(本朝之方術所由來)를 설명하면서 大已貴와 少彦名의 醫藥神話로부터 전해진 韓醫의 영향을 피력하고 있다. 비록 언사는 來貢했다고 표현해 눈에 거슬리지만 일본의 國史에 등장하는 기사를 부정하며 피해 갈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삼국시기 良醫를 보내준 사실을 “其後韓醫屢來貢載於國史者可見而知焉”이라 하였고 이어 중세에는 “和丹兩氏, 立家累世, 以揚其聲, 傳名於中華, 馳譽于高麗, ……”라 하여 和氣氏와 丹波氏로부터 중국과 조선(고려)에 명성을 떨쳤다고 자랑까지 늘어놓고 있다.

이어지는 凡例를 보면 여기에 실린 내용이 우리와 무관치 않음을 직감할 수 있다. “위로는 王公으로부터 아래로 庶人이나 佛徒(釋氏)에 이르기까지 의업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도 스스로 실력을 키워 정교한 기술을 가진 자나 의약과 관련한 일에 연계된 사람은 모두 실었으며, 三韓에서 투항하여 귀화한 의원(三韓投化之醫)까지도 모두 채록해 놓았다”고 밝혀놓았다.

본문에서 직접 三國 醫家의 기록을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醫博士有稜陀’조의 백제국 의박사 奈卒 王有稜陀, ‘潘量豊’조의 백제국 採藥師 施德 潘量豊과 固德 丁有陀, ‘釋觀勒’조의 역서와 천문지리서 그리고 둔갑방술서를 전해주었다는 백제승 觀勒이 소개되어 있다. 또 ‘倭漢直福因’은 신라인으로 일본에 投化한 사람으로 의술을 전공하였다고 했는데, 이상은 모두 「日本(書)紀」에 기록된 것들이다.

‘金波鎭漢紀武’는 新羅國 大使로 들렀다가 藥方을 깊이 아는 까닭에 允恭天皇의 질병을 치료하여 크게 효험을 보았다고 「古事記」를 인용하여 써놓았다. 이때가 신라 實聖王 13년(AD 414)으로 일본의 韓醫方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일본 약업의 開祖로 일컫는 難波藥師에 이르러서는 삼국시기 우리 민족이 일본의 의약을 개명시켰다는 표현이 적절하리라.

難波藥師의 遠祖인 德來는 본디 高(句)麗인으로 백제에 귀화했던 인물인데, 일본에 사절로 왔다가 정착하여 후손들이 의술에 능해 ‘藥師’라는 성을 받게 되었다. 훗날 자손들은 이름이 복잡하다 하여 ‘難波’로 바꾸었다는 기록이 「續日本紀」에 전하는데, 이것이 오늘날 오사카 제약업의 모태가 되었던 ‘難波藥師’의 유래이다.

이밖에도 吉田宿녜(녜)書主와 吉田連宜父 등도 백제와 관련이 깊은 인물이다. 특히 宜父는 신라사람 沙良眞熊으로부터 新羅琴 타는 법을 배워 秘曲을 연주했다하니 가야금의 일본인 공식 전수자였던 셈이다.

또 丹波雅忠은 이름난 의원으로 高麗의 后妃가 병환으로 위독하여 雅忠을 보내 달라 요청했는데 일본 조정의 의견이 반반으로 갈리었다. 民部經信이 남의 일이라 하여 결연히 거절하면서 보내지 않았는데, 앞서 允恭이 아플 때 신라에 良醫(金武)를 청하여 신세진 일이 있기로 缺禮가 심하였다. 이때의 상황을 시로써 읊은 것이 있는데, “雙魚難達, 鳳池之浪, 扁鵲豈人, 鷄林之雲乎”라고 했다. 여기서 ‘不達’이라 함은 대개 군신의 의견이 나뉘어 일치하지 못한 모양을 말하는 것이다. 이에 이르러 의학의 역사에도 청산하지 못한 빚이 있으며, 과거의 恩怨이 오늘에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1-1994 (대표)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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