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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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2.2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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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즐기는 전국 맛기행


오늘은 지난번 설 연휴때 있었던 얘기 좀 하겠습니다.
그동안 ‘이상난동(異常暖冬)’이라 하기에 충분할 날씨가 연일 계속된다 싶었는데, 명절에 즈음하여 불어닥친 ‘대한(大寒)’ 추위는 그야말로 ‘명실상부’하였습니다. 결국 아이들과 아내의 볼멘 소리에 귓전이 따가울 것을 감수하고, 저는 감기 운운하며 ‘방콕’을 결정하였습니다. 덕택에 그간 까맣게 잊고 지냈던 지난날의 추억 - 엄동설한에는 구수한 군고구마 향내 맡으며 뜨뜻한 아랫목에서 이불 깔고 엎드려 만화책 보는 것 - 을 20년도 훨씬 지난 시점에 재실행하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웰 빙(well-being)’이라는 시대적 경향 때문일까요? 최근 들어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마시는, 곧 ‘음식’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급격히 많아졌습니다. 언뜻 떠올려도 ‘저우싱츠(周星馳)’ 주연의 ‘식신(食神)’이란 영화를 패러디한 개그 ‘식신 ○도마’,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군침이 돌게 만드는 ‘맛 대 맛’, 궁녀보다는 의녀의 신분으로 더욱 가깝게 다가오는 ‘대장금’ 등의 TV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출근길에 공짜로 얻는 무가지(無價紙)에 연재되고 있는 ‘쿡쿡(Cook Cook)’ 및 지금 소개하는 ‘식객’이란 단행본 만화까지 모두 음식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우리 한의사들만큼 태생적으로(?!)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도 흔치 않을 것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환자들의 치료 목적으로 투여하는 탕제(湯劑)는 은(殷)나라의 재상을 지낸 ‘이윤(伊尹)’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 ‘탕액경(湯液經)’을 저술했다는 그는 전직이 다름 아닌 요리사였으니까요. 또 거창하게 ‘의식동원(醫食同源)’, ‘약식동원(藥食同源)’ 등의 구절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학창시절 줄기차게 외웠던 약성가(藥性歌)로 인해, 또 형색기미(形色氣味)에 따른 약재 판별법 덕분에 우리들 모두는 이미 ‘대령숙수(待令熟手)’ 뺨칠 정도의 자격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아무튼 저는 연휴기간 내내 총 5권의 단행본으로 나온 ‘식객’을 옛 학창시절의 자세로(?!…) 즐겁게 보았습니다. 만화에 정통한 사람들은 ‘식객’이 만화의 천국 일본에서 나온 ‘맛의 달인’이나 ‘미스터 초밥왕’ 등의 요리 만화와 비슷하다고 지적하지만, 저는 우리 나라 음식 - 쌀·고추장 굴비·부대찌개·김치·고구마·아롱사태·청국장·콩국수·삼계탕·매생이·탁주 등등 - 을 대상으로 우리 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알맞은 이야기를 적절히 풀어 넣은 까닭에 우리 나라 음식 만화의 전형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맛의 협객’임을 자처하는 주인공 성찬과 함께 전국 방방곡곡의 우리 먹거리를 만나는 재미가 무척 쏠쏠했거든요.

5일간의 ‘방콕’ 휴가 덕택에, 그간 서울 촌놈으로 지내왔던 아이들이 돌연 ‘맛 기행’을 요구합니다. 비용이 좀 들더라도 다음 주엔 처자식들에게 ‘매생이 국’의 참 맛을 느끼게 해줘야 될 것 같습니다.

안 세 영(경희대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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