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전면수정’·‘원칙고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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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전면수정’·‘원칙고수’ 갈림길
  • 승인 2004.02.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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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자격 추가 심사, 파문 예상
관련자 처벌·복지부 문책 따를 수도


제4회 전문의 합격자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전면수정’과 ‘원칙고수’ 주장이 막판으로 치달아 어느 쪽으로든지 곧 결말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

형식상 전문의시험에 응시한 전공의의 자격 여부를 좀더 명확히 검증하기 위한 한의협의 추가 자료 요구와 이에 대한 반발이라는 두가지 양상을 띠고 있지만 이를 단순히 ‘지연’으로만 바라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즉, 이제까지 한의계가 내부갈등을 겪어 왔던 전문의 문제가 ‘전면수정’이냐 아니면 ‘소수전문의’의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냐는 기로에 선 것이다.

전문의시험 응시자에 대한 자격 심사에 들어갔고 결과 여부에 따라 전체 한의계에 심각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돼 전문의제도에 큰 영향을 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개원한의사들에게 전문의자격시험 응시기회를 부여하라는 개원가와 한방병원 수련을 고집하고 있는 학회간에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이번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 중 상당수가 자격미달로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될 경우 1, 2, 3차 전문의자격 취득자에 대한 자격여부가 다시 논란이 될 것”이며 “나아가 시험을 주관한 한의협이나 복지부 관련자도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방병원 입원환자가 특정질환에 편중돼 있고, 외래 환자도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전공의 당 과목별 환자 관리 실적이 한의사전문의 관련 규정에서 정한 기준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임상케이스가 부족한 상황에서 학술논문이 아닌 임상논문은 채워지기 어렵다는 게 관련자들의 말이다.

내과의 경우 1, 2, 3년차 동안 연차별로 외래환자 70명, 3년차에는 퇴원환자 70명을 관리한 임상실적이 있어야 한다. 물론 한방병원은 내과환자 비중이 높아 소규모 한방병원을 제외한 대학부속한방병원에서는 충분히 임상관리 실적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1년차 외래 30인, 2년차 50인, 3년차 100인인 소아과나 2, 3년차 각 외래 200인, 1, 2, 3년차 퇴원 환자 관리 수가 20인인 안·이비인후과의 경우 현실성이 있느냐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환자관리 실적은 전공의 수와 의료보험 급여 청구 건수를 비교하면 쉽게 파악된다.
기준을 맞출 수 없는 수련한방병원에서 3년간 수련을 했으나 전문의시험 응시자격이 부여되지 못할 경우 1차 책임은 병원장에 돌아가게 되고, 이를 관리하지 못한 한의협이나 복지부는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 심할 경우 개인은 공문서 위조까지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원협은 지난 해 1월 제3회전문의 시험과 관련해 응시자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면서 “적합하지 못한 사람에게 응시자격이 주어졌을 경우 해당자는 허위공문서 작성으로, 해당학회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처하겠다”고 밝혔었다.

결국 전문의 수련기준과 수련한방병원의 실정이 괴리돼 있을 경우 전공의 수 등 현 수준에서 한의사전문의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처음부터 판을 다시 짤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한의학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양방식 전문의 제도를 그대로 답습해 입원환자 관리 중심의 전문의수련 제도가 낳은 결과”라며 “현 방식대로 전문의제도를 계속 끌고 갈 경우 수련한방병원으로 지정될 수 있는 곳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며, 8개 과목 중 일부과목은 수련의를 뽑지도 못하는 형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제4회 전문의시험 합격자 발표 예정일이었던 5일, 응시자격확인서를 16일까지 제출하라는 결정이 내려지자 응시자들의 강한 반발이 뒤따랐다. 학술활동확인서와 거의 유사한 응시자격확인서를 제출하라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특히, 그사이 군에 입대한 응시자들은 한의협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나 한의협은 “시험시행과정에서 문제된 것이 확인됐으면 바로잡는 것이 원칙이고 일단 넘어가고 보자는 식이 반복될 경우 더욱 큰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관련 서류의 교차 점검을 통해 응시자격여부를 철저히 가려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회 전문의시험 합격자도 1월 25일 발표예정이었던 것이 3월 7일에서야 발표되는 해프닝이 벌어졌었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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