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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원식 선생의 왕성한 활동, 지금도 후배 한의사들 귀감”
배원식 선생 제자였던 이종안 원장(배원식한의원)
2019년 01월 17일 () 07:11:07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한의사협회 설립 초석 비롯해 한의학회, 국제동양의학회 창설 앞장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지난 12일은 고 배원식 선생의 작고 13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배원식 선생의 제자이면서 현재도 그가 진료하던 한의원을 계속 운영하는 이종안 원장(배원식한의원)을 만나 배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배원식 선생이 사용하던 책상에서 현재도 진료를 보고 있다는 이종안 원장.

이 원장과 배원식 선생의 연은 지난 1995년으로 올라간다. 당시 한의대생이었던 이 원장은 배 선생을 비롯해 당대 최고의 한의사들이 모인 세미나 자리에 참석하게 됐다. 그 자리에서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눈을 떴다는 그는 배 선생의 강의에 매료돼 한달 여 동안 매일 배 선생의 한의원으로 직접 찾아가면서 연이 시작됐다. 현재 한의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진료실 구조, 책상 등은 1940년대 배 선생이 사용하던 것들을 그대로 쓰고 있다고 한다.

그는 “際光(제광) 배원식(1914~2006) 선생은 대한한의사협회의 설립에 초석을 놓은 인물 중 한 사람”이라며 “30세의 젊은 나이에 박호풍, 김영훈, 박성수 등과 함께 한의사들의 모임인 ‘의생협회’에서 ‘동양학관’이라는 강습소를 만들었다. 이들은 6.25사변에 따른 1.4후퇴로 피난지 부산에서 부산 주재 한의사들과 힘을 모아 천신만고 끝에 국민의료법을 통과시켜 이 땅에 한의사제도를 탄생시켰고 그 후 서울한의과대학(現 경희대한의대)을 설립하는데 일조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의계 3대 거목으로 칭송받는 배 선생은 근·현대 한의학의 대명사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며 “불임을 비롯한 부인과 질환과 각종 난치성 질환의 명의임은 차치하고라도 한의사, 한의학자, 교수, 민간외교관, 한방임상전문잡지 발행인 등 몇 개의 단어로 집약해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업적을 이루어 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배 선생이 한의학과 한의계에 남긴 업적은 너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으로 현대 한의학의 학술적 토대 마련과 한의학의 세계화, 한의학 수호, 장학사업 및 사회사업 등을 들 수 있다”며 “그 중 하나가 한방의학 월간지 ‘醫林(의림)’지의 창간이다. ‘의림’지는 배원식 선생이 한의학중흥의 기치 아래 1954년 창간, 이후 51년간에 걸쳐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한국한의학의 역사와 임상연구 논문 등을 담아낸 한의계 대표적인 학술지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한국 한의계에 학술연구단체가 전무함에 안타까움을 느껴 ‘의림’지에서 주최한 학술좌담회를 주도하던 맹화섭, 이종형 선생들과 함께 1956년 현재의 대한한의학회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동방의학회를 창립했다”며 “이후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동방의학회와 의림사를 통한 임상학술좌담회를 지속적으로 개최, 정례화 시키며 학술적인 연구가 미미하던 시기에 한방임상교육과 토론문화를 이끌어 내고 특히 당시 한의계에서는 이단으로 여겨지던 권도원 선생의 8체질 강의를 실시하는 등 한의학의 학문적 풍토를 쇄신하는 한편 학술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제2차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에 참석한 배원식 선생과 관계자들.

덧붙여 “또 1970년에는 한국 동양의학회를 조직, 회장에 피선됐으며, 이듬해 제1회 아세아동양의학학술대회를 주재, 일본-태국-홍콩-싱가폴-대만 등 세계 10여 개국에서 수 백 여명의 한의학자들이 참가하는 등 한국 한의학의 위상을 크게 제고시키며 국내 의학계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며 “특히 한국동양의학회는 이후 국제동양의학회에 가입과 함께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한의학의 세계화에 기여를 하고 있다”고 내세웠다.

배 선생은 ‘의림’지와 같은 해 창간한 일본의 ‘한방의 임상’지와 1955년 처음으로 국제교류를 시작했고 ‘한방의 임상’지 발행인이던 矢數道明(시수도명) 先生과 한일 양국의 한의학 중흥을 위한 도원결의를 맺게 되는데 이러한 인연은 국제동양의학회의 근간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는 “한의학의 세계화와 관련된 배 선생의 중요한 업적 중 하나는 바로 제3회 국제침구학술대회의 유치를 성사시킨 일이라고 할 수 있다”며 “1964년 10월 배원식 선생은 일본 동경으로 건너가 다음 해 개최 예정인 제1차 국제침구학회의 대회 조직부장인 목하청도(木下晴都)를 만나 한국 측 한의사를 초청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 이듬해인 1965년 10월 18일 제1회 대회에 권도원(權度沅), 진태준(秦泰俊) 등과 함께 초청되어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배원식 선생은 국제동양의학회를 창설하고 1976년에 일본동아의학협회 고문, 서울에서 개최된 제1회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ICOM) 대회장, 1999년에는 국제동양의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의학을 국제적으로 알리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며 “한의학이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한 축임에도 기념일이 없음을 안타깝게 여기던 배원식 선생은 대한한의사협회장 시절인 1968년 ‘한방의 날’ 행사에 대한 논의를 시작, 국민의료법공포일인 9월 25일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정부 관계자 및 내외 귀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기념식을 개최했다. 또 ‘한방의 날’을 맞아 무료진료를 실시하는 등 국민들에게 한의학의 위상을 제고하는데 노력을 경주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방교육사업과 후진양성에 힘쓰던 배원식 선생은 1960년 동방장학회를 설립, 장학사업을 실행해왔으며 1998년에는 한국동양의학회장학회를 설립, 이전까지 경희대한의대생 위주로 수 명에게 지급하던 장학금을 전국 11개 한의과대학으로 대폭 확대, 매년 11명의 우수 학생들을 대학총장의 추천을 받아 선발, 장학금을 수여했다”고 전했다. 이어 “장학사업에서 가장 주목할 만 것은 공산권 국가와 공식수교가 이루어지기 전인 1983년 고려인 3세 소련 의사로써 당시 불가리아 대통령 주치의로 소피아에 파견 나와 있던 오한도 박사와의 만남을 인연으로 공산권 국가 동양의학계 의사 및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며 한의학을 소개하고 한의학 수업에 입문하게 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배원식 선생이 작고하신 지 13년이 흐른 지금도 한의계에서 이제 막 한의사의 길로 접어든 신진 한의사들의 입에서조차 선생의 이름이 회자되고 있음은 아마도 ‘한의계에 큰 어른이 없다’고 아쉬워하는 회원들이 많은 요즘 배원식 선생이 한의계에 남긴 유산이 너무도 크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의학에 대한 열정과 후학에 대한 관심, 난치병에 대한 도전 등으로 보아 배원식 선생님은 이 시대의 허준으로 추앙받아도 부족함이 없는 분”이라며 “‘진실로 임상에서 체험하고 터득한 것을 거짓됨이 없이 전해야만 그것이 바로 올바른 강의이며 또한 책을 저술할 때도 추호도 거짓이 섞이지 않은, 내가 임상에서 직접 체득한 경험을 글로 실어야만 한다’는 의학관을 가진 배원식 선생의 13주기를 맞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후배 한의사들은 배원식 선생을 존경하며 그리워하고 있다”고 회상했다.

배 선생의 유훈은 ‘사학동인(斯學同人) 여러분 제(弟)는 먼저 갑니다. 제언(諸彦)님들은 끊임없이 한의학발전에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였다.

이 원장은 “한의계와 한의학에 대한 그의 남다른 애정은 마지막으로 남긴 유훈에도 그대로 담겨있다”며 “배 선생의 한의계를 위한 왕성한 활동은 지금도 여전히 후배 한의사들의 귀감이 되고 있고, 그가 남긴 무수한 업적들은 한의계 인프라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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