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한의사 그대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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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한의사 그대가 희망이다
  • 승인 2004.02.1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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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지나고 우수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조금씩 조금씩 봄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두터운 외투 또한 봄기운에 밀려난 듯 점점 얇아지고 있다.

양의 기운은 한의계에도 밀려오고 있다. 조류독감이라는 찬바람이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에서도 인위적인 사육방식을 반성한 탓인지 자연친화적인 먹거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고양되고 약에 있어서도 화학약보다 자연에서 채취한 약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여론이 움직이고 있다.

슬로우푸드운동이나 유기농 농산물의 선호, 마음다스리기가 웰빙분위기를 타고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치료에 있어서도 부분적인 진단, 즉각적인 치료, 부작용이 많은 치료보다 전체적인 진단, 장기적인 치료, 부작용이 없는 치료의 가치를 서서히 인식해가는 방향으로 환자들의 의식이 바뀌어가고 있다.

이런 사조의 변화는 한의계의 입장에서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다름 없다. 그 가치는 수백, 수천억원의 홍보비를 들여서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버금간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기회는 노력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법이다. 아무리 좋은 기회가 오더라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이용할 줄 모르면 신기루와 같다. 공연히 자신의 학문에 우월감만 커져 공허감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혹시나 한약재에 중금속이 검출되었다는 보도라도 나오는 날에는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듯 모든 한방의료기관이 울상을 지어야 할지도 모른다. 한의계에는 이렇듯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

이번에 배출된 853명의 새내기 한의사는 한의계에 가로놓인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기회로 볼지 아니면 위기로 볼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제도적 현실적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더라도 사회적 흐름은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흐름을 내 것으로 만드는 나 자신의 역량이 문제될 뿐이다. 설령 외적인 문제라 하더라도 나의 학문적 소신과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여하한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은 젊은이가 창조한다. 샘솟는 젊음이 시대를 열어간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다. 한의계도 예외가 아니다. 젊은 한의사의 생각 여하에 따라서 한의계는 젊어지기도 나약해지기도 한다.

어렵게 입학해서 어려운 공부를 마치고, 경제마저 어려운 시기에 입문한 새내기 한의사들에게 이상적인 행위를 하라고 주문할 생각은 없다. 다만 경쟁 속에 뛰어들되 젊은이다운 정신만은 견고하게 간직하길 기대할 뿐이다. 이는 새로운 시대의 주인이 되기를 염원하는 선배의 간절한 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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