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분과학회가 바로 서야 한의학이 산다(5·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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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분과학회가 바로 서야 한의학이 산다(5·끝)
  • 승인 2004.02.1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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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 지도력과 회무생산성은 비례한다
운영기술 연구는 대한한의학회의 몫


□□□ 연재순서 □□□
1) 프롤로그 - 왜 분과학회인가?
2) 무엇이 문제인가?
3)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4) 인접단체는 어떻게 하나?
5) 분과학회가 발전하려면?


5) 분과학회가 발전하려면?

지난해 말 현재 대한한의학회에 등록된 정회원학회는 28개다. 올해 정회원학회 가입을 신청한 학회 2개가 인준되면 30개로 늘어나게 된다.

반면 준회원학회는 현재의 10개에다 가입을 신청한 학회 3개를 포함하면 최대 13개에 이를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정·준회원학회는 40개가 넘게 된다.

대한한의학회 산하 분과학회의 숫자는 131개에 이르는 양방 학회에 비교하면 비교적 적지만 회원숫자 대비 학회 수는 양방보다 결코 적지만은 않다.

분과학회 회원 수와 예산의 규모 등에서도 임계규모이상의 외형을 자랑하는 학회가 많고, 또 많아지는 추세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외형적 규모는 한의사의 배출인원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커지는 게 일반적이어서 논의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얼마나 내실 있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 문제는 외형보다 내실

학회 발전에 있어 규모의 중요성이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안 되는 일도 많다. 외형이 크면 다양한 회원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어 결과적으로 원심력이 일어나 분과학회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간·심·비·폐·신 5개 교실이 하나의 분과체제내에 편재되어 있는 내과학회 같은 경우 규모에 비해 기동력이 떨어진다. 교실별로 회장이 교체되면서 교실간 동질성은 더욱 악화된다.

심계내과교실에서 중풍학회가 떨어져나온 것도 학회내 원심력이 작용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원심력이 강화되면 학회 구성이 자유로워지는 반면 학회가 난립하는 반작용도 커진다.

여기에 더해 분과학회 중 대학중심으로 운영되는 임상학회는 학술지를 통한 질 높은 연구활동에 치중한 결과 개원가의 활동과 연계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이런 학회는 외형적 규모는 큰 데 비해 참여하는 회원은 소수 전공의 중심으로 제한돼 개원가와 더욱 멀어지게 된다.

반대로 개원가에서 선호하는 전통적인 임상기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학회는 개원가의 선호도가 높아 회원 수는 많지만 학술지를 통한 발전이 없어 학문적 기여도 측면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는 경향도 있다.
그밖에도 분과학회 앞에 가로놓인 문제들은 많다.
그러면 바람직한 분과학회를 만들려면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까?

◆ 뭔가 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분과학회를 발전시키는 요인을 꼽으라면 제일 먼저 언급하는 분야가 회원의 자발성이다. 분과학회에서 일을 해본 사람은 한결같이 스스로 하려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좋아서 참여하다보면 학문에 대한 애착이 생겨 참석률이 높아지고 재정이 튼튼해짐은 물로 연구하는 분위기까지 고양돼 전체적으로 분과학회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 집행부의 리더십

회원의 자발성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집행부의 리더십이 없으면 회원의 자발성은커녕 모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체로 활성화된 분과학회는 공통적으로 회장이하 집행부가 열의가 있으며, 목표가 분명하고, 열심히 직책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원로의 존재도 이런 분위기 조성에 기여한다. 또한 회장, 감사 등 임원의 선출과정에서 회원과 일체감을 가지면 이후 회무생산성이 비례해서 높아진다는 견해도 있다.

분과학회에의 참여는 단순히 개인의 희망이나 리더십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개개인이 열의와 지도자의 능력만을 주장하게 되면 주관적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주관적 가치 못지 않은 객관적인 가치가 강조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활동하면 할수록 질병을 보는 노하우가 생겨 임상능력이 배가된다면 학회활동을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참여자가 활동으로 인해 얻는 것이 있어야 참여동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지 막연히 논문 게재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굳이 참여할 동기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논문발표가 주가 되는 학회일 경우 각종 학술행사장에서 발표되는 학술논문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지적해주면 학회활동에 구심력을 형성할 수 있다. 이런 기본적 바탕이 깔린 상태에서 리더십과 개인적 열의가 결합되면 그야말로 이상적인 분과학회로 나아갈 수 있다.

◆ 조직방법·운영기술도 연구대상

분과학회는 저절로 발전하지 않는다. 처음 발족될 당시의 취지에 맞아야 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회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학술적인 충족과 함께 기술적인 측면에서 연구가 뒤따르면 금상첨화다. 조직일반이 갖는 보편성과 학회조직이 갖는 특수성을 감안해 가장 현실적이고 타당한 조직방법과 운영방식이 강구돼야 한다는 뜻이다. 잘되는 분과학회는 이런 조직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한의계 내외 혹은 국내외의 잘되는 분과학회의 모델을 다양하게 수집해서 한의 분과학회에 맞는 조직과 운영방식을 개발해내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회원만족도가 한결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이런 과제를 해결함에 있어 분과학회 상위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소프트웨어인 학술 그 자체는 분과학회의 몫이지만 하드웨어라 할 수 있는 행정적, 기술적 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은 대한한의학회와 한의협, 나아가서는 대학에 있다. 한의계는 이 부분에 너무 소홀히 대처해왔다. 이 일만 잘하면 ‘중앙학회가 분과학회에 해준 일이 뭐가 있느냐’는 항의를 받지 않을 것이고, 결국 분과학회 분담금 문제를 비롯한 기타 여러 난제를 수월하게 풀 수 있을 것이다.

분과학회와 대한한의학회는 순치관계다.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불편한 관계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 없어도 그다지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언제쯤에 서로의 존재를 필요로 할까. <끝>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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