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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명소기행 05]산수유 마을의 색다른 단풍
소재지: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일원
2018년 11월 23일 () 06:00:55 안상우 mjmedi@mjmedi.com
   
 

참으로 오랜만에 가을을 찾아 나섰다. 하룻밤 낫선 곳에서 지내는 것에 불과해서 딱히 무어라 지칭하진 않았지만 노경에 혼자 지내시는 모친을 모시고 단풍구경을 핑계 삼아 나선 길이었다. 그저 요행이 구한 지리산 숙소를 향해 가다가 들어선 고속도로 끝자락에 화사한 햇볕에 온 동네가 붉게 타오르는 마을을 만났다. 그곳은 은행나무나 활엽수처럼 황금빛을 띠는 것이 아니요, 단풍나무나 굴참나무와 같이 붉은 빛이 나는 것도 아니어서, 멀리서 보면 그저 빛바랜 청록산수가 차분하게 놓인 풍경이었다.

한두 시간 비좁은 차안에서 흔들린 뒤 끝이라 무작정 유적지나 관광명소를 가리키는 밤색표지판을 따라 접어드니 수락폭포란 이름이 놓여 있었다. 무더위가 삭은 지도 한참 지난 터여서 한여름에 느낄 수 있는 청량감을 누릴 수는 없었지만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빼어난 경관에 웅장한 수량과 굉음이 도시에서 잔뜩 찌들었던 속진(俗塵)을 한꺼번에 씻어주는 느낌이다.

   
 

폭포 앞에는 온천에서 흔히 마주하는 것처럼 이 계곡물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미네랄 성분과 몸에 유익하다는 정보가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었다. 입동이 코앞인데 계곡물에 몸을 담글 순 없는 일이고 약수처럼 떠 마시기도 곤란한 일이니 그저 눈요기에 불과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전통특이요법에 폭포수 아래서 쏟아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벼랑 아래로 떨어지면서 포말이 비산하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울체된 심기가 시원하게 해소된다는 내용을 떠올리니 의료적 효용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수락폭포는 산동마을을 통과하여 계곡의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오가는 길목은 그야말로 색다른 단풍이 놓여 있었다. 양 협곡 사이에 놓인 마을길의 가로수와 원경이나 근경이나 온통 산수유나무가 서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시드는 녹엽 사이로 온통 새빨갛게 물이든 열매가 주절주절 달려있었다. 탱탱하고 도톰하게 차오른 타원형 열매는 모양이나 크기는 여름철 보리수 열매와 비슷하지만 표면이 훨씬 매끄럽고 완숙해도 쉽게 물러지지 않으며, 단맛이 별로 없어 그냥 먹기 힘든 점이 차이가 있다. 다만 산수유는 씨를 빼고 잘 건조해서 약제를 배합하면 천하의 명약이 되는데, 그 효과는 독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니 여기서 재삼 논하지는 않는다.

인근의 상위마을도 지리산 산자락에 둘러싸인 후미진 시골동네지만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고불고불한 돌담길이 가을정취에 딱 어울리는데, 여기도 온통 산수유나무에 둘러싸여 있다. 산자락과 계곡 사이로 전망대를 짓고 바위를 옮겨 산책로를 만드는 공사로 산중이 시끌벅적하다. 관광객 편의와 안전시설을 확보한다는 필요성이 있겠지만 수만 년에 걸쳐 이룩한 대자연의 걸작에 저급한 인간의 눈으로 함부로 개작하는 오류가 있을 까봐 몹시 저어된다.

초겨울에 접어들어 밤은 일찍 찾아왔고 옛 분들의 산욕행(山浴行)을 흉내 내어 산그늘을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기는 것 또한 색다른 정취를 자아냈다. 지리산온천지구 장터마을은 지역명산품 상가로 조성된 곳인데, 산수유를 가공하여 차로 개발하려는 젊은 부부가 늦은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바삭하게 잘 건조한 산수유는 간식도 되고 차로 마셔도 그리 신맛이 강하지 않아 구수한 누룽지 차 맛이 느껴졌다. 텁텁해진 입안을 가시고 해갈(解渴)도 해줄 뿐더러 더부룩한 속도 내려주니 일석삼조이다. 더불어 길손을 따뜻하게 맞아준 주인네는 경상도 태생인데 산수유가 좋아서 전라도에 정착했다니 팍팍한 세상살이에 이만한 약도 드문 듯하다. 올 가을에는 산수유마을에 가서 약단풍을 즐겨봄이 색다른 정취가 일듯하다.

 

20181105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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