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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원 칼럼] 월경주기와 우울증
몸맘하나 멘탈클리닉(Mommamhana Mental Clinic)<28>
2018년 10월 05일 () 06:43:29 강형원 mjmedi@mjmedi.com
   

강형원

원광대산본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여성의 신비는 월경주기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밀물과 썰물, 계절의 변화, 밤과 낮, 달의 비움과 채움의 주기와 같은 자연의 리듬이 여성에게 월경주기로 반영되는 셈이다. 여기에 여성의 리듬은 신체와 마음의 작용이 더해져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게 된다. 자연의 순환에서도 그렇듯 비슷한 과정을 겪는 여성들에게 영광과 고통은 함께 따르게 된다. 여성이 존중받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28살 A양은 월경주기에 따른 극심한 기분변동 때문에 힘들어했다. 남자친구와 카톡 메시지를 바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 발단이 되어 심한 말다툼 끝에,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절교를 선언하게 된 것이다.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었고 급기야 자해를 시도했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 했다. 이러고 나면 어김없이 월경은 시작되고, 그때서야 모든 게 잠잠해지는 느낌이었다. 그야말로 폭풍이 지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39살 B씨는 유능한 워킹맘이다. 그녀에게는 한 달에 한 번씩 되풀이 되는 고민이 있다. 생리 하루 이틀 전에 아이들을 절제할 수 없을 정도로 체벌을 하게 되고 그 죄책감으로 남몰래 자책하고 혼란스런 마음으로 한 주간을 보내게 된다고 했다.

A양과 B씨의 공통된 점은 ‘월경전불쾌장애’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월경주기에 따른 감정의 변화는 흔히 월경전증후군(Prementstrual syndrome, PMS)으로 알려져 있다. 이보다 심하고 극변한 증상이 개인, 대인관계 그리고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때 DSM-5에서는 ‘월경전불쾌장애’(Premenstrual Dysphoric disroder, PMDD)로 우울증의 한 유형으로 진단을 한다.

 

‘월경전불쾌장애’는 우울장애의 하위진단유형

DSM-Ⅳ에서 우울장애는 기분장애의 하위유형으로서 양극성장애와 분류하였다. 최근 많은 연구에서 우울장애와 양극성 장애는 원인, 경과, 예후의 측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지닌 것으로 나타나 DSM-5에서는 두 질환을 독립된 진단범주로 분류하게 된 것이다.

우울장애 또한 DSM-5 진단분류에서 큰 변화가 생겼다. 기존 DSM-Ⅳ에서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기분부전장애'(Dysthymic disorder)로 분류하였던 것을 '주요우울장애'는 그대로 남기고, '기분부전장애'라는 용어는 삭제되고 대신 만성우울증을 합쳐서 '지속성 우울장애'(Persistent Depressive Disorder)라고 개명하였다. 또한 6~18세 아이들의 심한 만성적인 짜증, 간헐적인 분노 폭발을 핵심증상으로 하는 '파괴적 기분조절곤란 장애'(Disruptive Mood Dysregulation Disorder)와 월경 전 극심한 정서적 불안정과 분노감을 유발하는 ‘월경전불쾌장애’(PMDD) 2가지를 진단분류에 새로 추가하였다. 과거 '다른 항목에 분류되지 않는 우울 장애(Despressive disorder, NOS)에서 지위가 격상되어 독립된 진단명으로 확립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가임기 여성의 70~80%는 월경전기 유방압통, 더부룩함, 정서적인 불안정감, 짜증스러움과 같은 다양한 징후를 경험 하지만 대부분 경미한 수준으로 끝난다. 하지만 20~40% 여성들은 월경전기의 징후가 심하여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를 ‘월경전증후군’(PMS)이라고 하고. 이보다 더 극변한 증상으로 일상활동에 대한 흥미 감소, 무기력감과 집중곤란 등의 불쾌한 증상이 주기적으로 나타난 경우를 ‘월경전불쾌장애’(PMDD)로 진단한 것이다.

'월경전불쾌장애'의 임상양상이 대인관계의 심각한 손상, 고함, 격한 행동 등과 같은 분노표출과 깊은 실의, 자책, 자기비하, 그리고 극심한 자살충동 등의 우울증상, 그리고 유방압통, 극심한 생리통 등의 신체증상들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크게 초래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핵심감정이 분노일 거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분노는 겉으로 표현되는 양상이고, 깊은 내면의 숨은 비밀은 극심한 절망감에서 오는 우울에서 비롯된다.

슬픔과 우울은 차이가 있다. 슬픔은 인간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하고 겸허히 내 자신을 받아들이게 한다. 우울은 내면의 깊은 밑바닥에서조차 자신을 끌어내리려고 한다. 절망의 단계를 경험하며 자기 비하를 넘어 자기 존재를 부정한다. 상실은 명백한 대상이 있는 슬픔 속에서 오지만, 우울증은 상실로 인한 절망과 자기비하가 뒤따른다. 그래서 슬픔은 우울증이 아니라고 인지치료의 대가 데이비드 번즈 박사는 힘주어 말한다.

 

여성의 주기적 속성을 이해하기

'월경전불쾌장애'의 정확한 원인은 분명하지 않다. 다만, 월경주기 동안 호르몬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은 임상적으로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월경주기는 호르몬으로 조절된다. 뇌하수체에서 분비하는 황체 형성호르몬(LH)과 난포자극호르몬(FSH)은 배란을 촉진하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estrogens) 및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 조절된다. 특히 프로게스테론은 자궁과 난소에서 배란 유도 착상을 촉진시키고, 자궁내막을 성장시키고 발달시키는데 관여하며 초기 임신 유지기능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 수정이 일어나지 않으면, 황체는 더 이상 프로게스테론을 분비하지 않으므로 자궁내막이 탈락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월경이다. 생명유지의 위해 자기애가 극단적으로 발휘되는 시기인 만큼 과민성, 예민성은 자기를 지키는 생존본능인 셈이다.

크리스티안 노스럽 박사는<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라는 책에서 월경전 증후군의 원인은 복합적이므로 전체적인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음, 감정, 식습관, 빛, 운동, 대인관계, 유전적 요인, 그리고 유년기의 특별한 기억(트라우마) 등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은, 먼저 여성의 주기적 속성을 이해하고 그녀 내면의 욕구들을 표현하는 메시지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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