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채한 박사의 American Report(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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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향] 채한 박사의 American Report(5)
  • 승인 2004.02.0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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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문 DB 네트워크 설립해야
Copyright? Copy-Left!


Copyright(저작권)란, 학술 또는 문학,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인 저작물에 대한 배타적·독점적 권리를 말합니다.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유형 혹은 무형의 대상에 대해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저작자에 대한 당연한 예우로써, 금전적 보상 혹은 독점적 권리 부여를 통해 학문 분야 혹은 경제 분야에서의 끊임없는 발전의 원동력이 됩니다.
새해 벽두에 알려진 십여편의 논문에 대한 한국 과학자의 논문 표절은 한국 현실에서 저작권, 혹은 credit에 대한 교육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함을 반증하고 있는 듯 합니다.
연구 자원을 육성함에 있어서 단순한 양적 성장보다는 기본 소양에 대한 교육부터 시작돼야 함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오늘은, 저작권에 대한 이야기 중, 이와는 정반대 되는 측면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Copy-Left란, 저작권(Copyright)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지적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 혹은 저작권의 공유를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1984년 미국의 Richard Stallman이 소프트웨어의 상업화에 반대해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사용하자는 운동을 펼치면서 시작된 후,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모든 저작권의 공유 운동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한국에는 1990년대 정보, 통신 업체들에 의해서 소개되었습니다.

이러한 운동은 기업들이 자신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저작권을 일정부분 포기함으로써 기업이익을 추구하는 새로운 마케팅이 생겨났는데, 대표적인 것이 Free-ware입니다.
여러분이 사용하시는 많은 컴퓨터 소프트웨어들, 예를 들자면 Adobe Acrobat reader, 알집, 네이버, 구글 등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것들입니다.
이 경우에 기업이 이익을 취하는 부분은 일반대중의 이익에 따른 파생수요에서 얻게 됩니다.
이러한 움직임에서 본다면, 기밀성의 유지 혹은 배타적인 권리의 부여만이 불변의 진리가 아닌 듯 합니다.
정당한 credit만 확보할 수 있다면, 도리어 일정 부분의 공개는 발전을 강조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겠습니다.

Open Access는 이러한 측면을 강조하는, 학술계의 copy-left운동의 일환인 듯 합니다.
발표된 논문의 전문(Full-text)을 무료로 제공하는 Pubmed Central(http://www.pubmedcentral.nih.gov/)은 미 정부 기관인 National Library of Medicine에서 운영하는 세계적인 공개 전자도서관입니다.
PNAS, EMBO, British Medical Journal같은 세계적인 잡지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 전자 도서관의 목적은, 저작물에 대한 권리는 철저히 보호하되, 유익하고 중요한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미 하원 의원인 Martin O. Sabo는 ‘Public Access to Science Act’라는 법안을 국회에 상정했습니다.
이 Sabo bill은, 간략히 말해 미 정부기관에서 연구비를 받아 진행된 과학적 연구 결과물(works resulting from scientific research) - 학회지에 발표되는 연구 논문이라고 하겠습니다 - 에 대해서는 저작권의 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세금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는 것처럼, 개인적인 용도와 학문적 연구를 위해서는 연구 논문들의 복사도 인정되는 현실입니다.
현재 많은 연구 논문들이 scan을 통해 전산화 되고 있는 현실에서 본다면, 머지않아 모든 도서관 자료들이 전산화되어 세계 어느 곳에서나 필요한 자료를 손쉽게 찾아본다는 것은 꿈이 아닐 듯 합니다.

제가 경험한 하버드나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On-line 도서관은 이러한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Pubmed라는 abstract database를 통해서 학계의 동향과 연구의 방향을 파악하면서, 동시에 필요한 참고문헌 전문(Full-text)을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 받는 현실입니다.
아직 100% 만족스러운 수준은 못되지만,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만으로 자료의 검색과 수집의 대부분 마칠 수 있습니다.
수집된 PDF 형태의 참고문헌은 검색, 자료 정리, presentation 등 연구 전 범위에 있어서 활용되고 있으며, 연구 결과의 유통에도 큰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의학의 효과 검증’이라는 해묵은 논쟁에 대한 대답도 이러한 틀 속에서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넘쳐나는 한의학에 대한 수많은 논박과 상호비방도 이러한 연구 결과의 전산화를 통한 관련정보의 유통에 의해 많은 부분 예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Ted J Kaptchuk의 ‘Ann Intern Med. 2002;136:374-383. Acupuncture : Theory, Efficacy, and Practice’는 침의 임상 효과에 대한 폭넓은 연구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고 있으며, 많은 연구자들과 관심 있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유통되어야 할 중요 정보입니다.

그러나, 한국 한의학계의 현실을 본다면, 제대로 모양을 갖춘 학술 database 하나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저작권에 엄격한 미국이 공익과 학문 발전을 위해(자발적으로) 저작권에 제한을 가하려고 하는데, 한국은 아직 초록 database의 관리와 보완조차 많은 어려움을 겪는 듯 합니다.

과거 한국 한의학연구원에서 데이터베이스 사업의 수행과정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논문으로 인한 수익’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미 발표된 논문으로 인한 조그만 수익보다는 많은 사람이 읽고 참고문헌으로 피인용되기 위한 노력의 중요성이 너무도 간과되는 한국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미국 학계에서 논문 발표 건수보다는 피인용회수가 더 가치 있게 여겨지는 현실 - SCI Impact Factor라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 은 그만큼 정보 유통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듯 합니다.
불면의 밤을 통해 쓰여진 논문들은 몇 푼의 돈을 손에 쥐려는 목적이기보다는, 한국 한의학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학술지의 논문은 발표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발표된 이후에는 이미 공공의 것입니다.
상업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들도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학문을 목적으로 한 저작물이 독점을 통해 상업성을 띤다는 것은 본말의 전도인 것 같습니다.
공공을 위한 연구 논문 database, 특히 전문을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설립에 많은 관심이 시급합니다.

아울러, 영문 database의 구축은 공허하게 외쳐진 ‘한의학의 세계화’에 대한 명확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Pubmed에 수록된 많은 중국어 논문들에 의해, 한국 한의학은 점차 잊혀진 변방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한국 한의학의 현 주소이기도 하지만, 한국 한의학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외국 과학자들의 질문에 무엇하나 내세울 수 없는 답답한 저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계속>

필자 : 경희대 한의대 졸(한의학 박사), 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클리닉재단 통합의학센터 리서치 펠로우

궁금한 사항이 있으신 분은 아래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E-mail : chaeh@ccf.org
Homepage : www.chaelab.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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