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열 교수 추천 한의사 必讀 신간 11選(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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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열 교수 추천 한의사 必讀 신간 11選(11)
  • 승인 2004.02.0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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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and Civilisation in China’ Vol. 6 (일명 Medical volume) (2000)
Joseph Needham 著 / Nathan Sivin 편 / Cambridge University Press 刊


이 책은 유명한 죠셉 니덤의 ‘중국의 과학과 문명’ 시리즈 중 하나로 출판된 책이다. 니덤은 만년에 네이산 시빈에게 의뢰해서 이 책을 편집했으며, 내용은 새로 쓰여지지 않고 니덤과 그의 영원한 학문적 동반자였던 루궤이전이 이전에 발표했던 의학사 관련 논문들을 묶은 것이다.

책 앞부분에는 시빈의 해제가 붙어있으며 중국의학에서의 예방의학, 면역학, 법의학, 과거제도와 관련된 논문들이 수록되어 있다.

사실 시빈과 니덤은 학문적으로 성향이 달라 잘 맞는 사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런데 어째서 시빈에게 이 책의 편집을 부탁했는지는 아직도 의문스럽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니덤은 고대 중국 과학과 기술의 우월성, 중국에서 이루어진 첫 번째 발명들, 그리고 중국 전통과학의 세계과학에 대한 공헌을 입증함으로써 과학과 기술의 기원을 유럽의 독창적인 것으로 보는 견해에 대항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을 위시한 세계의 전통과학들이 합류하여 현재와 같은 단일한 보편과학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것과 이러한 단일한 보편과학의 성립에 중국의 전통과학이 많이 기여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있었다.

이런 관점 속에서 니덤은 의학 분야의 경우 다른 과학 분야들과는 달리 아직 통합의학(ecumenical medicine)이 탄생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이런 통합의학이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라는 낙관을 버리지 않았다.

니덤과 루궤이전은 중국의학을 근대적인 모델로서의 과학과 의학 지식에 입각해서 평가했다. 즉, 서양의 근대 개념을 수용하여 주로 서양의학이 경험한 이론적인 진보, 서양적 기준에서의 지식의 합리성이나 치료수단의 유효성 등에 의해 중국의학을 평가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빈은 니덤의 반대편에 서 있다. 그는 중국과학은 중국 고유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속에서 평가되고 인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니덤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관점에 대해 비판했음에도 불구하고 죽을 때 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필자는 아마 니덤 자신도 자신이 견지하고 있는 입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중국의 과학과 문명’ 시리즈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그러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니덤 연구소 사람들의 기억에 의하면 니덤은 확실히 거인이었다. 다소 괴팍스러웠으나 철저했던 니덤의 이런 면모가 없었다면 많은 사람들의 훈수와 간섭 속에서 ‘중국의 과학과 문명’과 같은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니덤과 시빈의 결합은 매우 흥미롭다. 니덤은 죽기 전에 자신의 비망록 같은 개인적인 자료들을 50년 뒤에 개봉하도록 유언을 남겼다. 그 때면 니덤과 함께했던 학자들 대부분이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 궤짝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 많은 학자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시빈에 대한 평가나 시빈에게 의학편 편집을 맡긴 이유에 대해서도 기록이 남아있을까? 이 책은 현재 한국어로 번역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출판될 것으로 예상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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