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분과학회가 바로 서야 한의학이 산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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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분과학회가 바로 서야 한의학이 산다(4)
  • 승인 2004.01.3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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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과학회 지원 프로그램이 없다
분과학회 활성화 방안 토론 주제로 올려야
양방 학회, 현안 생기면 즉각 연구·토론


■ 연재순서 ■
1) 프롤로그 - 왜 분과학회인가?
2) 무엇이 문제인가?
3)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4) 인접단체는 어떻게 하나?
5) 분과학회가 발전하려면?


4) 인접단체는 어떻게 하나?

학회 모임을 취재하다 보면 어떤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이야기가 단골 메뉴로 나온다. 가령 학회 이름 앞에 붙이는 ‘대한’과 ‘한국’의 차이가 뭐냐는 것이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궁금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대부분은 관행적으로 쓰일 뿐 차이가 없다는 설명으로 수긍하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학술적으로 혹은 공식적으로 정의를 내리지 않은 채 지나가다 보면 다음 집행부에서 또 이런 문제로 시간을 끌게 된다.

더욱이 영문명칭에 이르게 되면 혼란은 끝없이 이어지게 된다. 한의학을 Oriental Medicine으로 해야 할지 아니면 Han Medicine으로 해야 할지, 혹은 Alternative Medicine과 한의학 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개념 파악이 되지 않은 채 수렁으로 빠져 그 다음에 일어날 법적, 학문적 경계 설정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물론 용어의 정의가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므로 쉽게 접근할 일이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세미나의 주제로 정해진 적이 없었다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다.

그러면 다른 직능의 학회도 그런가? 그렇지 않다. 용어 하나에도 신경을 쓴다. 그것도 ‘학회 운영 활성화를 위한 포럼’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고 열띤 토론이 이루어진다.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해당분야 관계자들의 견해를 청취해서 이견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토론이 전개된다. 가령 분과학회마다 다르게 쓰는 학회영문명칭인 ‘Academy’, ‘Association과 Society’, ‘Federation’, ‘Institute’, ‘Council’, ‘Board’, ‘Committee’ 등등에 대해 사전적 의미와 외국 동종계열 학회의 영문명칭을 비교하면서 한국 양방 각 분과학회의 영문명 통일화를 꾀하고 있다.

□ 어느 학회나 문제는 있다

이렇듯 양방 분과학회도 한의 분과학회와 마찬가지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그러나 한의학회와 다른 것은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책을 끊임없이 추구한다는 점이다.

이해하기 쉽게 단체 명칭을 예로 들어 설명했지만 양방 분과학회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양방학계가 매년 개최한 토론회의 주제를 보더라도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해결해 가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가령 학회지의 SCI 등재 요건 및 방법, 올바른 국문 초록, 금융실명제시대의 학회의 세무와 회계관리, 진료행위용어 제정에서의 학회의 역할, 외국의학회의 조직과 현황, 우리 나라 정회원학회 및 준회원학회 회칙 분석, 회원학회의 분류 등이 있다. 이외에도 학문의 세분화를 수용하는 바람직한 방향, 학회와 개원의협의회와의 바람직한 관계 설정 등의 제목도 눈에 띤다. 이 모든 것 하나하나가 토론의 주제가 되었다. 이중 일부는 해결된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진행형인 것도 있다. 진행되고 있는 문제도 그간 꾸준히 개선돼 시대변화에 따르는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차원이지 전혀 개선이 없는 고답적인 수준은 아니다.

여기에 비하면 한의학계의 과제는 양방학회보다 적었으면 적었지 결코 많지 않다. 오히려 한의 분과학회는 양방학회에 비해 수월한 위치에 있다. 양방 학회에서 개발한 학회 활성화 프로그램을 벤치마킹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의학계가 인접단체의 성과를 갖다 쓰는 데 익숙해짐으로써 한의계 스스로 새로운 운영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책임의식과 긴장감을 떨어뜨린 면이 없지 않다.

□ 벤치마킹도 창의적으로 해야

한의학계가 양방을 따라 배운다고 해도 아무 때나 벤치마킹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 배우는 일이 그렇게 쉽다면 벌써 다 배웠을 것이다. 그러나 일이란 계기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인접단체의 경험을 참고할 수 있다.

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도 학문적 특성과 내부구성원의 마인드가 다르기 때문에 수용에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이 경우에 선진 학회의 노하우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창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해당 제도와 노하우가 적용될 한의학계의 풍토와 수용자세, 그리고 그 제도를 탄생시킨 양방학계의 고민을 읽을 줄 알아야 한의계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수용태세가 되어 있다 하더라도 일을 할 사람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자료와 정보도 무용지물이 되기 마련이다. 제도의 전문가들이 각 분과학회별로 포진해 있어야 창의성이 살아날 수 있다. 회장과 총무 두 사람이 일하는 분과학회 실정으로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 지원조직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언제 발생할지 모를 특별한 계기를 기다리거나, 부족한 인력을 탓하다가는 분과학회의 개선은 하세월이 될 수 있다. 부족한 가운데서도 사람을 발굴하고 역량을 꾸준히 강화시켜 쓸만한 사람으로 만드는 진득함이 요구된다.

조직적으로도 양방의 대한의학회 정도는 아니더라도 분과학회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소규모 조직을 만들거나 그 정도 여건이 아니라면 최소한 지원 프로그램이라도 가동해야 할 것이다. 분과학회의 중앙학회 분담금 납부실적이 저조한 것도 피부에 와 닿는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일반적인 여론을 직시하여 뭔가 줄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현실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에서 ‘왜 안 되느냐’고 답답해 할 것이 아니라 사전에 학회 운영 현황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활성화를 위한 마스터플랜부터 마련해야 할지도 모른다. <계속>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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