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친일관료 사직요구 1인 시위 허기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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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친일관료 사직요구 1인 시위 허기회 원장
  • 승인 2004.01.1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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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이름으로 사는 한의사가 나서야죠”


“친일세력 비호하는 정부관료 사직하라!”
지난 12일 이른 아침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한의사 한명이 친일관료의 사직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허기회(서울 청담한의원) 원장이다.

허 원장이 1인 시위에 참가한 것은 새해 벽두부터 터져나오는 국내외의 일련의 사건들 때문이다. 중국은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는가 하면 일본은 기습 신사 참배에 이어 독도 우표발행을 빌미로 독도 영유권 주장을 외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좌시할 수 없는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국회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의뢰하여 민족문제연구소가 추진하는 친일인명사전 편찬 예산 5억원 항목을 아예 삭제하고, 친일진상규명 특별법을 무산시키는가 하면, 정부관료도 법 제정에 반대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어 허 원장이 나서 이들 관료의 사직을 촉구하게 된 것이다.

아무리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간다 해도 왜 하필 한의사가 참여하느냐에 대한 설명은 되지 못한다. 그가 참여하는 이유는 일제강점기 때 한의학이 가장 큰 피해를 받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조선의 전의감제도가 계승됐더라면 우리 사회의 비주류의학으로 전락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허 원장의 판단이다.

더욱이 그의 실천행위는 민족에 대한 부채의식도 한 몫 하고 있다. 90년대 한약분쟁 당시 ‘민족의학’임을 내세워 서명을 받는 방식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겼으면서도 정작 민족의 위기 앞에서 한의계가 무관심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게 그의 지론이다.

다행히 민족문제연구소에 가입한 회원 중 단일 직업인으로서는 한의사가 가장 많아 한의사로서 자부심을 갖게 한다. 그러나 그는 “한의사는 민족의 이름으로 직분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사소한 우월성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만사를 제치고 민족의 일에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의 활동은 주로 아침에 이루어져 진료에 그리 구애받지 않는다. 허 원장은 “시간만 안배하면 그리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민족적 과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 원장은 민족문제연구소 관악동작지부 회원으로 활동해오면서 친일인사인 박흥식 동상을 자진 철거시키고, 김석원 동상을 학교밖으로 이전시키는 소중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최근에는 친일교수의 행적을 비판하다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민수 서울대미대 교수의 복직을 요구하는 시위에도 참가하고 있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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