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승훈 - WHO 서태평양지구 전통의학담당관
상태바
[인터뷰] 최승훈 - WHO 서태평양지구 전통의학담당관
  • 승인 2004.01.09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국제화 인력양성과 홍보에 주력해야”


지난해 8월 한국 한의사가 최초로 국제기구에 진출했다.
한의계의 기대를 짊어지고 마닐라에 소재한 WHO 서태평양지구에서 전통의학담당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최승훈(47·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 씨와 이메일을 통해 그간의 소식과 앞으로 계획을 들어봤다.

▷ WHO와 정식계약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언제쯤이 될 것인가?

- 12월까지의 계약이 만료되고, 현재 3개월간 계약을 연장하여 근무하는 중이며 장기계약(2년)은 3월 중에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식계약을 하기 전에 수년까지 연장하는 경우도 있다.
3개월 연장은 WHO 관행상 짧은 기간에 속하는 것으로 나에 대한 긍정적 배려에 의한 것이다.
한국의 보건복지부 장관과 기획관리실장이 애를 많이 쓰신 덕분이다.

▷ 2003년 4개월 동안 전통의학부분에 대해 업무파악은 어느정도 진행됐나. 그리고 세계속의 한국은 어느 단계에 있다고 보여지나?

- 지난해 8월말, 이곳에 온 이후로 4개의 회의를 운영했다. 통상적으로 일년에 1회 혹은 2회의 회의를 하는 데, 짧은 기간 동안 특별히 많은 경험을 집중적으로 할 수 있어서 이곳의 업무에 신속하게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WHO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가 관련 회의의 준비와 진행이다.
지난 4개월간 전통의학에 있어서 국가정책, 연구, 교육 및 표준화에 관한 회의를 준비하고 진행시키면서 대체적인 업무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한국은 중국과 함께 전반적으로 전통의학 각 분야에서 선진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 그간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었는가?

- 별다른 난관은 없다. 다만 WHO의 전통의학분야에 지원되고 있는 재정 규모가 너무 제한돼 있어서 의욕적으로 활동하려고 해도 실질적 성과를 거두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생각이다. 재원을 확보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세계 전통의학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한국인이 WHO전통의학담당관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짐작했던 대로 중국인사들이 매우 불편한 심기를 가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해소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세계속의 전통의학, 혹은 한국의 현주소를 실감케 하는 사건이나 경험이 있었나?

- 지난해 10월초 북경에서 WHO본부 주최로 중서의결합 SARS 치료에 관한 임상연구보고회의가 있었는데, 본인은 한방병리학전공자로서 당시 SARS의 병리에 대한 한의학적 이론을 상기시키면서, 실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급성 열성 전염성질환에 대한 새로운 한의학이론의 개발을 제안한 바 있다.
그 후 중국측에서는 국가중의약관리국 주관으로 관련 학자들이 모여 실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한의학적 疫學이론을 고안해냈다.
그 내용을 담은 책자가 곧 출판되어 SARS와 같은 급성 열성 전염성질환의 한의학적 치료 지침으로 활용될 것이다.
한편 지난해 5천 여명의 SARS 입원환자 가운데 약 60%가 한약을 복용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재 중국에서만 가능한 의료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관련하여 지난 연말 김화중 보건복지부장관과의 면담에서 한국에서의 한의학의 전염성 질환 치료에 대한 역할과 참여를 강조한 바 있다.

▷ 주요 업무계획, 당면과제를 소개해 달라. 특히 한국 한의계가 주시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 주요 활동계획은 2001년에 채택된 ‘Regional Strategy for Traditional Medicine in the Western Pacific’에 근거해 이뤄진다.
그 골격은 전통의학에 관한 국가정책의 수립, 한약과 침구의 안전성, 효능 및 품질을 향상하기 위한 각종 법률 규정이나 표준안의 제정, 근거중심을 지향하는 연구에 대한 지원, 전통의학에 종사하는 의료인들에 대한 교육이나 훈련, 일반인들에 대한 전통의학의 홍보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각국의 해당 분야 전문가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그러한 내용들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전통의학 포탈사이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 포탈사이트의 설계를 위해 지난 연말 한국의 모 전문기업과 이미 기본적인 토의를 끝낸 상황이다.

▷ 한국의 한의계에 전하고 싶은 말은?

- 한의학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하고 접근이 용이한 의료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대학, 병원 및 연구기관에서는 기존의 이론적 실험적 연구로부터 한약처방이나 침구에 관한 임상연구로 그 무게중심을 옮기고 그 연구결과는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홍보돼야한다.
현재 한국 한의계는 규모와 역량에 비해 이를 국제화할 수 있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하루빨리 한의학의 국제화를 담당할 인력이 배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그러한 비젼을 지닌 젊은 한의인력들이 자발적으로 많이 생겨나야 한다.
한의계에서는 지난 10년간 줄기차게 세계화를 외쳐왔다.
그리고 본인의 WHO진출을 그 세계화의 가시적인 성과라고도 한다.
그러나 한의학의 세계화를 외치기에 앞서 세계화의 목표는 무엇이고, 그 세계화가 우리 한의계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며, 한의사 개인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한국 뿐만 아니라, 각국의 전통의학계에서는 자신의 발전과 국제화 세계화를 위해 WHO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때에 비로소 우리 모두에게 WHO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 기회를 빌어 한국내 한의계 인사들과 민족의학신문 독자들께 새해 인사를 드린다.

오진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