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강한’ 한의계를 위하여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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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강한’ 한의계를 위하여②
  • 승인 2004.01.0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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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는 ‘한의사’만이 아니다
한방의료와 관련된 모두를 포용하길
동일한 생존 수단 공유, 한의협이 앞서야


◇ 건기식 업계 생존 위협

지난해 5월 30일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약제조협회, 한약도매협회, 생약협회, 약령시협의회, 한약협회 등이 참여한 ‘한약발전연합회’가 발족했다.

이중 한약협회는 연합회 참여에 대한 내부조율을 이루지 못해 현재 5개 단체가 활동 중이다.

연합회가 목적했던 한약재 품질향상이나 유통의 개선을 위한 노력, 그리고 각 단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아직 미흡하다. 참가자간의 친목모임 정도이고, 표백제 함량 기준 마련 등 시급한 현안이 있을 때 이를 의논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한약재라는 동일한 수단을 갖고 있는 이상 언제라도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이를 유도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결코 과소평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연합회 김성환 회장은 “건강기능식품으로 한약과 식품의 구분이 모호해 져 업계의 생존이 위협 당하게 됐다”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업계 차원에서 모색되고 실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은 “그 방안은 원료의약품인 한약재의 품질을 식품원료와 차별화하고, 시장을 투명하게 만드는 길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구심체 없는 한약 관련업계

그러나 이를 중심적으로 이끌 구심체가 연합회 내에는 뚜렷하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맹점을 지니고 있다.

제조업자나 중간 유통상이 이를 주도하는 것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소비자가 신뢰하고 있지 않는데다가, 식품원료와 원료의약품을 차별화 한다고 나설 경우 가격상승으로 시장경쟁력만 떨어질 위험이 높은데 어느 업체가 이를 앞장서겠냐는 것이다.

서울 경동시장의 ㄷ제조업체 대표는 “조금은 나아졌지만 아직까지 한약재 시장은 가격경쟁위주로 형성돼 있는데 이를 업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한의협이 나서 공정서의 기준과는 별개로 어떤 한약재를 구입해 제조·판매할 것인가를 먼저 제시하고, 그 기준에 적합한 한약재를 마련 한 업체를 회원들에게 상시적으로 알리면 이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조직을 통해 기금을 마련해 국민들에게 한방의료기관의 한약이 식품과 차이가 얼마만큼 있다는 것을 알리면 그만큼 한약재의 수요가 증가해 서로에 이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의협 중심으로 묶자

결국 원료의약품인 한약재를 매개로 기능별로 나누어져 있는 조직을 한데 묶자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조직을 묶자는 것은 통합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가능하지도 않다.

소비자와 생산·판매자라는 지위는 다르지만 한의사 수가 1만4천에 이르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한의협이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의협이 중심이 돼 이들 단체를 이끌자는 것이다.

또 그럴 수 있는 토대도 존재한다.
조금 싸게 사거나, 비싸게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전체 물량을 확대하는 WIN-WIN전략을 추진할 때 이 조직은 강화될 수밖에 없고 그만큼 한의계의 힘은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의계는 이들을 단순히 판매자로만 보려는 경향과 불신이 강하게 남아 있다.

한의협의 한 관계자는 이들 업계와의 결속에 대해 “이제까지 한의사를 대상으로 좋지 못한 행태만 부려오더니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니 이제야 같이 잘해보자고 나서는 꼴”이라며 강하게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한의약육성법이 통과되기까지 그들이 무엇을 한 게 있냐”며 “같이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변모된 모습과 성의를 먼저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직의 통제력도 부족하고, 강제된 것도 아닌 상태에서 업체에 이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또 한약재와 관련한 정부의 방침에 영향을 줄만한 힘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모 제약업체 관계자는 “한의약의 발전을 위해 정책을 마련하고 정부를 대상으로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확히 판단하고 있지 못하고 통로 또한 매우 협소하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한의계를 비롯해 한약과 관련된 모든 업체의 발전을 위해 사업을 통해 마련한 자금 중 일부를 기부할 수 있다는 사람이 주변에 여럿 있다”고 말했다.

◇ 더 이상 주저하지 말자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되고 실제 상황이 됐을 때 현실화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자신의 업종을 유지하기 위해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이상 한의계는 주저하지 말고 이를 주도해야 할 것이다.

한의학 발전은 단순히 치료기술의 발전에 의존할 수 없다.
또 한의사의 개인적 노력으로는 한의계 발전을 이룰 수 없다.

한의학은 이미 거대한 세계 의료시장 속에서 국가 차원의 방패가 없어진 채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곧 돌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약재뿐만이 아니다. 한방의료와 관련된 모든 업종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한의계는 도와야 할 것이다.

이들은 결코 한의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서로의 공존과 발전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한의계의 범주를 한의사만이 아닌 한방의료와 관련된 모든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묶을 때 한의학은 보다 굳건한 토대 위에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계속>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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