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강한’ 한의계를 위하여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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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강한’ 한의계를 위하여①
  • 승인 2003.12.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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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력 없는 한의계, 더 이상 발전은 없다
수적 성장 불구 세력화는 오히려 후퇴
한의협 활성화로 역량부터 강화해야


4월 총선을 앞두고 의사회나 약사회 등에서는 움직임이 바빠졌다. 이는 국가로부터 취득한 자격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고 확대하려는 의도와 함께 정치적 역량 없이는 학문의 발전을 기약할 수 없는 현실에 따른 것이다.
본지는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보다 강한 한의계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본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 ‘강함’은 의·약계 모토

대한의사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첫 화면에 “국민을 위한 열린 의협이 되겠습니다”, “회원을 위한 강한 의협이 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교대로 나온다. 그리고 옆에는 친근함을 알리는 사진과 시위를 하거나 삭발하는 장면이 바뀌어 나온다.

올해 처음 직선제로 회장을 선출한 대한약사회 원규목 당선자는 “힘있는 약사회, 강한 약사회”를 모토로 내걸었다. 그리고 약사회는 대외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약사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이 ‘강한 의협’, ‘강한 약사회’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은 국가 정책과 맞물려 돌아가는 의료체계가 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서 단체의 힘이 강해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또 의료가 자신의 국가 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세계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도달해 생존을 위해서는 결속이 필요하다는 상황이 ‘강함’을 주제로 떠오르게 했다.

□ 제도는 단체의 힘과 비례

양방을 중심으로 한 의료법이나 약사법 그리고 기타 관련법들이 한의학 발전에 장애를 주고 있다는 것은 한의계가 어제오늘 주장했던 일이 아니다.

의료기사지휘권이나 의약품의 제형변경, 임의조제 등 한방의료가 발전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은 극히 부족하다.

한의약육성법이 제정·공포됐지만 한의약의 특성과 한의사·한약사의 직능이 고려된 한약에 대한 관리법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 법이 한방의료 발전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법에 따라 한방임상센터가 설립되고, 한의약 연구개발사업이 추진돼 전통의 한의약 기술이 상품화 돼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는 한의사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료의 궁극적 목적은 의료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질병으로부터 고통받고 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므로 상품화 돼 나온 한의약품이 환자치료에 활용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한의약산업의 기본이 되는 한방의료계가 계속 유지될 수 있어야 한의약산업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이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하나 이에 대한 방책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급여 대상인 치료법도 마찬가지다. 한방의 중요 치료수단인 침이 평가 절하돼 있다. 고도의 전문성과 훈련이 필요한 침 시술이 약물로 만들어져 간호조무사가 주사하는 행위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 한의사만의 한의계 아니다

한방의료와 관련해 이토록 불합리한 사항들이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의료제도 자체가 양방을 기준으로 서양에서 만들어진 제도를 그대로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으나 결론적으로는 한의계가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란 이유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93~95년 한약분쟁 당시 보다 한의사 수가 6,000여명이나 늘어났는데도 이러한 잘못된 사항이 고쳐질 기미조차 보이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그 때보다 정치적 호소력이나 대중 인지도는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늘어난 한의사를 하나로 묶어 나갈 수 있는 조직력의 붕괴와 객관적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연구 결과물의 부재를 들 수 있다.

또 한의계의 규모를 한의사로만 한정해 스스로를 고립화시킨 것도 나약해진 하나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는 결국 한의계에 대한 대 국민 영향력을 약화시켰고, 높아진 한의학에 대한 관심은 주변 유사한방의료나 식품업자의 배만 부풀려 놓은 결과를 초래했다.

지방의 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내세우고 있는 ‘한방산업’ 역시 현재와 같이 한의사들의 조직력과 정치적 힘이 미비할 경우 한의사와는 관련 없는 또 다른 한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갖자

한방의료가 제대로 된 틀을 갖춰 발전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의계 전체의 힘을 강화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이 것이 바로 정치력이다. 강한 정치력을 갖기 위해서는 조직력의 강화 즉, 한의협의 기능을 활성화 시켜 급변하는 정세 속에 기동성 있게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
한의계는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는 수적 토대는 갖추었다.

1만2천의 한의사, 4,500명의 한의대생이 있다. 여기에 한방의료와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는 간호조무사, 한약재 제조 및 판매업, 의료기기업 관련자 등 모두가 한의계와 함께 할 수 있는 토대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재의 한의계는 이를 한방의료의 발전이라는 한 목소리 안에 모을 준비조차 돼 있지 못하다.

의료시장 개방이 목전에 와 있는 등 우리나라 의료계는 무한 경쟁시대에 돌입했다. 여기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은 개인적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한의계 전체의 힘을 강화·결집해 이와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는 길이다. <계속>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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