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산골 한방공보의 문영섭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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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산골 한방공보의 문영섭 씨
  • 승인 2003.12.3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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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호응 높아 환자가 줄을 선다


“몸은 힘들지만 오히려 배우는 게 더 많죠.”
경북 영주시 이산면 산골마을에 마련된 보건지소에는 이미 양방진료소가 설치돼 있지만 한방진료가 시작된 지난해 여름부터 눈에 띄게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곳 보건지소에는 지난 5월 한방공보의가 배치되면서 한방진료소가 처음 설치됐다.
워낙 외진 곳이라 다니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던 이 지역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이 마을 주민 서너명이 한방진료소에서 치료를 받은 후 병세가 호전되면서부터다.

교통편도 마땅치 않고, 인적도 드문 산골마을에 있는 보건지소에 환자들이 몰려들기는 보기 드문 일.

이때부터 주위에 조금씩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니 1~2주만에 하루에 50여명의 환자가 몰려들었고, 최근에는 하루에 70여명까지 늘어나 번호표까지 주고 예약을 받지 않으면 안될 정도가 됐다.

이 곳 한방진료소에서 진료를 맡고 있는 한방공보의 문영섭(28) 씨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이산면이 환경도 열악하고, 외진 곳이라는 말을 듣고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이 지역을 지원했다”면서 “이렇게까지 주민들의 호응이 좋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문 씨는 대구한의대 96학번 출신으로 한의대 재학시절 맥진, 심침 등 전통한의학과 기공수련을 연계해 공부하는 ‘심침학회’라는 소모임에서 약 3년간 익혔던 치료방법들이 지금 환자를 진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환자들이 많아 지치기도 하지만 교통편도 마땅치 않은 이곳 산골마을까지 진료를 받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찾아와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저절로 하게된다”고 했다.

증상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진료하는데는 15분에서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가 주로 쓰는 진료방법은 맥진, 심침, 뜸인데 이곳을 찾는 환자들은 근골격계질환이나 소화기계통의 질병, 두통, 원인을 알 수 없는 공황장애, 우울증, 요통, 무릎질환, 위장병 등 그 증상도 다양하다.

혼자서 수십명씩 진료를 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픈 환자들을 보면서 스스로 반성도 하게되고, 오히려 배우는 점이 더 많다고.

문 씨는 “사회가 어려울수록 서로 다독이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듯 진료할 때도 환자에게 측은지심이나 자비심 같은 진실한 마음으로 환자의 아픔을 생각하며 치료하면 진정한 치료가 되는 것 같다”며 “올해는 아픈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방진료가 인기있는 것은 좋지만 한방공보의들의 처우나 진료환경은 여전히 좋지 않은 편”이라며 “앞으로 한방공보의 배치가 더 늘어나서 의료환경이나 복지문제도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비추었다.

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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