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한국인의 사상과 한의학
상태바
[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한국인의 사상과 한의학
  • 승인 2017.04.21 1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유옹

정유옹

mjmedi@http://


도서비평 | 한국인의 사상과 예술

 

『한국인의 사상과 예술』
국립 제주 박물관 著
서경 문화사刊

얼마 전 아이들과 국립중앙박물관에 갔었다. 근현대시대부터 조선시대, 고려시대, 남북국시대, 삼국시대까지 차례대로 내려오다 보니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시대에 따라 예술 작품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백자를 보다가 고려시대 상감 청자를 보니 그 화려함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연꽃무늬가 은은하게 새겨진 비취색 고려청자를 감상하다 조선백자를 보니 문양도 없고 투박하고 좌우의 균형도 맞지 않는다. 오랜 시간 음미해보니 여백의 미가 강조된 수묵화처럼 나름대로 소박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이 엿보인다. 조선백자와 고려청자 두 작품은 왜 차이가 나는 것일까? 

박물관 서점에서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국립 제주 박물관에서 ‘한국인의 사상과 예술’ 이란 제목으로 학술 강좌 했었던 자료들을 책으로 엮었다. 이 책에서는 고조선 시대부터 우리나라의 종교와 민간 사상이 우리 민족의 문화와 삶 속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니 우리는 지금도 전통 사상의 질서에 따라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이름을 지을 때 항렬자에 ‘목화토금수’를 넣어서 부모와 자식이 상생 관계가 되도록 이름을 짓는다. 그리고 태어난 날의 사주를 봐서 부족한 오행을 이름에서 채우기도 한다. 

지금도 시골에 가면 장이 서는데 “1·6장날, 2·7장날, 3·8장날…” 등도 모두 오행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그 동네의 산이 뾰족한 목형이면 3·8목에 해당하는 3일과 8일에 장이 서고, 산이 평평하고 완만한 토형이라면 토에 해당하는 5일과 10일에 장이 선다는 것이다. 단순히 종교적인 측면과 아울러 생활 속에서 판단하는 기준으로 우리는 전통사상을 이용하고 있다. 

작품을 통해 당시 그 지역의 종교를 유추할 수도 있다. 같은 고구려 시대 고분 벽화라도 신선 사상이 유행했던 지역에서는 구름이나 전설 속의 동물을 타고 승선(昇仙)하는 신선과 선녀들이 고분벽화에 나타나고, 불교가 들어왔던 지역에는 연꽃과 연봉오리가 그려져 있다고 한다. 

삼국시대부터 그려진 불교를 바탕으로 하는 불화는 고려시대에 절정기에 이르게 된다. 서양에서 예수그리스도와 성모마리아를 그릴 때 우리는 아미타여래, 관음보살, 지장보살을 그린 것이다.

지금도 절에 가보면 문짝마다 다른 꽃 모양으로 이루어진 창틀과 부처님의 생애를 그린 벽화 그리고 불상과 탱화들로 화려하다 못해 사치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반면에 유교의 사원이었던 서원에 가면 단출한 건물과 네모반듯한 구조로 절과는 비교가 된다. 이 책에서 이러한 차이는 유학이 실천을 중시하는 학문이면서 ‘인’과 ‘예’를 이념으로 백성을 교화하는데 기본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멋보다는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의학에서도 전통사상은 학문에 녹아있다. 신라시대『신라법사방』이라는 의서의 이름에서 보듯이 이미 불교가 전래하여 의학에 영향을 미쳤으며, 고려시대『향약구급방』에는 여러 차례 동물성 약재를 함부로 살생하여 사용하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유교를 바탕으로 백성을 사랑하는 왕의 명령으로 여러 의서들이 출간되었다. 특히『동의보감』의 「전녀위남(轉女爲男)」같은 조문에서는 당시 유교적 사회 분위기를 엿볼 수도 있다.

양생법과 도인법을 치료방법으로 제시한 『의방유취』나 정기신(精氣神)을 중요시한 『동의보감』에서는 도교를 바탕으로 하는 내용이 곳곳에 보인다. 그리고 임진왜란 이후 사명당 대사의 수제자로 알려진 사암은 불교 철학을 바탕으로 ‘일곱 가지 마음의 뜨고 가라앉음을 관찰하라!(審七情之浮沈)’를 강조하며 사암침법을 창안하기도 하였다.

이렇듯이 우리의 의학도 종교나 사상을 근본으로 발전하였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지금 한국에서 유행하는 서양 철학이나 기독교 등의 사상을 바탕으로 기존의 한의학과 융합하여 발전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전통사상을 잘 이해하여 우리의 의학을 연마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현시점에서 국민의 사상과 철학에 부합하도록 현대진단기기, 검사기 등을 사용하여 객관적이고 투명성 있는 치료도 해야만 한다.

사암한방의료봉사단,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정유옹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