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진돈의 도서비평] 주역을 쉽게 역해한 해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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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진돈의 도서비평] 주역을 쉽게 역해한 해설서
  • 승인 2017.03.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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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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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강설

주역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주역』을 최소한 한번쯤은 읽었을 것이고 주역관련 수십 권을 보신 분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주역󰡕을 역해한 해설서이다. 주역은 동양의 최고경전이며 노장사상과 불교사상의 발달 그리고 성리학이 형이상학적 체계를 구축하는 데 이론적 기초를 제공했다고 본다. 저자는 서구과학기술문명이 초래한 병폐를 극복하고자 고뇌하는 사람들이 <주역>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고 차근차근 되풀이하여 의미를 새기며 읽도록 해설했다.

의리역을 하신 저자의 모든 책을 이미 구입해서 보았는데 어떤 포럼에서 8회에 걸쳐 주역강의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20여년이 걸린 긴 작업이 사서삼경의 해설집을 한 사람의 손으로 처음 내놓은 것도 대단하고 중국의 주자도 해내지 못한 부분에 대해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며 한국인의 우수성을 알리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시는데, 자녀분도 한의대를 졸업했다며 반가워했다. 내내 식사를 같은 테이블에서 했는데 강의와 일상과 대화에서 참 겸손하신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저자는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교수로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한국에 출판된 사서삼경해설의 대부분이 일본책을 번역하거나 중국책을 참고한 것들이 대부분임을 알고서야 비로소 서양인들이 왜 동양철학을 논하게 되면 중국과 일본을 중시하고 한국이 안중에도 없는 까닭을 알게 된다. 이런 연유로 사서삼경의 해설서를 한국인의 시각으로 집필하리라 다짐한다. 처음 사서삼경을 시작하여 많은 시간과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으로 󰡔서경강설󰡕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그러나 원문을 읽어가면서 도도한 역사흐름 속에서 배양된 정치의 큰 원리에 매료되면서 요순부터 이어지는 역사가 중국의 역사가 아니라 상당부분이 빼앗긴 우리역사라는 사실도 알게 되면서 󰡔서경󰡕은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주장한다.

주역의 교훈이라면 다름의 인정과 자기 통찰을 통한 커다란 조화추구가 아닐까. 항상 변화는 세계를 주역의 원리를 통해 나와 세상과의 관계성을 읽고 복잡한 사태를 높은 원리 속에서 조명해보는 것이다. 또한 원리를 통해 변화를 인지하고 자기가 놓여있는 상황을 큰 틀에서 파악케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인기가 있는 고전이다.

책을 집필할 때 괘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 며칠 동안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고 한다. 난해한 󰡔주역󰡕을 어떻게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 나머지 ‘주역을 읽는 공식’을 만들어낸다. 이 공식을 가지고 괘를 읽으면 어려운 수학의 방정식이 공식을 가지고 풀면 술술 풀린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다른 해석에 비해 독특한 면이 있다. 예를 들면, 정신을 추구하는 마음이 乾卦의 하늘마음이라면 물질을 중시하는 것은 坤卦는 땅의 마음이다. 건괘와 곤괘로 온 세계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다. 가장 하늘을 닮은 사람으로 인내천, 내가 곧 하늘이다. 즉, 건괘와 유사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한국이다. 하늘 얘기가 많고 교회가 많고 가슴속에 하늘이 한국인에게 있다. 곤괘와 가장 닮은 나라는 일본이다. 교회가 적고 안 보인다. 건곤괘 사이에 자녀와 만물이 있다. 하늘마음에 가까운 나라가 한국, 그 다음이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순이다. 곤괘에 가장 가까운 나라가 일본이고 그 다음이 유럽, 미국 순이며 중국은 가운데서 상황따라 유동적으로 보았다.

건괘는 굳세고 에너지가 꽉 차고 넘치지만 치밀하지 못하고 엉성하다. 든든한데 가만히 있지 못하고 허술하다. 시간적, 공간적으로 힘이 넘친 상이다. 예를 들면 아들이 셋인 집은 힘이 뻗치고 늘 시끄럽다. 건괘는 당장 채용하고 자꾸 일을 추진하지만 계획서 가지고 오는걸 보면 엉성하고 허술하기 쉽다. 곤괘는 순응하고 나약하고 연약하지만 마무리나 정리나 따라가는 것 잘하고 꼼꼼하고 치밀하다. 일본은 치밀하고 잘 정리한 편이다. 돈이 되느냐 안 되는냐 해서 이익을 잘 추구한다. 곤의 경쟁적인 삶은 인간이 경쟁적인 삶을 영위한 결과 타인과 자연을 이용하게 되었고 과학을 발달시켜 문명을 이룩하였지만 인간은 더욱 경쟁적이고 분별적인 삶에 매몰되면서 본래의 자연적 삶을 상실하게 되었다. 분별적 삶의 세계를 의식세계라 본다면 상실한 부분의 삶을 의식에 지배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무의식의 세계라 할 수 있다. 결국 의식세계와 무의식세계에 두꺼운 벽이 형성되고 삶의 비중이 의식세계에 집중되면서 편리한 삶은 있지만 많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리하여 인간의 존엄성이 인정되지 못하고 그 가치도 물질적 가치로 평가되고 천박한 존재로 전락한다. 재력, 능력, 실력, 힘, 권력 등에 의해 평가받기에 이것이 없거나 약한 사람들은 존중받지 못하는 인생이 된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의식세계의 삶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본래세계에서의 자연적 삶을 회복하여 이를 통합하는 것이다. 의식세계와 너와 나의 구별이 없는 본래세계의 벽을 허무는 것이다. 즉 본래세계를 바탕으로 해서 의식세계의 삶을 영위하고 자연적 삶을 토대로 해서 분별하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역 괘를 뽑았는데 ‘가지 말라’는 지시가 나왔다면 이 괘는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의 본래세계 속에 있는 무한한 신비의 힘이 의식세계 있는 자기에게 깨우쳐주는 메시지이다. 이때 가고자하는 욕심을 억제하고 메시지를 따른다면 그 부분은 의식세계와 본래세계의 벽이 허물어진다고 본다. 그러면서 주역이 어떤 원리에 의해 제작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

 

김진돈: 송파구 가락2동(시인, 운제당 한의원장, 송파구립도서관 통합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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