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외국인 무료진료소 지킴이 한의사 안상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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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외국인 무료진료소 지킴이 한의사 안상호 씨
  • 승인 2003.12.0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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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으로 선교활동 하고파”


지난달 중순부터 외국인 불법체류자 단속이 시작되면서 외국인 무료진료단체 ‘선한 이웃 클리닉’의 안상호 원장(38·경기 누가한의원)은 그동안 친해졌던 몇몇 얼굴들이 보이지 않아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지난 2000년 4월 서울 중구 장충동 경동교회 중심으로 몇 단체들이 순수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선한 이웃 클리닉’을 설립했고, 이들은 매달 첫째·셋째주 일요일 오후에 경동교회에서 진료를 해왔다.

진료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이비인후과 등의 양방과와 한방진료과목이 마련돼 있다. 안상호 원장은 설립 초기부터 홀로 한방진료실을 꾸려왔다.

그는 “단속을 앞둔 지난 11월 첫째 주에는 환자가 3분의 1로 줄은 10명이 내원했어요. 이제 다시 예전의 수준인 30명으로 회복됐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죠”라며 불안하다고 했다.

안 원장은 어린시절부터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전주 출신의 그는 원광대 한의대를 입학한 후 ‘목사님·전도사’라는 별명으로 통할 만큼 성경책을 끼고 다녔다.

선한 이웃 클리닉을 주도한 경동교회에서 신자였던 안 원장에게 한방진료를 제의했고, 그는 흔쾌히 동참했다.

그는 “특별한 신앙심이나 의지로 거창하게 봉사를 시작한 건 아니에요. 그저 주어진 일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한때 종교관과 한의학의 철학적 차이에 부딪혔을 때는 심각하게 절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광대 종교서클에서 한의대 동기들과 동문수학하면서 갈등은 ‘선교 한방병원’을 만들겠다는 꿈으로 변했다.

안 원장은 “그 친구들이 지금은 제각각 생활하고 있지만, 그 중 한 친구는 기독교 병원에서 진료하고 있고 저도 기회를 노리고 있죠”라면서 “먼 미래에 꼭 한의학으로 선교활동을 하고 싶습니다”라며 웃었다.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는 동남아시아 쪽의 외국인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몽골·중국·동남아시아 인들이 비슷하게 내원한다. 동남아시아인들은 영어가 가능해 별반 어려움이 없었지만 최근 늘어난 몽골인들은 영어가 안 돼 통역의 도움을 받아야했다. 또 침을 무서워하는 외국인을 상대하기도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침 무서워하는 한국사람들도 있어요. 외국인이나 한국인이나 겁많은 사람은 똑같아요”라고 말한다.

노동으로 인해 근골격계질환이 많이 나타나는 외국인들은 예진을 통해 양방과목으로 배정을 받아도, 진료를 마치고 한방진료실로 찾아든다.

안 원장은 “혼자 진료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하루 30명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한의사 두 분이 도와주시겠다고 해 여유가 생겼다”면서 “한방진료실의 공간과 기구도 확충돼 많은 환자를 수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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