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난쟁이 인류 호빗에서 네안데르탈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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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난쟁이 인류 호빗에서 네안데르탈인까지
  • 승인 2017.03.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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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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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

참으로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재미의 기준이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 있어 재미있는 책이란 자그마한 실마리에서 차근하게 풀어나가는 추리소설처럼, 끈질긴 추적 끝에 논리적으로 맞아 떨어지고 합리적인 결론을 얻어내는 그런 책들이 재미있는 것들이다. 이러한 틀에 따라 기술된 책이라면 문학의 어떤 장르든지 흥미를 끌게 된다. 그러기에 시나 소설보다는 아무래도 수필이나 논설문들이 손에 잡히게 된다. 이렇다 보니 쉽게 읽히는 책들 보다는 어려운 철학이나 역사, 그리고 자연과학 서적들이 눈에 들어오고 손에 잡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도 이런 서적들이 전시되어 있는 코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고, 흥미를 끄는 제목을 선정하고 목차를 꼼꼼히 훑게 된다. 그렇게 고른 책들 중에 이 책은 근래에 읽은 것들 중에 단연 으뜸이어서 거의 단숨에 읽어낼 수 있었다. 왜냐하면 아주 쉬웠기 때문이다. 인류의 기원과 발달을 다루면서 이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처음이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2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현생인류에 이르기까지 고인류학적 견해를 기반으로 상세히 다루고 있다. 물론 시간적 차례를 두고 처음부터 다루고 있지만 구태여 차례를 의식하며 읽을 필요도 없다. 구성된 차례를 무시하고 아무 데서나 읽어도 각 주제는 그 자체로 하나의 맺음을 가지기 때문에, 연대기에 대해 의식하지 않고 읽어도 될 만큼 다양한 소재들은 테마에 맞게 고인류학적 접근이 용이하게 되어 있다. 물론 가끔 연대기가 궁금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때는 책 표지 안쪽에 있는 도표를 참고하여 연대를 이해하면 된다. 아마도 중고등 학생들이 즐겨 읽을 수 있는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것이어서, 편집체계가 연재되었던 주제에 맞게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의 끝맺음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여하간 전 세계에서 발굴된 화석들의 DNA분석에 따른 기존의 이론을 새롭게 정리한 근거까지 자세히 다루고 있어, 학생이 아닌 일반인이 읽더라도 고인류학의 새로운 지식들을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게다가 각 부의 첫 머리에 실린 사진은 인류의 시기마다의 모습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어 좋다. 다만, 바로 이런 측면에서라면 오히려 사진의 제공이 충분치 못하다는 점이 아쉽다. 아쉬움을 더하자면, 기후변화나 지질학적인 변화에 따른 인류의 진화과정이 충분하게 결합되지 않았다는 점도 있다.

물론 이러한 아쉬움이 있다고 해서 이 책의 훌륭함이 평가절하될 수는 없다. 그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한번쯤 이 책을 마주하고 인류의 진화과정에 대해 고고학적 발굴성과가 어떻게 기여하였는지 느껴볼 만하다. 어려운 발굴과정을 거쳐 육안으로 짐작되었던 것이 유전학적 분석에 의해 어떻게 재정리 되었는지도 살핌으로서 우리의 학문이 이론과 실재에 어떻게 대응되어야 하는지도 살펴볼 만하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점은 지역적 특성을 가지는 한반도 근처의 인류진화에 대한 의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하느냐의 문제점도 있다. 저자 또한 이 점에 대해 조심스런 언급을 하고 있지만, 객관성을 가지고자 했는지 아니면 한반도 고고학적 성과가 미흡해서인지 더 이상의 자세한 언급이 없다. 따라서 한의학적 접근에 있어서 고인류학은 고스란히 우리 자신의 몫이 된 셈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예서 멈출 수는 없다. 인류진화와 의학의 발전은 의학사의 한 모퉁이를 장식할 것이니까.(값 1만7500원)

 

金洪均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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