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대 암연구센터 객원연구원 고성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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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대 암연구센터 객원연구원 고성규 교수
  • 승인 2003.11.2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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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인프라 도움 받으며 임상시험방법론 연구
의대 캠퍼스 속의 한의학 전도사


한의계에는 공공의료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이 드문 게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상지대 한의대 고성규 교수(37·내과)는 한의대 교수 최초로 서울대 암연구센터에서 객원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그는 왜, 어떻게 서울대로 갔는가?

이런 궁금증을 안고 서울 종로구 연건동 캠퍼스에 자리한 암연구센터를 찾았다.
먼저 서울대에서 근무하는 느낌이 궁금했다.

“양의사들을 포함한 Scientist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사람들입니다. 요즘에는 트렌드가 한약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만 여전히 임상시험을 통한 유효성·안전성을 인정하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합니다. 양의사들은 한약의 독성을 과장해서 강조하는 경향도 있지요.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하고 고민을 많이 하지요.”

실제로 교수건 학생이건 관계없이 서울대 사람들의 한의학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라고 한다. 강의실에서 교수가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데 비해 한의학을 설명해주는 사람은 전혀 없다보니 교수·학생 모두 부정적 인식에 사로잡힌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럴 때마다 자신이 서울대에 온 것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고 한다. 끊임없이 대화하다보니 적어도 자신이 접하는 사람들은 적대적인 입장에서 중립으로 전환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대에 한의사나 한의학이 필요한 것은 단순히 인식을 개선코자 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의 목적은 연구다. 한의학의 유효성·안전성 확보를 위한 protocol을 개발하는 것, 객관적인 처방조합을 개발하는 것이 그의 연구과제라고 한다. 앞으로는 2, 3년간 사람·동물에서의 세포주를 이용한 시험관내 실험을 할 예정이다.

서울대에서 연구하면서 그는 서울의대의 인적인프라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도 귀띔한다. 각 분야의 전공자가 전부 모인 데가 서울대라고 평한다.

그가 서울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9월이다. 교육부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서울대 임상시험센터의 교환교수를 신청, 5:1의 경쟁을 뚫고 입성한 것이다. 또 임상시험센터에 근무하던 올 2월에는 암연구센터 객원연구원이 되었다. 이리하여 상지대병원에서 이틀을 진료하고 나머지는 암연구센터로 출근한다.

배움에 대한 그의 열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특히 임상시험방법에 대한 그의 관심과 열의는 수련의시절에 싹텄다고 한다. 석사학위 논문을 쓰는데 필요한 측정도구를 배우기 위해 저널의 저자가 근무하는 학교로 찾아가기도 하고, 통계처리방법을 배우기 위해 고대 심리학과 사무실에 노크하면서 한의학 연구방법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회고했다.

한의학 임상시험연구방법론 분야의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분과학회와 연구소, 한방병원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내년에는 K한의대에도 출강한다.

고 교수는 연구인력의 양성과 연구에 대한 관심이 한의계내에는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한의계가 관심을 갖고 있는 국립암센터에 한의사를 파견하는 문제도 당위를 떠나 현실을 냉정하게 뒤돌아볼 것을 촉구한다. 국립암센터에 한의사를 보내는 일은 한의대 내과과목에 감염내과와 혈액종양내과를 개설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아울러 ‘한의학연구방법론’ 과목을 개설할 것도 시급하다고 말한다.

임상시험이란 분야가 한의계에 비록 생소하지만 정열을 불태우면서 개척해가는 사람이 있기에 한의학에는 희망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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