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아이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발도르프 생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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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아이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발도르프 생활교육
  • 승인 2016.12.1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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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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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키워야 크게 자란다

얼마 전 한 지인이 책을 보내줬다. 출판사를 통해 저자 김영숙님에게서 보내진 것이다. 그동안 지리학, 박물학, 고고학, 지질학, 자연사 등의 책을 읽으며 소개해왔던 여러 책들이 있었지만, 이를 읽고 소화하기가 그리 녹록지 않았기에 항상 시간에 쫓기며 원고를 써왔다. 한의학을 이해하기 위한 주변과학들을 훑는다는 것이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더구나 천편일률적으로 중국의학에 기원을 두고 있는 한의학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기란 많은 납득하기 어려움이 있기에, 이를 바로잡으려면 더욱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그만큼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기가 어려웠던 점이 많았던 터에, 잠시 휴식을 가지기 위해 가벼운 읽을거리로 삼는다는 마음으로 지인의 책을 읽었다. 이미 아이들을 다 키웠기 때문에 어떤 도움이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의외로 배울 점이 많아 어느새 꼼꼼하게 챙기며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로 ‘가능성을 믿어주는 교육’, 두 번째로 ‘삶의 리듬을 회복하는 교육’, 세 번째로 ‘기질을 존중하는 교육’, 네 번째로 ‘감각을 열어주는 교육’이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이 모든 서술들이 한의학과 아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누구나 자신만의 꽃을 피우는 때가 있는 것처럼 믿음과 기다림을 가져야 한다.’는 것인데, 인간 자체의 이해를 도모하고 있는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정기신(精氣神)적 사고관이 되어 있다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였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신체적 성장을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밤낮과 계절의 변화에 따르고 7년 주기로 아이가 변화하는 과정에 따른다는 교육관은 소개하고 있다. 물론 보다 덜 체계적이고 보다 세분화되어 있지 않지만, 한의학의 가장 기초적인 원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 다루는 자연관과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세 번째 부분에서는 타고난 기질을 이해하고 그 본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는 얘기인데, 이 또한 음양(陰陽)의 기울기에 따른 태소(太少)를 나누어 사상체질(四象體質)을 언급하고 있는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의 얘기와 흡사하다. 네 번째 부분에서는 노래와 율동으로 오감을 키워 아이들에게 에너지를 발산할 시공간을 허락하자는 얘기인데, 이것 역시 <의방유취(醫方類聚)>에서 얘기하고 있는 오장육부(五臟六腑) 도인법(導引法)과 흡사하다.

저자가 한의학을 이해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발도르프 생활교육이 한의학을 모방한 것도 아닐진대, 그 모습은 한의학에서 얘기하고 있는 심신의학적 기초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 책을 읽으며 내내 재미있었지만, 그동안의 자신을 반성하게 되고 한의학의 교육학적 연계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우리 한의사들은 너무 의학내적인 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말하자면 한의학의 확대재생산에 이런 면들도 고려한다면, 교육철학적 고려가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서, 또한 국가적인 미래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길 수 있겠다. 물론 이를 위한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고 헤쳐 나갈 일들이 참으로 많을 것이다. 이미 학문의 영역은 열려있고 그것이 공유되어야 한다는 것이 현대의 연구풍토이자 세계적인 추세임은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은가! 현재도 이런저런 분야와 한의학이 접목되고 있지만, 조금 더 눈을 들어 주변을 살펴보는 오늘이 되었으면 한다. (값 1만3800원)

 

金洪均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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