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표준질병사인분류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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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표준질병사인분류 이대로 좋은가?
  • 승인 2003.11.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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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과별 열거 수준, 개정 필요성 공감


환자 챠트 기록, 진단서 기재, 보험청구, 혹은 강의·소견서·통계·연구에 수반되는 한방표준질병사인분류. 한방병명을 먼저 쓰고 양방병명(KCD)을 병기하는 현행 분류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94년에 발간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한의)’는 분류체계 미흡, 한방의 특성을 못 살림, 원칙이 없음, 양방과의 비교 곤란, 한방의 규격화가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대다수 한의사들은 분류체계의 미흡과 관련해 “분류체계가 계통적이지 못해 상병을 선택하기가 어렵고, 감별진단의 기준이 모호하여 진단을 확정할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과별 분류 체계에 따른 동일한 내용의 중복 문제, 병명과 변증·병명의 혼재에 따른 현상들이다. 이밖에도 본인이 진단한 질병명이 없거나, 임상에서 전혀 볼 수 없는 병명이 많다는 인식도 기존 분류체계의 일대 개편을 요구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2000년 한의계의 개편 요구에 따라 ‘한방표준질병사인분류기준 제정(안)에 관한 연구’를 실시한 바 있고, 한의협도 개편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중 특히 한의협이 작성한 개편안은 한의계의 광범위한 여론을 수렴한 결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표준으로 하고 한의학병명을 부기하는 식으로 작성하였다. 그러나 이 안은 작성된 지 2년이 되어 가는데도 통계청에 제출되지 않은 채 책상 속에서 잠자고 있다. 통계청의 보건의료통계 담당자는 “올해 초 한의협에서 개정한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인지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면서 “한의계내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듯하다”고 추측했다.

사실 한의계는 개편방안을 합의해놓고도 각론뿐만 아니라 큰 틀에서 상당한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대학병원소속 근무자들은 한의학계는 KCD + 한방변증명 병기 방식의 조속한 시행을 희망하고 있는데 반해 학계 일각에서는 시행하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대학의 경우 한의대교육의 절반을 일반의학, 즉 양방의학을 배우면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는 왜 사용하려고 하지 않는지 의문을 표시한다. 모대학 부속 한방병원에 근무하는 한 교수는 “변증명, 증상명, 질병명이 혼재하는 등 일목요연한 체계가 없어 분류라기보다 열거라고 해야 합당한 한방분류를 일반분류에 앞서 사용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고 꼬집는다.

학계의 한 관계자도 “우리 욕심에서는 한방+양방 표기를 하고 싶어하겠지만 국제적 통계를 내는 데 있어서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면서 “다만 양방으로 포괄되지 않는 한방 고유의 질병은 별도의 코드를 신설해 담아낼 수 있고, 또 그런 항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궁극적으로 KCD 체계로 가도 별 무리가 없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개원가에서는 상반된 견해가 혼재돼 한의협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간단한 양방검사와 한방적 변증을 결합하면 쉽게 해결될 것을 굳이 한방적 진단을 고집할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양진한치식의 편리함만을 우선하다 보면 한의학체계가 붕괴된다고 주장하는 부류도 있다.

한의계내의 이견이 적지 않게 존재함에 따라 한의협은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의협의 한 관계자는 “바꾸는 일은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한방병명과 양방병명이 1:1 대응이 되지 않고, 양방병명의 사용에 따르는 교육과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결국 한의계의 논의단계는 원론으로 회귀하는 듯한 경향을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한방질병을 어떤 방식으로 분류하는 것이 바람 직하느냐에 초점을 맞춰 반대의견을 수용해내는 논의를 좀더 진행시켜야 할 것 같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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