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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진돈의 도서비평] 내가 단단해지는 새벽 공부 천년의 내공
천년의 내공
2016년 11월 10일 () 09:26:21 김진돈 mjmedi@mjmedi.com
   

조윤제 著, 청림출판 刊

요즘 인문학이나 고전에 관련된 책들이 많이 나온 것은 그만큼 삶이 건조하다는 의미다. 이 책은 현 중국 지도부의 멘토 역할을 했던 중국의 국학대사 지셴린이「논어」「맹자」「사기」등의 역사서, 「시경」「당시」등의 문학서 등 100여 권의 고전에서 뽑은 148구절로 선정했던 글들은 중국인들이 삶의 지침으로 삼고 암기하고 있는 문장들이다. 이 구절들에서 우리 문화와 정서에 맞는 90여개를 뽑아 해설을 붙였다. 중국 천 년의 내공이 담긴 글들이 많다. 몇 가지를 살펴보자.

「논어」의 마지막 문장에 三不知처럼 먼저 스스로를 바로 세우고 타인을 배려하는 내적 충실함을 갖춘 사람이 말과 사람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며 지도자이며 군자다. 오늘날 진정한 지도자나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내공은 품격과 리더쉽 그리고 호연지기로서 格, 治, 氣를 말한다. 내공을 쌓으려면 수천 년을 이어온 동양고전을 통해서라고 강조한다. 「대학」에 “한 마디의 말이 큰일을 그르치고 한 사람의 힘이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말처럼 리더의 말이 중요하다. 이때 필요한 세 가지가 나와 상대를 함께 높이는 품격인 格, 상황을 다스리고 사람을 가르치는 治와 상대를 제압하는 기세인 氣이다. 이것이 갖추어졌을 때 그에 합당한 일언천금의 가치가 그 말에 담겨질 수 있다고 보았다. 저자는 성현들이 새벽공부와 성찰로 자신의 성장과 수양을 했기 때문에 내공을 쌓기 좋은 새벽시간 활용을 권한다.

이 책은 크게 격, 치. 기로 구성 되었다. 첫째는 格으로, 대장부의 자격에 대해 “천하의 높은 곳에 거하고, 바른 자리에 서며, 큰 도를 행한다. 뜻을 얻으면 사람들과 함께하고, 얻지 못하면 홀로 그 도를 행하리라. 부귀를 가졌어도 부패하지 않고 가난하고 힘들어도 포부를 버리지 않고, 권위와 무력에 굴복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라야 대장부라 부를 만하다.” 두 번째는 治로, 청 말기 국학대사인 왕국유는 ‘경계론’에서 위대한 업적을 성취했던 사람들이 거쳤던 학문과 삶의 세 가지 경지를 인생삼경계人生三境界라고 하며 그에 걸맞은 시 세수를 인용했다.

북송시대 시인 안수가 쓴 ‘접련화蝶戀花’에 “어젯밤 가을바람에 푸른 나무 시들었네. 홀로 높은 누대에 올라 하늘 끝닿은 길을 빠짐없이 바라보네”(작야서풍조벽수 독상고루 망진천애로昨夜西風凋碧樹 獨上高樓 望盡天涯路)라는 구절에서 연인을 그리는 쓸쓸한 마음을 노래했지만 왕국유는 더 높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꿈을 키우고 철저하게 전략을 세우는 자세로 봤다. 높은 이상을 품고 그것을 실현하려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공을 자신의 안에 쌓는 것, 공부다. “어젯밤 가을바람에 푸른 나무 시들었네” 표현처럼 고난과 어려움이 닥치기 마련이다. 이때 더 높은 이상을 세우고 자신의 앞날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홀로 높은 누대에 올라 하늘 끝닿은 길을 빠짐없이 바라보네” 라는 구절은 이런 각오의 의미다. 왕국유는 두 번째 단계로 북송시대 방랑시인 유영의 같은 제목의 시 ‘접련화’에서 한 구절을 인용했다. 옷 띠가 점점 느슨해지더라도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 그대 향한 그리움에 초췌해지더라도(의대점관종불회 위이소득인초췌 衣帶漸寬終不悔 爲伊消得人憔悴), 이 구절 역시 사랑하는 연인을 그리워하며 초췌해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왕국유는 성취의 두 번째 단계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에 비유해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몸이 여위어 갈 정도로 노력해야 한다. 성공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마지막 구절은 남송시대 시인 신기질의 ‘청옥안靑玉案’의 구절이다. “무리 속에 그대 찾아 천 번 백 번 헤매었지. 홀연히 고개 돌려보니 그대 그곳에 있네, 등불을 환하게 비추는 곳에.” 연인을 찾아 헤매다 드디어 재회하는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인생삼경계’에서는 드디어 목표를 이루고 성공을 얻는 기쁨의 순간이다. 비록 시간을 정할 수 없고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노력의 결과는 반드시 얻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작이다. 어려운 시기는 누구나 있고 푸른 나무도 시들지만, 멀리 내다보고 세심히 준비했던 사람은 이 시기를 이겨내고 자신의 이상을 이룰 수 있다고 보았다.

세 번째는 단 한마디로 제압하는 힘, 氣이다. 「상서」와「맹자」에 실린, “무릇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긴 후에야 남들이 업신여기며, 집안 역시 스스로 무너뜨린 후에야 납들이 무너뜨리며, 나라 역시 스스로를 친 후에 다른 나라가 공격하는 것이다.”라는 구절은 개인이나 집안이나 나라든 크기와 상관없이 망하는 것은 모두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의미다.

「논어」<자장>편에 군자의 세 가지 변화를 말했는데 “멀리서 바라보면 위엄이 있고 가까이서 대해보면 온화하며 그의 말을 들어보면 엄정하다”처럼 위엄과 온화함을 함께 갖추되 불의 앞에서는 엄정하고 단호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이다.

비범함은 평범함 속에 있다. 보기에는 평범한 것 같으나 특이하게 우둑 솟고, 쉽게 이뤄진 듯하지만 도리어 어려움을 거친 것이다.(看似尋常最奇崛 成如容易卻艱辛) 모든 사물, 모든 사람은 극치에 다다르면 단순해지고 본질에 충실해진다. 소동파는 자신과 같은 해 과거 급제했던 장호를 보내며 준 글을 풀이하면 “폭넓고 두터운 지식을 쌓되 핵심을 찌를 수 있는 전문성도 있어야 하고, 분명하고 자신감 있게 스스로를 드러내되 겸손함을 바탕으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이백의 시 행로난(行路難)의 마지막 구절에 “큰 바람이 물결 헤치면서 구름 돛 달고 드넓은 바다로 나아가리”라고 했다. 인생길이 어렵고 힘들지만 고난을 헤치고 나가면서 때를 기다리면 반드시 큰 꿈을 이루는 날이 올 것이라 확신했다.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큰 바람이 불 때를 기다릴 수 있는 지혜와 합당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2006년 후진타오 전 중국 주석이 서울대 강연에서 인용했는데 우호적이고 희망찬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말로 적격이다. (값 1만5800원)

 

김진돈(시인, 송파구 가락동 운제당한의원장, 송파문인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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