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박물관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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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박물관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 승인 2016.11.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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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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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박물관기행

지난 도서비평에서 자연사박물관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박물관을 소개하자니 조금 중복되는 느낌도 있어 약간 꺼려졌지만, 내친 김에 좀 더 폭넓게 소개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지면을 할애해본다. 지난번에 소개해서 알 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이 책은 우연히도 전곡선사박물관에서 발행했던 ‘한국인의 기원(Origin of Koeran People)’의 저자와 같은 배기동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작품이다. 더불어 지난 ‘한국인의 기원’에서 다소 못마땅했던 그의 학문적 접근태도가 이 책을 통해서 조금 누그러지는 점이 있기 때문에 함께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식민사학의 반도사관에 입각한 표현들이 조금 엿보였기에 언짢았던 기분이, 우리 문화에 대한 목마름을 가지고 만든 이 책을 통해 그의 인간적 풍미가 다소 느껴졌다.

그것이 어찌되었던 우리나라도 제법 박물관 수가 많아져서 이곳저곳을 다녀보지만, 실제로 어디를 목표로 어떤 목적으로 가야할지가 때로 막막할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전국의 박물관을 8종류로 나눠 체계적으로 정리하였기 때문에, 분명한 주제를 가지고 떠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제1부 명문가와 우리 문화, 열정과 지성을 찾아서, 제2부 멋과 솜씨, 전통기술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제3부 자연과 인간, 그 달콤한 만남을 찾아서, 제4부 치료의 역사, 사람에 집중했던 의학을 찾아서, 제5부 발명과 발견, 인간의 위대한 도전을 찾아서, 제6부 흔적과 흐름, 땅에 숨겨진 역사를 찾아서, 제7부 배움과 기록, 우리 지식유산을 찾아서, 제8부 세계와의 소통, 문명의 대화를 찾아서 등 8부로 나누고 모두 41곳의 박물관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전국의 모든 박물관을 다 소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의 정리만으로도 대개의 박물관에 대한 사전지식을 얻을 수 있고, 박물관을 다니는 지침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도 남음이 있다. 박물관 안에 소장되어 있는 수많은 물건들을 만나면서 당시 사람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것이 수집되는 과정에서의 애환들을 느끼며 찬찬히 훑어볼 수 있는 희열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일일이 톺아보는 과정에서 우리 역사를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박물관 기행은 답사여행 이상의 가치가 있다. 소장되어 있는 그 물건들 자체가 과거의 유산들이지만, 또한 우리 후손에게 전해줄 미래유산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소중한 자료이기에 이 책은 그 소임을 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제4부 치료의 역사에서 허준박물관과 가천박물관, 그리고 한독박물관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들 박물관의 소장품들이 모두 한의학과 연관되어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방과 양방을 함께 소개하고 있는 한독박물관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한의학 관련 소장품들을 갖고 있다. 그만큼 우리 의학의 소중한 가치가 인정되고 수집되어 전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바로 그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면 이를 국가에서 우리 의학의 전통적 가치를 이해하고 수집과 보존 및 관리하거나, 아니면 이를 위해 지원해준다면 더욱 좋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든다. 실제로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각 대학에서 전문인을 두고 박물관을 운영하고 관리한다면, 그 자료들이 곧 연구 성과로 드러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현실은 한의과대학 모두에 박물관이 있지 못하고,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의학의 역사는 이런 측면에서도 아직 성숙되지 못하다는 반증이 아닐까?(값 1만9800원)

 

金洪均 /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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