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채한의 미주통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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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향] 채한의 미주통신(1)
  • 승인 2003.11.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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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물 임상현장에서 조화롭게 사용
연구원칙 철저 준수 … 방침변경은 공개토론으로
상보대안의학 이용률 급증 불구 치료효과 규명 안돼


대체의학을 이용한 양의계의 한방의료행위가 빈발하자 한의계는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근거 확보가 시급하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국내적 상황을 고려해서 본지는 미국의 최신 서양의학과 대안상보의학(CAM)의 연구동향을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필자인 채한박사는 지난 9월까지 본지에 ‘보스톤통신’을 연재한 바 있다. <편집자 주>


미국은 원칙에 철저한 나라입니다. 규칙을 간단하고도 기본적인 것으로 정하고, 이를 반드시 지키고 있습니다, 잘못 된 것들의 수정은 공개적인 검토를 거쳐서 이루어지고요. 미국의 교통신호를 보면 훨씬 쉽게 이해가 됩니다. 빨간불에는 무조건 서야 되지만, 파란불일 때에는 직진은 물론, 안전한 경우에는 우회전, 좌회전, 중앙선을 넘어가는 유턴까지 허용됩니다.

미국에서의 연구도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방침에 따라서 모든 일을 진행하고,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서 방침을 개선하는 거죠. 이런 원칙 위에서 본다면, 상보대안의학(CAM)에 대한 모든 기본 원칙들은 NCCAM (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이라는 정부 기관의 기관지 속에 담겨 있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오늘은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at the NIH’라는 정부 공식 간행물의 가을판 (FALL 2003)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문이 궁금하신 분은 홈페이지(http://nccam.nih.gov/ news/newsletter/index.htm)를 직접 방문하셔도 좋겠습니다.

□ NCCAM은 암치료에 사용되는 CAM에 대한 과학적 해답을 찾고자 한다

“2003년 130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암진단을 받았습니다, 암은 2001년 미국인 사망 원인에서 두 번째를 차지한 공중보건의 주요 관심사입니다. 2002년 국립보건원 통계로 본다면, 암 치료를 위해 17억불 이상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많은 암 환자들과 치료기관들이 상보대안의학을 사용하고 있는데, 한 통계 조사에 의하면 83% 이상의 환자들이 상보대안의학을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단, 한국과는 다른 현실을 보는 것 같습니다. 환자들과 치료기관들이 공개적으로 상보대안의학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현실과는 너무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미국에서의 암 치료에 대한 상보대안의학의 이용도가 83%라고 한다면, 신뢰성 있는 통계 조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한국의 경우에는 99%에 육박할 것이겠지요.

“NCCAM 소장인 Stephen E. Straus 박사는 ‘현대 의학은 암의 치료와 예방에 대해서 적절한 대답을 하고 있지 못하다. 많은 미국인들이 현대의학을 떠나 상보대안의학을 향하고 있지만, 아직 이들 대부분의 치료법이 아직 그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untested) 상태이다’”

“침이 대장암, 항문암 환자의 생활의 질을 높여주고 정신적 안정을 주는가를 연구하고 있다. 골육종의 항암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전침(Electro Acupuncture)의 구토 억제 효과를 연구하고 있다. 항암 치료 초기(24시간 이내)에 발생하는 구토는 현대의학으로 제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1일에서 5일 사이에 발생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아직 관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현실에서는 한의학과 서양의학계의 공동 연구조차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미국에서는 이들이 임상 현장에서부터 비교적 조화롭게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의사가 한의학 연구원 원장에, 한의사가 국립 암센터 원장에 선임되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 같습니다. 인간이 행하는 이상 부족할 수밖에 없는 서양의학과 전통의학의 한계가 명확하게 규정되고, 서로의 강점을 활용해서 환자 치료에 도움을 주자는 것이 미국 의료계의 공식적인 입장인 듯 합니다.

참고로, 항암 치료에 대한 상보대안의학 관련 연구 동향은 Journal of Clinical Oncology, 2000, 18(3), 2505-2514와 Journal of Clinical Oncology, 2000, 18(3), 668-683을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 비타민제에 대한 연구 결과

“2003년 USPSTF(미국 예방의학 연구단)는 암 예방과 심장 질환의 치료법으로 제시되어온 비타민 A, C, E, 그리고 엽산이 함유된 복합비타민제, 항산화 복합제 등에 대하여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β-카로틴이 암, 심혈관계질환, 폐암에 효과가 없다는 것도 발표하였습니다. 이 연구의 결과는 NIH(국립 보건원), DHHS(보건복지부) 혹은 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03년 7월호)를 통해 배포됩니다”

많은 한국 의사들의 믿음 중 하나가 비타민의 광범위한 예방 의학적 효과입니다만, 상당수 질환에 대하여 특별한 효과가 없다는 공식적인 결론인 듯 합니다. 미국 의료 시스템에 있어서 배울 점의 하나가 이런 의료 정보를 공식적이고 신뢰할만한 통로로 일반 대중에게 알린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보건복지부가 이런 부정적 연구 결과를 홍보했다면, ‘제약사 죽이기’라는 제약협회의 비난을 받았겠지요.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내용은, 연구 결과의 한국 유입 방법입니다. 많은 상보대안의학 연구 결과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부정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를 회피하고 있으며, 긍정적인 효과나 뚜렷한 임상 응용 가능성을 지닌 것은 정치적 혹은 상업적 목적에서 소개되고 있는 듯 합니다. 또한 많은 연구 결과들이 한국 임상계에 보고되는 가운데, 외국의 연구 결과를 단순히 번역·소개하면서 양방 의학계의 연구 성과인 것으로 표방되는 태도는 양심의 문제라고 하겠지요. 미국에서의 연구 결과는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니고, 임상과 연구에 필요한 모든 사람이 사용해야 하는 오픈된 정보입니다. 한의학에 대한 연구라면 분야나 내용에 상관없이 한의학계가 앞장서야 할 것이며, 부정적인 결과 또한 효과적인 임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계속>


■ 필자 약력 ■

△경희대 한의대 졸 (한의학 박사)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원, 특수전 사령부 한방과장 역임
△전 미 하바드의대 연구원
△현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재단 종합의학센터 근무


궁금한 사항이 있으신 분은 아래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Email : chaeh@ccf.org
Homepage : www.chaelab.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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