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22] 다움 류기원(경희대 한의대 교수)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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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22] 다움 류기원(경희대 한의대 교수) 下
  • 승인 2003.11.1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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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 치료에 몸바친 외길 43년
강한 실험정신 치료의 과학화 앞당겨


40여년간 오로지 난치병 치료와 연구에 몰두해 온 류기원 교수는 한의학적 오장개념의 분류로 나뉜 비계내과의 명의로 통한다. 그는 비계내과학이 개설될 당시 초대 주임교수를 맡는 등 비계내과학이 학문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발전시켜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사람들은 보통 많이 먹어야 기운이 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 인식하고 있는 상식”이라면서 “비위 기능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가 가장 기운을 낼 수 있는 한계”라고 말했다. “보통 식사후에 공부나 일을 하려고 하면 졸음이 오는 것을 ‘脾虛(소화기능의 약화) 故也(때문이다)’라 해서 위장기능의 상실이 수면을 부르고 사지가 나른해 꼼짝하기도 싫은 피로의 상태로 몰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과거엔 과도한 육체노동으로 인한 피로가 주를 이뤘다면, 요즘은 현대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위장장애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위장능력에 맞게 식사습관을 갖는 것이 피로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평생을 난치성 질환치료에 몸담아 온만큼 그를 거쳐간 환자도 다양하고, 기억에 남는 환자도 많다.

어느 날 위암진단을 받은 환자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류교수를 찾아왔다. 그 환자는 진찰중에도 침대에서 이리저리 구르는 데다 심한 구토 증상까지 보일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진찰을 마친 류 교수는 우선 약을 두어첩 지어주었다. 이틀만에 다시 온 이 환자는 이틀동안 고통없이 단잠을 잘 수 있었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렇게 류교수에게 치료를 받은 이 환자는 18년째 아무런 탈 없이 잘 살고 있고, 이제는 손자가 아프면 류교수에게 직접 데리고 온다고 한다.

또 한번은 사망률이 높은 질환으로 유명한 ‘만성신증후군’을 앓는 10살 된 어린 아이가 왔는데 온몸이 심하게 부어 마치 ‘드럼통’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한다. 아이의 증상은 매우 위험한 상태여서 주위 동료의사들 조차 우려할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내 병실문을 열고 들어온 환자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그 환자가 무언가 얻어서 나갈 수 있도록 하자’는 자신의 신념을 되새기며 조심스레 약을 지어주었고, 그렇게 붓기가 조금씩 가라앉아 4년 간 차도를 보며 진료했다 한다. 훗날 그 아이가 서울의 명문대에 과수석으로 입학하게 됐다면서 찾아왔을 땐 “정말 의사된 기분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이렇듯 자신만의 특유의 진단과 치료 방법을 써서 각종 난치성 환자들을 완치시켜왔다.

비록 남들은 다소 꺼려하는 난치성 질환이지만 많은 관심을 두고 치료방법을 연구 개발하는데 부단히도 노력한 덕택에 지금까지 발표한 논문만도 100여편이 훨씬 넘는다.
지난 2000년엔 문하생 50여명이 1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회갑논문집을 헌정하기도 했다.

류기원교수와 30여년을 함께 근무했다는 경희의료원 류봉하 한방병원장은 “초창기 한방병원의 체계를 잡은 분으로 특히 만성질환과 소화기내과의 기초를 다지는데 누구보다 선두적인 역할을 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그는 지난 90년대 초반 성인병과 악성종양을 전통 한의학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실험논문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전통한의학에서 많이 사용해 온 치료제에서 엑기스를 추출해 암세포를 주사한 생쥐에 투여한 결과 상당기간 생쥐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러한 약물의 동물실험은 한약의 항암작용과 면역반응 효과를 객관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류 교수는 “당시 생쥐실험으로 항암, 면역효과를 밝혀내 이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각종 난치성 만성질환자의 임상치료를 보다 과학화하고, 체계화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같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실험정신은 강의에서도 나타났다. 그는 단순히 책 중심으로 이뤄지는 형식적인 강의를 거부했다. 환자를 보면서 왜 그러한 진단과 처방을 했는지를 학생들로 하여금 토론케 했다. 이런 식으로 강의를 하다보면 어떤 날은 자정이 넘은 시각까지 실습을 하는 날도 있을 정도로 몰두했다고 한다.

경희의료원에 근무중인 3년차 레지던트 K씨는 “교수님은 강의하실 때 언제나 답변이 명쾌하고, 막힘이 없다”면서 “학생들사이에서도 한 카리스마 하시는 분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류교수는 제자들에게 그의 오랜 임상과 연구를 통해 얻어낸 지식과 경험을 총 동원해 아낌없이 가르치려 애써오고 있다.

평소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한다는 류교수는 지금의 한의계에 대해 “내가 한의계에 발을 내딛을 당시보다는 눈에띄게 위상이 높아져 다행”이라며 흐뭇해했다.

그는 현 한의계 후배들에게 “실타래처럼 아주 복잡하게 엉켜있는 듯한 우리의 삶도 하나하나 풀다보면 더디긴 해도 언젠가는 다 풀리게 마련”이라면서 무슨 일을 대하든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주길 당부했다.

류기원 교수는 요즘 5년동안 해오고 있는 저서 집필에 여념이 없다.
2005년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그는 “지난 40여년 세월에 스며있는 나의 모든 임상경험과 한방병원 설립 당시부터의 임상 등을 총 정리한 ‘경희의학 반세기(가제)’를 예정대로 내년에 꼭 출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퇴임을 하더라도 환자들이 나를 필요로만 한다면 난치성 환자들의 병을 치료하고 돌보는 것으로 남은 여생을 바치고 싶다”는 바람도 비추었다.
부인 김금순(57) 여사와의 사이에 1남4녀를 두고 있다.

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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