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 복지부, 관련자 처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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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유기 복지부, 관련자 처벌하라”
  • 승인 2003.11.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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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양의사 한약처방’ 위법성 여부
대법원 판례 불구 2년간 결론 미뤄


한약제제 관리에 관한 대대적 손질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양의사의 한약제제 처방이 불법임이 확인됐고, 이제까지 결론을 유보해 왔던 복지부의 행태는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어 더 이상 이를 방관하고 있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명확한 법 규정이 없을 때 판례는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발휘한다는 점을 놓고 볼 때 양의사의 한약제제 처방은 확실한 불법이다. 따라서 의료법을 완전히 뒤집기 전에는 현재 만연하고 있는 양의사의 한약제제 처방은 제재를 면하기 어렵게 됐다. <대법원 판례 아래>

또 대법원 판례의 골간인 “성분분석과 분석된 성분이 인체나 병원에 대한 기능에 관해 연구된 결과 없이 사용한 것은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조항과 관련해 최근 양방의료의 보험급여로 등재된 소청룡탕, 갈근탕류도 다시 문제로 비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 11월 3일자에 폭로된 바에 따르면 의사가 한약제제를 처방한 사건에 대해 복지부가 “위법성 여부를 가릴 경우 양ㆍ한방간 분쟁 가능성이 있다”며 결론을 내리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위법 가능성이 큰 이 사안을 2년 동안이나 덮어둬 직무유기를 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보도요지 아래>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각 시·도지부 한의사회에서는 일제히 성명을 내고 크게 반발하고 나서 정부와 한의계의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경기도한의사회는 “준엄한 대법원의 판결도 무시한 복지부는 안이하며 무책임한 행정을 언제까지 지속할 것이냐”며 “국가가 인정한 의료인의 배타적 권리가 침해당하는 현실을 외면할 것인가”라고 항의했다.

또 대구시한의사회는 “대법원 판례상 명확하게 드러난 무면허의료행위를 담당 부서가 현행법규정이 모호하다는 핑계로 업무를 미루고 수수방관한 것은 담당 행정 당국으로서의 책임을 포기한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평가했고, 울산광역시한의사회는 “의사가 한약제제를 처방한 사건에 대해 지금까지 덮어둔 사실은 분명 한의사제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이권단체에 대한 복지부의 편파행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한의사회는 모두 △양의사의 한약처방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것 △관계 당국의 사과 및 관련자 처벌 △한약제제의 법률적 분리를 위한 조치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안일하게 대응했던 한의협의 책임을 추궁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의사 전용 통신망을 통해 모 한의사가 “모르고 있을 리도 없고, 그냥 잠자코 있었다면 이건 좀 이상하네요”란 글로 시작된 불만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한의협의 행보를 무겁게 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광역시한의사회는 “법 위반여부에 대한 질의에도 불구하고 위법여부를 규명하지 못하고 행정처벌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한의협과 복지부는 명백한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라며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서울시한의사회는 “한의협은 당시 집행부 교체와 맞물려 적절한 조치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새로운 집행부가 그 사건이 향후 한의계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이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제기 등 적극적으로 대책을 강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복지부의 미온적 대응은 의료질서를 크게 문란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한의계의 한 관계자는 “복지부의 직무유기가 결국 불법행위인 양의사의 한약제제 투약을 확대시켜 놓은 꼴이 됐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한의계는 이와 같은 상황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데는 한 목소리를 나타냈다.

한의협의 한 관계자는 “의약품을 일반과 전문으로 나누는 것은 광의적 해석일 뿐”이라며 “이보다 중요한 것은 약사법에 ‘한약제제라 함은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하여 제조한 의약품을 말한다’는 기본 정신”이라고 지적했다. 즉, 약사법 부칙에 의해 한약제제가 일반의약품으로 분리돼 있으나 이 규정이 양의사가 처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 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한약제제를 별도로 분리하거나 한의약법 등의 제정이 필요한 실정이다.

한편, 한의협은 5일 중앙이사회를 열어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건에 대해 종합적 검토를 한 후 강력한 조치를 취해나가기로 했다. 또 김동채 상근이사는 이날 복지부를 항의 방문했다.

이제민 기자


□□□ 대법원 판결문 □□□

1989. 12. 26. 상고 기각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판결요지] 의사가 한방의서에서 혈액순환 등 약재로 보고 있는 소목의 성분분석과 분석된 성분의 인체나 병원에 대한 기능에 관하여는 연구결과를 얻은 바 없이, 이를 끓여 거기에다가 감맥대조탕과립을 섞어 이 사건 ‘코디아’를 예비 조제하여 두고 당뇨병 환자가 찾아오면 임상검사를 하고 나서 아울러 한방의 소위 팔상의학에 따라 환자체질을 진단하여 위 ‘코디아’를 투약하였다면 위 체질진단과 ‘코디아’의 조제 및 투약행위는 한방의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의사가 한의사의 면허 없이 한방의료행위를 한 것은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서 의료법 제25조 제1항에 저촉된다고 볼 것이다.

[이유] 원심은 피고인이 한방의서에서 혈액순환 등 약재로 보고 있는 소목을, 그 성분분석과 분석된 성분의 인체나 병원에 대한 기능에 관하여는 연구결과를 얻은 바 없이, 한방의서에 따라 위와 같은 약효가 있다고 보고 이를 끓여 거기에다가 감맥대조탕과립을 섞어 이 사건 ‘코디아’를 예비 조제하여 두고 당뇨병 환자가 찾아오면 임상검사를 하고 나서 아울러 한방의 소위 팔상의학에 따라 환자체질을 진단하여 이 진단결과 드러나는 환자의 체질에 맞추어 위 ‘코디아’를 투약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바, 원심채택의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에 대한 위와 같은 범죄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을 어긴 위법이 없다. 피고인의 원판시 체질진단과 ‘코디아’의 조제 및 투약행위는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의사인 피고인이 한의사의 면허 없이 한방의료행위를 한 것은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의료법 제25조 제1항에 저촉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의료법상의 의료행위, 의사의 직무범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는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한국일보 11월 3일자 요지 □□□

2일 복지부에 따르면 울산시는 2001년 9월 의약분업 감독과정에서 시내 모 의원이 기침증세를 보인 어린이 환자에게 양약과 함께 기침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한약제제인 맥문동탕을 함께 처방한 사실을 적발, 복지부에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여부에 대한 질의를 했다.
복지부는 이 사안에 대해 보건정책국 의료정책과 등 3개 과가 지난해 1월 대책회의를 열어 “법 규정이 모호한 상태에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할 경우 양ㆍ한방 충돌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는 동시에 회신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당시 변모 보건정책국장은 “현행 법상 규정이 모호, 섣불리 위법성 여부를 판단할 경우 한ㆍ약분쟁처럼 이해단체간 충돌로 비화할 우려가 있어 관련 부서의 내부합의를 통해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이라며 “한의사협회도 이 같은 처리에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법률전문가들은 과거 이와 유사한 사안에 대해 대법원이 의료법 위반으로 판결한 판례를 들어 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 등 이해단체의 반발 때문에 위법성이 있는 사안을 수수방관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 의사협회는 약사법상 환자가 임의로 사먹을 수 있는 일반의약품인 한약제제의 처방권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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