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사지휘권 소송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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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사지휘권 소송 가능한가?
  • 승인 2003.10.3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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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요건 미흡, 병명·교육·국시 반영이 수순
정부가 한·양의계 조정역할에 나서야


현대 의료기기에 대한 한의사의 관심과 열의는 갈수록 고조되어 가고 있는데 반해 이를 뒷받침할 이론적, 법적, 제도적 토대는 취약한 실정이다.

한의사는 양의사, 치과의사와 함께 의료인이면서도 정확한 진단에 필수적인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수의사도 진단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마당에 일선 한의사들만 사용하지 못한다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런 불평등한 현실을 타개하는 수단으로 일부 한의사들은 법정소송 불사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법정소송 불사론은 여러 면에서 현실 인식을 결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법적으로 소송의 요건이 될 수 없다는 견해도 그중의 하나다. 의료기사지휘권과 관련해서 소송을 하려면 작위든 부작위든 행정청의 불법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형평의 원칙 위배를 들어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의 위헌신청 방법으로 헌법소원도 있으나 이 경우 법을 제정한 지 너무 오래 경과되어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한의계의 한 관계자는 “행정소송의 요건에 정책적 고려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소송무용론을 뒷받침했다.

학리상으로도 승소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법률논쟁에서 이기려면 그 법이 왜 부당한가 하는 이유를 학문적으로 설명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근거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의계에서 시급히 요구하고 있는 방사선사와 임상병리사 지휘권에 한정하더라도 한의사가 이들 기사를 지휘하기 위한 철학적 배경, 관련과목이수, 한방의료행위분류에의 포함, 관련과목 이수, 한의사국시 과목에 포함, 심평원 한방의료행위 등재 등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느냐는 반론에 납득할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의사가 양방 검사장비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결국은 수의대에서 서양철학에 입각한 교육을 받고, 실제로 관련과목을 이수했으며, 국시과목에도 반영되어 한의사와 다른 환경에 있는 점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가령 수의사법 시행령 제9조를 보면 시험과목으로 수의외과학, 수의산과학, 수의전염병학, 수의생리학, 수의병리학, 수의해부학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동물병원 시설기준에도 방사선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근거들이 명시돼 있다.

이런 사실에 따라 한의계는 수의학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의료기사지휘권 문제를 감성적으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정확한 접근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해당 장비를 사용할 수 있기 위한 마땅한 질병명이 없고, 대학에서 체계적으로 배우지도 않으며, 국시과목에도 반영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사용하고 보자는 주장이나 소송을 통해 관철해보자는 주장은 한의계의 희망사항일 뿐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는 억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기사지휘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의계부터 솔직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에 개원하고 있는 한 한의사는 “모호한 한의학의 병명부터 바로잡고 한의표준의료행위분류의 재정립, 대학에서의 교과목 배정, 국시 반영, 보험급여 순으로 하나하나 정리해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마디로 의료기사를 지휘할 수 있는 근거부터 확보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한의계의 이런 주장은 자칫 양의계로부터 의료일원화에 빌미를 줄까 하는 우려 때문에 공론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책임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국가에 의해 면허를 부여받은 한의사가 보다 신뢰성있는 한방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배려를 하는 것은 국가의 몫인 만큼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한의계와 양의계 사이에서 조정할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것이다.

정부책임론으로까지 비화된 의료기사지휘권. 최종적으로 어떻게 해결될 것인지 한의계의 눈은 점차 정부로 쏠리고 있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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