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치 않은 논문쓰기…초심자 눈에 쏙 들어온 ‘실전 지도’
상태바
만만치 않은 논문쓰기…초심자 눈에 쏙 들어온 ‘실전 지도’
  • 승인 2015.11.26 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정환

지정환

mjmedi@http://


기고: 한의학연 주최 ‘논문작성법 교육과정’ 참관기 / 지정환 공중보건한의사(세종시 한솔동보건지소)


오전엔 하셀렌 박사의 ‘Case Report 작성법-실습과정’
CARE 가이드라인과 편견에 대해 비중 있게 다뤄…
오후엔 논문 쓸 때 실질적으로 겪게 되는 내용 교육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지난달 31일 서울 코리아나호텔 7층에서 ‘한의약 연구논문 작성 및 국제저널 출간 전략’에 대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지정환 한의사가 참관기를 보내왔다. <편집자 주>

지 정 환
세종시 한솔동보건지소 공보의
원광대 한의대 졸업
전부터 막연하게나마, 한 번 뿐인 인생 살면서 논문 한 편 정도는 내봐야지 하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논문을 많이 읽지도, 써보려고 시도하지도 않았었다.

어느날 친구가 논문작성법 교육이 있는데, 한 번 들어보지 않겠냐고 물어봤다. 하고 싶다고 덥석 신청했다.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서 해보는 게 훨씬 더 제대로 배울텐데…. 지금 당장 그러긴 어렵고, 일단 이런 강의라도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오전에는 Robbert van Haselen 박사의 Case Report 작성법 및 실습과정이 있었다.
CARE 가이드라인과 편견(bias)에 대해 비중 있게 다뤘다.
Case Report라면 논문 등급 중에는 좀 낮은 등급으로 알고 있었다. RCT도 안 되어 있고, 여러 가지 통제가 없고 ‘단순히 이런 경우에 이랬다’ 정도를 기록한 걸로만 생각했다.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니었지만, 강의를 듣고 난 후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더 가치가 있고, 상당히 현실적인 학문적 접근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교육목적으로도 꽤 괜찮은 것 같다. 일반적 케이스, 예외적 케이스, 실패/부작용/오류의 케이스를 정리해 놓으면, 그 자체로도 가치는 높다. 특히 부작용 같은 경우는 어느 의학이건 Case Report의 도움이 절대적이지 않을까. 연구목적으로도, 가설 설정이나 임상적 표준화, 부작용의 평가를 연구목적 3가지로 꼽았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내 생각에도 Case Report의 역할이 클 것 같다.

RCT나 코흐란 연구에 비해 Case Report가 갖는 장점들도 언급이 됐다.

그 전에는 RCT나 코흐란은 좀 더 체계적이고, Case Report는 체계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Case Report는 RCT에 비해 윤리적인 문제(치명적 질환은 환자의 생명을 잃을 확률이 높은 실험을 하게 된다), 환자의 편의, 잘 쓰지 않는 치료방법을 쓸 때 등등의 문제들에 어려움을 겪지 않고도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논문작성법 교육 참가자들의 열기가 뜨겁다(위). 아래는 초빙 강사들의 토론 모습.
요즘에는 Case Report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아직까지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있지는 않다고 한다. 현대의학에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Haselen 박사는 동종요법 전문가라서, 대체의학 쪽에서는 동종요법 CARE 가이드라인이 최초인 것 같다. 2013년 10월에서야 CARE 가이드라인이 공식 발표됐고, 동종요법에 최적화된 Case Report용 체크리스트가 최근에야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건 잘 봐 뒀다가 한의학에서도 체크리스트를 만들 때 응용이 가능할 것 같은데, Haselen 박사도 다른 대체의학에 응용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체크리스트는 각 논문이 얼마나 꼼꼼하게 만들어졌는가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 같다.

나중에 나오지만, 논문의 IF라든가 여러 가지 점수지표가 있는데, 체크리스트로도 이런 점수지표를 계산해내는 것 같았다.

실습으로 CARE 체크리스트를 보면서, 기존 논문 한 편을 평가해 보았다. 체크리스트에서 빠진 것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은 있었던 것 같다. 체크리스트 같은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봤다면 “음 이런 내용이 있구나, 이런 연구를 했구나” 하고 넘어갔을 텐데, 체크리스트를 보니까 요런 부분은 보강해야하는 건가, 이런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논문 쓰기란 건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도 다시 느끼게 됐다.

실습이 끝나고, 잠시 쉰 후에는 편견/선입견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이었다. 기존에 알고 있던 것에 기반한 직감적인 판단은 편견의 영향을 받기 쉬운 반면, 의심에서 출발하며 데이터분석에 기반한 판단은 편견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논문을 쓸 때도 편견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논문을 내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것 같다.

학부시절 병원 실습하면서 뵈었던 교수님과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남는 시간에는 종로 산책을 갔다 왔다. 학회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학회를 가면 이렇게 남는 시간에 전에 알던 사람들을 만나 안부도 묻고 친목도 다지고, 아니면 관심 있던 것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들이 의미가 큰 것 같다. 이런 때 아니면 이렇게 부담 없이 만나기가 쉽지 않으니까.

오후에는 논문을 쓸 때 실질적으로 겪게 되는 과정에 대한 내용을 들었다.
일단 어느 저널에 등재를 시킬 것인가, 그 저널과 내가 하려는 연구가 얼마나 성향이 잘 맞는지, 시스템도 그 저널에 맞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어느 논문이나 다 같은 형식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완전 잘못된 생각이었다. 주요 저널들을 자주 보면서 논문에 대한 감도 키워야 할 것 같고, 어느 저널이 나와 비슷한 성향인지도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준비를 철저하게 한 후에, 저널에 보내면 아마 reject가 될 것이라고 했다. reject 되더라도, 절대 좌절하지 말고 reviewer가 요구하는 사항들을 수정하고, 수정한 곳에 꼭 표시를 해서 다시 보내고, 또 수정하고 다시보내기를 반복해야 한다고 한다. 수정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런 요건만 충족하면 논문을 올려주겠다는 뜻이라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편했다.

논문을 시작하기 전에 규모는 어떻게 할 것이고 어느 데이터를 중요하게 볼 것이고, Methods는 어떻게 할지, 표본집단은 어떻게 할지, 그 외에 굉장히 세세한 과정들은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고민을 최대한 꼼꼼하게 많이 해야 한다고 한다. 막연하게 생각해도 설계과정이 중요할 것 같은데, 최소 3개월 길면 6개월이나 그 이상도 설계단계에 시간을 투자한다는 신병철 교수의 말씀이 놀라웠다. 하긴, 만약에 Case Report가 아니라 RCT를 한다고 하면 한 번 실험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돈을 생각하면 정말 사소한 허점이라도 있다가는 큰일이긴 하다. 설계단계에서 6개월은 실험과정 2~3년에 비하면 짧은 시간인 것 같다.
나도 언젠가는 꼼꼼하게 설계를 할 날이 올까. 아마 연구원에 있지 않다면, Case Report를 쓰는 정도겠지만, 항상 관심은 갖고 있어야겠다.

어느 순간 로컬과 병원을 묶어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갑자기 하게 된다면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야겠다. 나는 아직 논문을 써 본 적도, 많이 읽어본 적도 없다. 그래서인지 이번 강의가 컴퓨터를 직접 써보기 전에 컴퓨터 매뉴얼만 읽어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논문과 좀 더 친숙해질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