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칼럼] 우리는 辨證에서 잘못된 방향을 걸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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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칼럼] 우리는 辨證에서 잘못된 방향을 걸었던 것은 아닐까?
  • 승인 2015.07.2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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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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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칼럼


동의보감이 내용적인 면에서 다른 醫書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한의사의 저변에 있는 “萬物歸一의 法則” “一以貫之”의 시각에서 보면 동의보감은 백과사전식 나열로, 한의사에게 감동을 줄 정도의 醫學書라고 보기는 어렵다.

고흥
세명대 한의대 교수
中醫學에서는 醫家의 견해가 서로 다르고 비교가 불가능할 경우가 많다.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 張從正, 劉河間, 李東垣, 朱丹溪는 자신의 서적에서 사용한 질병 분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동일한 질병분류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호 비교가 어렵고, 누가 더 옳은가에 대한 의견만 분분하다. 李東垣의 脾胃論에서 언급한 질병분류를 朱丹溪가 그대로 인용했을까? 마찬가지로 劉河間의 “六氣皆縱火化說”에 근거한 질병분류를 朱丹溪가 그대로 인용했을까? 辨証奇問과 石室秘錄이 처방에서 약물의 용량에서 유사한 점이 있지만, 양쪽에서 질병분류는 同一 한가? 中醫學에서 언급되는 의학자들은 자기의 이론에 근거한 질병분류를 사용하였고 서로 달라, 병렬식 나열은 가능해도 계단적으로 순차적인 나열을 할 수 없다. 쉬운 이야기로 누구를 私淑했는가에 따라 陰陽의 개념부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벗어나기 어렵다.

400년 동안 동의보감의 질병분류 유지

우리나라는 동의보감에서 제시된 질병분류가 19세기 方藥合編까지 그대로 유지되었다. 400년 동안 동일한 질병분류에서 처방과 이론의 보충과 축약이 있었지 그 체계를 흔든 것이 없다. 李濟馬도 壽世保元에서 “論曰”을 제외하고는 동의보감의 내용을 그대로 기술한 것으로 보아, 동의보감의 질병분류를 이용한 것을 알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 언급된 진단명 즉 질병명은 “反常爲病”이라는 개념에서 증상위주로 구성되거나, 특징적인 증상이나 원인에 근거하여 기술한 의학자의 질병명을 인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현재의 입장에서 보면 단순한 증상이거나 불편한 증상일지라도 그것은 그 당시의 질병명이다. 통일된 규칙으로 분류하지 못하였지만, 실제 있는 환자를 중심으로 기존의학서에서 발췌하여 분류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동의보감의 질병분류는 한 사람의 醫家의 이론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기존 역대 의가의 처방과 이론에서 발췌하여 체계적인 분류를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질병분류를 방약합편까지 400년 동안 그대로 이어져 온 것은 중의학에서는 없는 우리 한의학의 특징으로 생각된다.

중국에서는 청대에 들어와서 中醫理論이 더욱 세분되어서, 이론을 상호비교 검토하기가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傷寒論을 해석하는데 있어서도 서로의 견해가 다르고, 서로의 견해를 일치시키기 어렵다. 각 醫家마다 자신의 陰陽, 五行, 六氣, 三陰三陽, 標本中을 하나로 연결한 이론을 가지고 전체 질병을 다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동일한 질병명을 언급하고 있다고 하여도 사용된 글자의 의미가 서로 같은 질병일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역대 의가들의 내용을 모은다 하여도, 글자의 조합이지 동일한 의미의 질병 내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결국 자신이 공부한 계열을 찾아서 누구의 영향을 받았는지를 생각하다 보면, 보편성과 재현성을 추구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가 된다. 병렬식 나열은 되지만, 이를 통합한 무언가를 만들기 어렵다.

현재의 중의변증은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

지금 현재의 中醫辨證은 이러한 점에서 古人이 만들어놓은 질병명 보다는 질병을 파악하는데 사용되는 陰陽, 氣血, 五行, 六氣, 三陰三陽, 標本中, 八綱, 衛氣營血을 이용하여 새로운 중의변증체계를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질병을 분석하는 것으로 진단명을 만들고, 그 진단명에 증상으로 된 질병명을 삽입하는 방식이 되었다. 辨證이 질병을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증상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환자의 증상이 내일 바뀌면 辨證이 달라져야 한다는 모순적인 체계로 변질된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면 脹滿은 八綱으로 寒熱, 虛實, 陰陽, 表裏로 구분해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인데, 寒證으로 질병을 만들고 寒證의 증상에 脹滿을 삽입한 것이다. 寒熱은 질병을 진단하고 그 질병의 성질을 파악하는 도구이지, 寒證, 熱證으로 독립된 진단명이나 질병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呑酸은 寒熱에서 熱이 많지만 寒이 드물게 있고, 泄瀉에서도 寒性 설사와 熱性 설사가 있는 것인데, 지금은 寒證이라는 변증명을 질병명처럼 앞세우고, 呑酸, 泄瀉, 腹鳴이 있다는 방법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서 각 醫家 마다 다른 질병체계를 없애고 분석방법으로 통일시키기 위한 방법에서 유발된 오류로 생각된다.

동의보감에서는 진료 순서가 審病, 辨證, 診脈, 用藥이다. 審病에서는 形氣色脈을 이용하여 臟腑强弱을 진단하고 그리고 질병을 진단한다. 體質은 形氣色脈을 통한 臟腑强弱을 보다 발전시킨 것이다. 진단된 질병을 兼症을 고려하여 八綱, 陰陽, 三陰三陽, 五行, 六氣, 標本中으로 분석하였다. 그리고 脈을 통하여 본인이 분석한 것이 脈과 상응하는지를 확인하고 이후에 처방을 내렸다. 환자의 특성을 살피고, 진단을 내리고 그 진단명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파악된 상황이 맥과 일치하는 지를 보고 약물을 구성하여 처방하였다.

이해하기 쉽게 口苦를 中醫辨證식 기술과 東醫寶鑑 안에서 口苦를 검색하여 기술한 것을 비교해 보자. 中醫辨證식으로 설명한 것은 “肝에 熱이 있어서 膽汁이 外泄되어 나타나는 症狀인데, 대개 口乾症狀과 함께 발생한다. 膽經에 熱이 있을 경우에도 口苦症狀이 나타나는데 이때에 아무런 肝의 病證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膽을 爲主로 하여 치료에 臨해야 한다. 肝鬱不舒하여 橫逆犯胃면 肝胃不和를 일으키는데, 이때 胸悶, 脇痛, 口苦, 咽乾 等 症狀과 같이 惡心 ․ 嘔吐 ․ 乾嘔 ․ 噯氣 ․ 呵欠 症狀 등이 나타난다”가 된다.

東醫寶鑑에서 口苦는 다음과 같다. “黃庭經에서 ‘玉池淸水灌靈根’이라 하였는데, 玉池者는 口이고 淸水는 津液이고 靈根은 舌이다. 口苦는 發熱, 咳嗽, 消渴에서 淸水가 枯渴되었을 때 나타난다. 足少陽膽經은 몸의 측면을 지나는데, 질병이 생기면 寒熱 口苦 咽乾 目眩 胸脇痛이 생긴다. 이때는 和解法으로 小柴胡湯을 사용한다.” 이와 같이 中醫辨證이 증상을 분석한 것이라고 하면 동의보감의 서술은 질병의 특성, 진단과 병증상황 그리고 치료방법이 서술된 형식이다.

정확한 발병원인 따른 현대병명과 부합된 재분류를

지금은 질병명이 전 세계적으로 통일되었으며, 질병의 발병원인을 중심으로 질병명이 만들어졌다. 한의사도 KCD를 기준으로 하여 질병명을 사용하게 되었다. 기존의 한방병명은 불편한 증상위주로 하여 질병명을 만들어진 것으로 KCD를 사용하는 현 시점에서는 정확한 발병원인에 따른 현대병명과 부합되게 재분류되고 활용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양방병명에 상응하는 한방병명이라는 식의 中醫辨證的 질병분류를 벗어나야 한다. 극단적인 예로 肝氣犯胃는 위궤양, 肝氣犯脾는 십이지장궤양 식으로 辨證名을 질병명으로 치환시키는 것은 모순으로 보인다. 국제 질병명에 부합되는 한의질병은 통합시켜야 한다. R코드는 한의 질병명과 중복되는 것이 많다. R66 딸국질, R67 재채기, R61 그릉거림은 해역(咳逆), 체(嚔), 담성(痰聲)과 동일하다. 용어가 한자일 뿐이지 의미하는 내용이 동일하다. 질병의 원인에 근거한 질병명에서는, 辨證으로 새로운 질병명을 만들기보다는 症狀을 중심으로 된 한의 질병명을 연결시키고 정확한 적응증과 처방을 개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성 간염 같은 질병명은 기존의 한의병명에 없던 질병이다. 中醫辨證식으로 설명하는 경우에는 脾胃濕熱이 肝膽을 熏蒸해서 肝膽濕熱이 발생하고 濕熱熏蒸, 熱毒內熾, 氣滯虛寒, 氣滯濕阻로 辨證하고 있다. 이러한 변증은 바이러스성 간염의 급성기, 급성 간부전, 만성 간염, 만성간염에서 간경변증으로 진행을 이해하고 있을 때 이해될 수 있으며, 각 辨證에 따른 증상은 기존의 醫書에서 기술된 것으로 연결 될 수 없다. 또한 동일한 증상이라도 中醫辨證을 채택 할 때는 의사마다 중시하는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에 辨證名이 달라진다. 고열이 날 때 열을 중시하는 熱毒熾盛과 열로 인해 탈수가 된 것을 중시하는 高熱傷津이 동일한 환자의 辨證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의 辨證은 양방병명에 대응하기 위한 한의학적 용어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바이러스성 간염을 동의보감에서 사용된 질병명을 가지고 설명하면, 환자의 증상 위주로 勞倦, 食積, 食積類傷寒, 四時感冒의 증후에서 黃疸, 積聚, 鼓脹, 出血, 絶證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선배 한의사들이 간염환자에게 勞倦을 중심으로 補中益氣湯, 食積을 중심으로 平胃散, 平陳健脾湯, 黃疸과 鼓脹을 중심으로 加減胃苓湯을 사용하였으며, 검사방법을 이용하여 환자를 추적한 결과 간수치 이상이 동반되는 경우는 勞倦에 기준하여 補氣昇提하는 補中益氣湯을 사용하지 말고, 黃疸에서 淸熱利濕하는 加減胃苓湯을 사용한다는 것은, 기존의 경험과 연결시켜서 처방을 색인하고 감별할 수 있게 해준다.

중의변증 잘못된 사고 벗어날 필요

中醫辨證은 양의학을 공부한 中醫師가 洋醫의 체계와 동일하게 만들기 위해, 질병의 성질을 파악하기 위한 八綱, 衛氣營血, 三陰三陽, 標本中, 五行, 六氣의 법칙으로 辨證名을 만들고 古人의 증상에 근거한 질병명을 辨證의 항목으로 만든 것으로 생각된다. 中醫辨證을 하면서 문제점은 환자의 증상을 통하여 진단하기보다 환자의 증상을 분석하는 것이다. 환자를 진료할 때는 辨證이 우선이 아니라 診斷이 우선이다. 惡寒發熱이 날 때 이것이 傷寒, 四時感冒, 食積類傷寒, 溫疫, 火熱, 疳, 蒸, 勞瘵, 勞倦중 어디에 속하는지는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惡寒發熱과 兼症을 통하여 肺氣不宣, 肺氣下陷, 肝肺不和 식으로 辨證하는 것은 처방을 구성할 때 이런 약물이 구성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지 診斷이 아니다. 診斷된 후에 질병의 성질을 증상을 통하여 파악해야 한다.

우리는 中醫辨證의 잘못된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동의보감은 증상 위주 질병명을 사용하였으며, 우리나라는 400년간 이 분류법을 준수하였다. 증상을 설명하는 中醫辨證식의 언어표현보다는 국제 질병명에 근거하여, 古人의 경험을 재분류하고 이에 대한 정확한 적응증과 처방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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