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 넘쳤던 초심…이제는 새로운 세대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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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으로 넘쳤던 초심…이제는 새로운 세대의 몫”
  • 승인 2015.06.1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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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희 기자

홍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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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1000호 특집] 민족의학신문 초대 발행인 허종회 명예회장에게 듣는다

[민족의학신문=홍창희 기자] 민족의학신문이 드디어 지령 1000호를 맞았다. 1989년 7월 15일 창간호를 발간한 이래 25년11개월만이다. ‘성년 민족의학신문’을 바라보면서 그 누구보다 감회가 새로울, 초대 발행인 허종회 명예회장(현대한의원 원장)에게 창간 당시의 소회와 함께 한의계의 현실과 나아길 방향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허종회 명예회장
▶민족의학신문이 지령 1000호를 맞았다. 감회가 남다를 텐데.
창간 당시 40대 초반으로서 오로지 한의계의 모든 사안에 대해 옳으냐 그르냐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던, 뜨거운 나이였다. 오래 전 일 같기도 하고 바로 어제 일 같기도 한데 벌써 25주년을 넘어 지령 1000호를 맞았다. 감회가 무량할 따름이다.

▶민족의학신문 창간에 수많은 발기인들이 있었다. 왜, 그리고 어떻게 모였는지.
당시 한의계는 회원 수도 적었고 그 적은 회원들마저도 구심점 없이 사분오열돼 있던 시기였다. 협회와 협회보는 젊은 한의사들의 시대에 대한 각성과, 당시 여러 사안에 대한 분노와 불만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촉발의 직접적 계기는 한방의료보험 수가 문제였다. 1984년 말부터 청주-청원지역에서 시범실시 해왔던 의료보험을 한방의료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전면적으로, 그것도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한 저수가로 강행하려 했다. 이에 분노한 선후배 한의사들이 그 문제점과 대응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여론을 취합하고 담아낼 한의계만의 언론이 필요함에 공감했다. 자연스레 의식 있는 선후배들과 머리를 맞대고, 한의계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나아갈 길을 짚어줄 신문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진료를 하며 신문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창간 당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어떤 것이었나.
언론에 대한 욕구만 있었을 뿐, 신문 발행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나 확보된 자본도 없는 열악한 상태였다. 진료를 마치고 이틀이 멀다하고 모여서 현안에 대해 밤새도록 토론하고 각자 기사를 직접 쓰고 편집하여 새벽에 인쇄소에 넘기고 다시 발송하는 일을 꾸준히 되풀이했다. 지금 같아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오로지 여러 선후배들의 순수한 열정으로 감당했었던 것 같다. 당시 철없는 젊은이들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도모한다며 일 년 이상 신문을 만들어내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라는 말씀까지 들었는데 지금도 문득문득 그 걱정의 말씀이 생각난다.

▶창간 때와 지금은 많은 차이가 있다. 사회적 환경과 매체가 처한 현실도 달라졌다.
정말 많이 달라졌다. 당시에 비하면 회원 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대학도 많이 생겼다. 약사법 투쟁 등을 통해 한의계의 존재감이 많이 커졌고 회원들의 한의계 여러 사안에 대한 관심과 협회와 대학에 대한 욕구가 과거에 비할 바 없이 커졌다.
민족의학신문이 그동안 한의계 내의 유일한 정통언론의 역할을 해왔다고 감히 자부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협회보도 한의신문으로 바뀌면서 면모를 일신해가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한의사의 여론이 실시간으로 조명되는 바, 민족의학신문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새롭게 태어나야 할 시점이라 생각하지만 모든 것은 새로운 세대들의 몫이라고 본다.

▶민족의학신문의 홀로서기가 더디다. 신문사 운영에 관여를 안 하면서도 창간 이후 지금까지 적지 않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나는 이미 기성세대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이 젊은 한의사들이 꾸려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원이라고 해봐야 신문사에 안정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정도이다. 후배한의사들에게 선배한의사로서 나름대로 최소한의 도리를 다하고자 할 따름이다.

▶한의계가 이전과 비교해 달라졌다는 지적을 한다. 혹자에 따라 발전했고,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고 전성기가 지난 것 아니냐는 얘기도 한다. 좋아진 점과 아쉬운 점을 구분해서 말한다면.
약사법 투쟁 당시 국민의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됐고 한의계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돼 외형이 많이 커졌다. 또한 한의계에 투입되는 인력의 수준도 전보다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반면에 내적 성장이 적절히 뒷받침되지 못한 점은 많이 아쉽다.

▶요즘 한의계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한다.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한의계는 어떻게 해야 하나.
같은 말이다. 내적 성장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현재 초미의 사안이 의료기기 문제인 것 같은데 제도의 개선과 발전이 내적 성장을 온전히 담보하지는 않는다. 우리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 대학과 병원은 학문의 발전과 교육과 의료인의 훈련을 하는 조직이라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고 일면 보수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함을 충분히 이해한다.
소비자의 욕구를 실시간으로 읽어내서 신제품을 쏟아내는 상업적 기업의 모습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에 부응하려는 노력과 그에 따른 결실이 있어야 한다.그리고 한의사는 의사들에 비해 사회적으로 마이너다. 메이저 계층보다 한층 수준 높은 도덕성을 담보해야 한다. 결국 선택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의료인으로서의 바람직한 자세에 대해 메이저에 비해 더욱 관심을 가지고 꾸려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한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일생을 살아온 기성세대로서, 한의계가 더욱 이 사회에 공고히 뿌리를 내려 국민건강에 이바지하고 모든 한의사들이 한의사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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