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장애의 한의학적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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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장애의 한의학적 치료
  • 승인 2014.10.2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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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완

주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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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주성완의 진료 일기 <4>
주 성 완
다나을한의원 원장
이번 회에서는 식이장애(Eating Disorder, 섭식장애)의 한의학적 치료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점차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최근에는 특히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는 10대, 2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그 수가 급증하고 있다.

식이장애는 신경성 식욕부진증(Anorexia Nervosa)과 신경성 대식증(Bulimia Nervosa)으로 크게 나뉜다. 전자는 거식증, 후자는 폭식증으로 흔히 불린다. 거식증과 폭식증은 증상이 조금 다르지만 대개 그 뿌리는 같다.

거식증은 임상적으로 몇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 번째, 사춘기 여성들에게서 굉장히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사춘기 수척증’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국제 진단 기준에서는 ‘체중이 표준 체중보다 85% 이하인 경우’를 거식증으로 분류한다. 두 번째는 자신의 병을 자각하지 못하는 인지장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런 환자들에게 아무리 체중이 적다고 이야기를 해도 본인은 납득을 하지 못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비정상적인 인지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인지의 개선이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된다. 세 번째는 음식 섭취 시 칼로리에 극단적으로 집착한다는 것이다. 임상에서 환자들을 만나보면 다른 영양상의 관점은 모두 배제한 채 칼로리에만 집중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본인은 먹기 싫어하면서 정작 주변의 가족들에게 먹기를 강요하는 경향도 있다.

폭식증 역시 임상 상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로 폭식증의 국제 진단 기준은 ‘3개월 넘게 주 2회 이상의 폭식과 자발적 구토를 반복하는 경우’이다. 먹는 양이 단순 과식을 넘어서 위가 아플 정도까지 먹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는 죄책감에 구토를 하거나 설사약을 복용하여 배출을 하는 경우가 잦다. 폭식증 환자의 다수는 잦은 구토로 목의 림프절이 부어 있다. 두 번째는 남들에게 밝혀지기를 굉장히 꺼려한다는 것이다. 심각한 양상으로 드러나기 전까지 폭식증 여부를 가족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직접적으로 식이장애를 언급한 문헌은 많지 않지만 대개 열격(??膈), 구토(嘔吐), 식역(食亦) 등의 범위에서 그것들을 다룬다. 그리고 화울(火鬱)을 크게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사춘기 여성들의 경우 특이하게 온순하고 부모의 말을 잘 듣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상담을 하다보면 부모의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훈육 방침에 대해 내적인 반발은 강한 편이어서 분노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잦은데, 이런 화울(火鬱)이 식이장애의 본질이 된다.

필자는 식이장애를 크게 화울(火鬱)과 비허(脾虛) 두 가지로 변증하여 치료하고 있다. 화울의 경우 내적인 분노가 실제로 큰 경우이다. 전중의 압통, 현맥(弦脈), 상열감, 감정적 분노, 빠른 맥박수 등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경우 주된 처방은 억간산이나 가미소요산이 된다.

대개 진단상 담음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진탕을 합방하거나 이수(利水)지제들을 가미하는 경우가 많다. 비허의 경우는 잦은 식사 거부와 구토의 반복으로 나타나는 양상으로, 낮은 혈압 및 맥박수, 세약맥(細弱脈), 기운 없고 초췌한 외형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경우는 대개 잦은 다이어트의 반복으로 형성된 병증인 경우가 많다. 비허로 변증한 환자의 경우 육군자탕에 시호, 작약을 가미한 처방을 활용하거나, 소건중탕에 산조인, 복령 등 안신지제를 가미하여 활용한다.

화울의 경우 내적인 분노가 클 경우 심리 상담 등을 병행하여 치료하면 더 효과적이지만, 초기에 급격히 상담을 진행하려고 하면 거부 반응이 큰 경우가 많다.

따라서 래포가 충분히 형성된 다음 진행을 하여야 한다. 비허로 진단한 환자의 경우는 식사의 리듬이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통원 치료를 할 경우 보호자에게 규칙적으로 음식을 먹도록 지도를 부탁하여야 한다. 식이장애는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지 않으면 회복 속도가 상당히 느려질 수 있다.

많은 식이장애 환자를 치료하면서 기억에 남는 환자가 한 명 있다. 열 살이 안 된 소녀였는데, 어릴 적부터 강압적인 어머니에 대한 무의식적 반발과 분노를 가지고 있던 차에, 어머니가 무심코 ‘너 왜 이렇게 뚱뚱하니’라고 표현한 뒤부터 거식증이 시작된 경우이다. 6개월을 하루 반공기만으로 버텨와서 내원 시 보기가 처참할 정도로 앙상한 상태였다. 상담을 시도하였으나 상담을 거절하고 질문에 묵묵부답인지라 포기를 하고, 화울로 변증을 하고 억간산을 투약하였다.

처음에는 약 마저도 거부하여 치료가 몹시 힘들었으나 소량씩 먹기를 반복하고, 어머니에게 말투를 바꾸라고 지도하여 약 6개월의 치료로 약 8kg 증량 및 정상 식이 습관 회복 후 폐약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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