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중심 병원’ 유치에 우려감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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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중심 병원’ 유치에 우려감 팽배
  • 승인 2003.08.2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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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안전망 없는 의료의 상업화는 시기상조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세계 최고의 ‘동북아 중심 병원’이 설치된다면 의료시장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보건의료계의 화두는 단연 동북아 중심 병원에 모아지고 있다.

김화중 보건복지부장관은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국내 자본과 국내·외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과의 접목을 통하여 세계적인 ‘동북아 중심 병원’을 유치, 선진국 수준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특구내의 외국인과 중국·일본·대만 등 동북아 국가의 환자를 유치한다는 복안도 밝혔다.

복지부는 이 방안을 발표하면서 그간 논란이 돼온 내국민 진료 허용 문제는 신중히 검토해 나갈 계획이며 동북아 중심 병원을 국내 자본이 건립하는 방안과 외국 자본과 합작하는 방안을 동시에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 유수 의료진뿐만 아니라 외국의 의료진도 초빙하며, 동북아 중심 병원에서 제공받은 서비스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한의협과 의사협, 치협은 복지부장관과의 사적인 간담회 자리에서 동북아 중심 병원 구상에 동의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복지부의 구상에 대해 일선 한의계에서는 동북아 중심 병원 유치 구상이 다소 시기상조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 구상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복지부 구상 속에는 검토사항이 몇 가지 포함돼 있지만 한의계는 사실상 의료시장 개방으로 간주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법은 당초에는 외국인만의 투자와 외국인의사에 의한, 외국인환자만을 진료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복지부 구상은 해석과 법 개정 여하에 따라 내국인의 투자와 내국인 의사의 진료 참여, 그리고 진료대상에 내국인 환자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복지부의 계획은 인천경제자유구역내 병원 건립을 신청한 존스홉킨스대학병원이나 하바드의대병원이 낸 건의서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 두 미국 병원이 낸 건의내용에는 영리법인 허용, 내국인 진료허용, 과실송금 허용, 국외면허의료인의 경제자유구역내 의료행위 자유화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건강보험 급여 적용 제외와 관련해서 의료계는 ‘정부지원을 줄이고 민간보험을 도입하려는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사실상 건강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폐지하겠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해석이 현실화될 경우 민간보험을 선호하는 민간 병·의원들로 인해 현행 건강보험은 파탄나 결국 가난한 사람들만의 보험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왕용 한의협 WTO DDA 대책위원은 “이번 정부의 발표로 공공의료를 30%까지 확충하기 전까지는 개방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기조에서 180° 달라졌다”면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참여정부답지 않게 사전 검토나 연구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429호 기고란 참조>

청년한의사회도 성명을 내 “영리법인을 허용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의료시장을 개방하려는 의도를 명백히 드러냈다”면서”의료법 바깥의 사각지대를 만들어 일부 부유층은 외국병원을 이용하고 다수의 국민들은 재정이 더욱 악화된 국내의료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기형적 체계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런 한편으로 시장개방은 장기적으로 된다는 가정아래 한의계도 서서히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어가고 있다. 고급의료에 대한 선호도가 있는만큼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추세에 대응해서 한의계도 내부적으로 전문화하고, 변화 추세에 맞춘 회원교육 실시, 의료생활협동조합과 같은 의료의 공공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직의 확충 등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사례를 토대로 향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 예정인 부산, 광양 등으로의 확대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며, 내실 있는 추진을 위하여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포함한 제도적 개선 및 지원 방안 등을 경제자유구역위원회, 인천광역시 등과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가고, 관련 단체 등과도 협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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