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정보] 다시 생각하는 본초④ - 강병수(동국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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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정보] 다시 생각하는 본초④ - 강병수(동국대 한의대 교수)
  • 승인 2003.08.2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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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시기, 열매색깔, 향기도 다른 山椒와 川椒


우리나라에는 크게 나누어 산초나무(靑椒=분디나무)와 초피나무(川椒=제피나무)로 구분하여 쓰고 있다.
초피나무는 5월에 꽃이 피고 산초나무는 8월에 꽃이 핀다.
또한 열매도 초피는 9월에 붉은 색으로 일찍 익고 산초는 10월이 지나 늦게 익는다.

특히 산초와 천초는 열매에 함유된 정유성분에 약간의 차이가 있어 향기가 서로 다르다.
산초에 비해 천초는 냄새는 강하지만 조금 거북스럽고 산초의 냄새는 약하지만 더욱 향기롭다.

일반적으로 천초는 잘 익은 열매의 겉껍질을 벗겨 약용이나 식용으로 쓰고 그 씨앗은 기름을 짜서 식용으로 쓰거나 이뇨제로 이용한다.

그러나 산초는 미과숙일 때 채취하여 겉껍질과 씨앗을 같이 식용으로 이용한다.
산초는 천초에 비하여 열매가 작고 천초는 붉은 색을 띄지만 산초는 흑갈색을 띈다.
우리나라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가시가 서로 어긋나고 여름을 지나 가을이 올 때 꽃이 피는 산초나무 외에 가시가 없는 민산초, 가시가 작고 잎이 둥근 전주산초, 잎이 좁고 작은 좀산초, 산초에 비하여 잎이 크고 잎의 수가 적고 지주에 날개가 있는 개산초가 있다.

또한 가시가 두 개씩 마주나고 봄에 꽃이 피는 초피나무가 있고 초피나무보다 털이 많은 것을 털초피, 큰잎이 달리는 것을 왕초피라고 한다.
초피(川椒=Zanthoxylum Piperitum (Linne) DC)는 한방에서 溫中散寒, 除濕止痛, 殺蟲, 魚解腥毒하는 효능이 있다.

그러나 산초(청초=Zanthoxylum Schinfolium Sieb. et Zucc)는 효능은 비슷하지만 미과숙일 때 채취하여 늦가을 김장을 담글 때 김치에 넣으면 김치 맛이 독특하고 김치가 과숙하는 것을 예방하고 또한 추어탕에 넣으면 향기가 있어 맛갈나게 식욕을 돋우고 소화력을 도와준다.

어느 여름날 한의대 식당에서 점심시간에 가끔 추어탕을 만들어 급식할 때가 있었다.
배식구 입구에 산초가루통이 놓여있다. 학생들이 추어탕을 받아갈 때마다 추어탕에 산초를 넣는 용량을 몰라 많이 넣으면 좋은 줄 알고 한술씩 푹 떠서 추어탕에 넣는 학생들이 많다. 그리고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입안이 마비되어 어쩔 줄을 몰라 찬물을 마시고 당황해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초의 향기가 좋아 천초보다 많이 이용하는데 중국에서는 산초보다 천초를 주로 사용하는 것 같다.
2001년 여름 중국 한약재를 보기 위해 여러 교수님과 원장님을 대동하고 북경, 사천, 서주 등을 돌면서 사천 지역 성도에 갔을 때 조선족 안내인이 하는 말이 한국의 여행객이 올 때마다 중국음식이 기름을 많이 사용하여 느끼해서 식사하기가 곤란하다고 하는데 특히 사천(四川)음식은 음식이 칼칼하고 매운 맛이 한국인에게 잘 맞는다고 하면서 오늘 점심은 마음놓고 식사를 맛있게 잘 먹어보라고 권했다.

무더운 여름에 식탁에 둘러앉아 들어오는 음식을 보니 음식물에는 작고 매운 월남고추와 천초냄새가 코를 찌른다.
음식을 입에 넣고 씹는 동안 열기가 달아오르고 입안이 마비가 되고 코가 시큰거려 연신 찬물을 마시면서 혼자 생각하기를 식당 주방장이 고추와 천초가루를 저울없이 숟가락으로 대강 많이 집어넣고 음식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사고(?)를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종업원을 불러 야단을 칠까하다가 외국이어서 참고 그대로 식사만 하고 나왔다.

후일 한국을 방문한 중국대학의 교포교수를 만나 식사대접을 하면서 중국 성도에 갔을 때 사천음식을 먹으면서 천초 때문에 벌어졌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원래 사천음식을 먹을 때는 입안이 마비돼야 참맛을 느낀다고 하여 모두 같이 웃은 적이 있다.
아마 그곳에는 천초 입맛이 일상화되어 있는 모양이다.

안내자의 말을 빌면 사천성에는 천초가 많이 나는데 특히 武縣이란 곳은 城都에서 버스로 7시간 정도 가는데 해발 2000~2500m 고지에 강족(羌族)이 산다고 한다.
이들은 약 20만명 정도의 유목민으로서 그들은 천초의 일종인 花椒를 재배하여 四川 제 1의 천초 생산 마을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이곳 천초는 향기가 강하고 알이 커서 향신료로서 중국에서 제일로 꼽고 있다.
그런데 이 강족은 원래 소수민족으로 漢族에 밀려 산간으로 들어와 무현에 피신하여 살게 되었다고 한다.
강(羌)이란 기원은 본래 양(羊)이라는 뜻과 아이(兒)라는 뜻이 합하여 된 글자이며, 그 뜻은 ‘양을 기르는 아이’라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에도 오래 전부터 산초와 천초는 약용뿐만 아니라 식용으로도 다양하게 이용되어 왔다.
잎은 된장에 묻어두었다가 자반으로 먹거나 또는 생선회를 싸서 먹는다.
또는 잎을 비벼서 강물에 풀면 고기가 마비되어 물 위로 떠올라 고기 잡이 하는 데도 쓰고 된장을 만들 때 떡잎으로 덮어두면 향기가 강하여 파리가 오지 않아 구더기가 생기지 않는다.
또한 산초의 나무 속은 진통작용이 있어 신경통이나 관절염에도 다른 약과 같이 배합하여 쓴다.

우리나라에도 경북 문경시 산북면 내화리에 가면 산초나무를 재배하여 산초고추장아찌를 만드는 곳이 있다.
독 안에 고추와 산초를 겹겹이 교대로 쌓아놓고 토종간장을 넣고 고추의 끝부분을 가시로 찔러 간장이 잘 스며들게 하여 저장하는 중간에 간장만을 다시 빼내 끓여넣고 50일이 지난 후에는 고추장아찌를 맛갈나게 먹을 수가 있다.

이와 같이 산초와 천초는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약과 음식으로 먹을 수 있는 훌륭한 약용식물이다.
필자는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다시한번 문경을 찾을 생각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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