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신주무원록’ 완역한 역사학자 김호 박사
상태바
[이사람] ‘신주무원록’ 완역한 역사학자 김호 박사
  • 승인 2003.08.22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역사와 교류하는 한의학이 되길”


‘신주무원록’을 현대언어로 번역함으로써 조선시대 검안법을 재현해 화제가 되고 있는 역사학자 김호(36·서울대 규장각 책임연구원) 씨.

2000년 서울대 국사학과에서 ‘동의보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해 ‘허준의 동의보감 연구(일지사刊)’를 낸 바 있는 김 씨는 연구를 통해 손씨로 알려진 허준의 어머니가 영광 김씨라는 사실을 밝혀낸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무원록’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94년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돼 있던 검안이라는 조선 인명사건 고문서를 접하고, 민중들의 생생한 삶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규장각에서 조선 왕실자료를 정리하던 김 씨는 “역사는 위대한 인물의 무대이며, 시원치 않은 사람일 경우 문제를 일으켰을때에만 이름이 남죠”라면서 “하지만 사건사고와 얽힌 검안서에서 이름없는 사람들의 진짜 삶 냄새가 났다”고 회상했다.

삶과 유리된 학문으로서 역사가 아니라 이러한 “생생한 역사”를 복원하고 싶다는 역사학자로서의 욕심을 부추겼고, 선행작업으로 조선시대 검안지침서였던 ‘신주무원록’에 매달리게 됐다.

‘벼락치기 공부법’과 영 인연이 없는 듯 꾸준한 학업태도가 몸에 밴 그가 해석에 매달리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조력자의 부재.

“법의학자, 의사, 한의사 등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죠. 특히 법의학자에게 문의하면 ‘당시에도 이런 법이 있었구나’하면서 신기해 하기만 하더군요”라면서 웃었다.

옛 자료를 번역하는 작업은 당시의 한의학이나 현대의 법의학이 관장할 수 없는 역사학의 분야이며, 그래서 타학문과의 연계가 필요한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생생한 “잡종”의 역사를 쓰는 것이 목표라는 그는“신주무원록에 보면 독살, 특히 보통 3~4번씩 재가하는 여염집 아낙네들이 남자들을 많이 죽이는 걸로 나와요”라면서 “이러한 실화를 바탕으로 드라마틱한 ‘여인열전’을 쓰고 싶다고했다.

“문학적 소질이 없어 가능하겠냐”면서 웃지만, 그가 보이는 열정에서 빈말은 아닌 듯 하다.
김 씨는 현재 국책사업으로 진행중인 왕실자료정리를 책임지고 있으며, 특히 의학사에 주력하고 있다.

“조선은 의료를 국책사업으로 관리해 중앙에서 강력히 이끌었기 때문에 수준도 높았을 뿐더러, 민간인을 정책입안자의 일원으로 참여시키는 등 열린 시스템으로 운영했죠”라면서 “과거가 보여주듯 현재의 한의학도 역사에 남으려면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한의학계 내부도 시대와 교류해야 하는 자세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일침을 남겼다.

오진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