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ISO/TC249 교토 총회 성과와 전망
상태바
제5차 ISO/TC249 교토 총회 성과와 전망
  • 승인 2014.06.27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정희

최정희

mjmedi@http://


▶특별기고: ‘한의학과 국제표준’ <3>… 한국한의학연구원 최정희 선임연구원

한국, 표준화 전략 및 추진 체계 마련 시급
중국, 국가주도로 국제표준화 총력 추진

전통의학 국제표준화 기술위원회인 ISO/TC249 제5차 총회가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 12개국 205여명의 전통의학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일본 교토에서 지난달 26∼29일 4일간 개최되었다. <사진>

ISO는 IEC(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ssion, 국제전기기술위원회), ITU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국제전기통신연합)와 더불어 세계 3대 국제표준화기구로 다양한 분야의 국제표준안을 개발하고 있다. ISO에서는 실제로 국제표준을 개발하는 기술위원회(Technical Committee, TC) 및 분과위원회(Sub-Committee, SC) 3483개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는 10만명에 이른다.

전통의학 국제표준을 개발하는 ISO/ TC249는 2009년에 설립되어 올해 5번째로 일본 교토에서 총회를 개최하였다.

ISO/ TC249의 의장은 호주의 Dr. David Graham, 간사는 중국의 Dr. Shen Yuan Dong이 맡고 있다. 또한 표준안을 직접 개발하는 한약재 및 한약재 전통공정(WG1), 한약제품(WG2), 침(WG3), 침을 제외한 의료기기(WG4), 용어 및 정보(WG5)를 다루는 5개의 작업반이 있으며, 의료정보(Health Informatics)를 다루는 ISO 내의 다른 기술위원회인 ISO/TC215와 공동으로 작업하는 JWG1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제표준안은 여러 단계를 통하여 회원국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개발된다. 총 개발 기간은 통상적으로 3년이 소요된다. 총회에서 제안된 안건들은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국제표준안 개발에 합의할 경우 신규국제표준안(New Proposal, NP)으로 회원국에 투표로 상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게 된다. 투표 결과 회원국의 과반수 이상 찬성, 최소한 5개국 이상의 전문가가 참여하여야만 국제표준으로 개발할 수 있으며 과반수의 찬성을 받았지만 5개국 전문가 참여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서 중도에 누락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교토총회 한국의 성과
우리나라에서는 이번 교토총회에서 한약재 라벨링, 한약재 단미제품 분석방법, 침시술안전관리, 도침, 전침용침 시험방법, 설진기 등 총 6건의 신규국제표준안을 제안하였다. 이 중에서 침시술 안전관리, 전침용침 시험방법, 설진기 등 총 3건의 프로젝트가 NP 투표로 진행되도록 결의되었다.

침시술 안전관리는 총회 회의결과 침시술 위생지침으로 제목을 변경하여 진행될 예정이며, 우리나라에서 KS 표준(KS P 2000, 한의약 - 침시술 안전관리)으로 이미 발간되어 있는 표준을 바탕으로 작성될 예정이다. 내용은 주로 침시술 시에 발생할 수 있는 감염 등 위생 관리에 대한 내용을 규정한다. 이는 대한침구의학회에서 2013년 8월에 개최한 침구시술표준화포럼에서 ISO/TC249에 제안하도록 합의된 내용을 근거로 제안되었다. 침시술 시 환자에게 보다 안전한 시술이 수행될 수 있도록 위생관련 지침을 마련하여 우리나라의 우수한 한의학을 널리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침용침 시험방법은 ISO/TC249/WG3에서 논의된 내용으로, 작년에 제안하였던 전침용침에 대한 NP 내용을 보강하여 재제안한 내용이다. 전침기에 사용되는 침에 대한 부식 시험방법 등에 대한 내용을 규정한다. 전침용침 시험방법 표준안은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일본의 협조로 공동 개발 진행될 예정이다. 위의 2건의 신규국제표준안은 침술에 대한 신뢰도 향상 및 침의 세계시장 진출의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2년 3차 대전총회에서 제안하여 ISO/TC249 회원국 투표를 실시하였으나 최소 5개국의 참여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보류 중이었던 설진기 국제표준안 개발을 이번 교토총회에서 재제출하였다. 이는 한의학의 진단방법 중 혀의 관찰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는 설진기를 국제표준으로 제안한 건으로, 우리나라의 우수한 한의학과 공학이 결합한 새로운 한방의료기기의 개발을 통하여 향후 중국 시장 등 세계시장에 널리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우리나라는 2013년도 남아공 제4차 총회에서 제안하여 운영중인 ‘한약조제 안전관리지침’ TF의 활동보고를 통하여 한의원 등 한방의료기관에서 한약 제조시 필요한 안전 및 위생관리에 대한 표준을 개발하는 신규 작업반(Working Group, WG)을 설립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는 추후 ISO 중앙사무국 등과 협의하여 진행될 예정이다.

교토총회 중국의 동향
중국은 TC249 기술위원회에서 교육 및 서비스 표준안을 개발하기 위하여 부단하게 노력해왔다. 금번 교토총회에서 우리나라의 노력으로 TC249의 업무 범위를 전통의학의 의료기기와 한약의 안전한 사용에 대한 국제표준안 개발에만 주력하고 교육 및 서비스 표준은 배제하기로 결의하였다. 이는 중의학의 세계화라는 전략적 기치를 통하여 중국이 교육과 서비스를 장악함으로써 전통의학시장을 지배하려는 의도를 일정 정도 제한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매해 다수의 국제표준안을 전략적으로 제안하고 통과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번 교토총회에도 83명이라는 대규모의 대표단과 14건의 국제표준안을 제안하고 10건의 국제표준안을 NP 투표에 상정함으로써 중의학의 국제표준화를 통한 세계화를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국제표준화동향과 전략
중국은 ISO에서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에 이어 6번째 상임이사국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2015년 1월부터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ISO 회장으로 중국의 철강기업 Ansteel 그룹의 CEO인 Zhang Xiaogang이 3년의 임기로 취임할 예정이다. 이와 같이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중국의 입지는 나날이 굳건해져가고 있다. 중국은 국가가 주도하여 국제표준화활동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ISO/TC249 역시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전략에 따라 국제표준화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ISO/TC249에서 한국의 국제표준화활동은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먼저 제안하여 진행하는 선제적인 방식과 더불어 다수의 아이템을 제안하여 국제표준화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한의학 표준화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올해 보건복지부에서는 한의약 세계화 추진사업으로 ‘국제 표준 대응체계 강화’라는 세부과제를 통해 중장기 표준화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제표준화전략에 따라 수행할 수 있는 추진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전략에 따른 구체적인 액션 플랜 수행을 위해서는 한의계를 둘러싼 산업계, 학계, 연구계, 정부에서 표준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참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그에 앞서 한의계의 관심과 적극적인 활동이 있어야 국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ISO/TC249에서 중국에 정면 대결하여 이기기는 매우 힘들다. 힘들지만 지금까지 참여해온 많은 한의계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중국에 이어 2번째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중국과의 경쟁구도에서 외형적인 숫자 싸움에서는 이기기가 어렵겠지만 내실적으로 한국에 이익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하여야 한다. 무관심과 무대응으로는 아무런 성과도 낼 수 없으며 적극적인 활동만이 한의계의 표준화, 세계화를 이룰 수 있는 첩경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끝>

최정희 /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표준센터 표준화기획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