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발전과 평등한 삶의 방식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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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발전과 평등한 삶의 방식을 말하다
  • 승인 2014.06.1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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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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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오래된 미래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두 달여가 되어갑니다. 아직까지도 수습되지 않은 시신이 적지 않은데, 싸늘한 주검이나마 하루빨리 따뜻한 가족 품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아무튼 이번 참사로 인해 기성세대들의 책무는 한층 뚜렷해진 느낌입니다.

우선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일지라도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는지 낱낱이 밝혀내는 것이고, 앞으로는 이런 비극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겠지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著양희승 譯
중앙북스 刊

그러나 보다 근원적으로는, 우리나라의 현 자본주의(사람의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체제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그에 따른 해결책 모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이번에는 출간된 지 20년 가까이 되는, 그래서 전혀 새롭지 않은 책을 다시금 꺼내 읽었습니다.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s; Learning from Ladakh)」는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호지(Helena Norberg-Hodge)의 작품입니다. 그녀의 책은 무려 32개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는데, 그 까닭은 문화적 획일화와 불평등의 심화만을 초래하기 십상인 ‘서구식 산업개발’의 민낯을 만천하에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아니, 더 큰 이유는 전 세계적 산업화의 폐해를 해결하고, 환경적 위기이자 생태·문화적 다양성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일견 낙후된 듯 보이는 라다크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제시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아도 아무도 가난하다고 느끼지 않고, 가족적·공동체적 삶속에서 정서적·심리적 안정을 만끽하며, 상대적 약자인 아이들·여성·노인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진정 우리들이 꿈꾸는 사회 아니냐면서….

책은 크게 3부로 나뉩니다. 1부 「전통」은 ‘작은 티베트’라 불리는 서부 히말라야 고원에 위치한 라다크의 생활상입니다. 저자가 16년 동안 라다크에 머물며 목도했던 여러 모습들 -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일처다부제·땅을 가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땅의 크기 계산하기·맑은 공기 마시고 규칙적으로 장시간 운동하며 정제되지 않은 완전식품을 먹는 건강한 생활습관·인구의 95%가 중산층 등 - 이지요.

2부 「변화」는 1974년 인도정부가 관광객들에게 라다크를 개방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슬픈 변화상 - 라다크의 한 가족이 일 년 동안 쓰는 금액을 관광객 한 사람이 하루에 쓰는 걸 보면서 자신의 문화와 뿌리를 거부하며 결국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라다크의 젊은이들·모든 생명의 하나됨과 연기법(緣起法)의 믿음에 투철한 라마승과 아무런 윤리적 토대가 없는 가치중립의 객관성에 투철한 기술자와의 충돌에서 빚어지는 혼란상 등 - 입니다.

3부 「라다크로부터 배운다」는 사회적인 관점에서는 민중의 복지를, 환경적인 관점에서는 지속가능성을 최우선으로 삼으려면 라다크의 전통방식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서구식 산업주의적 개발이란 본디 악성개발일 수밖에 없고, 그것은 특권적인 소수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대다수의 사회적 약자와 자연을 구조적으로 착취하는 매커니즘이기 때문이라며…(MB때의 4대강 삽질은 대표적 예이겠지요?).

세계 최빈국이라 알려진 부탄의 국왕은 “한 사회의 복지를 가늠하는 진정한 지표는 국민총생산이 아니라 국민총행복이다”라고 했습니다. 위정자들은 꼭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값 1만2000원)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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