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파(塔婆)에 새겨진 작은 거인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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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파(塔婆)에 새겨진 작은 거인들을 만나다
  • 승인 2014.02.0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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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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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솔도파의 작은 거인들
유남해 사진
주수완 著
다할미디어 刊
대개의 책들은 글쓴이의 주제에 따라 사진이 담겨지는 것이 예사다. 하지만, 이 책은 사진작가에 의해 지어지고 그 사진의 주제에 따라 글쓴이가 해설을 집필하였다. 사진작가 유남해는 40여 년간 전국의 산야를 누비며 우리 문화재들을 카메라에 담아왔고, 글쓴이 주수완은 불교미술사를 전공하여 특히 불교조각사에 대해 연구하였는데, 현장을 답사하여 촬영한 불탑과 승탑의 부조 사진들만을 모아 책을 출간하면서 그에 대한 도상학(圖像學)적 해설을 붙인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사진해설을 간단하게 붙인 그런 것이 아니라, 읽다보면 어느덧 전문학예사와 함께 한 차례 답사여행을 다녀온 듯하게 미술사와 불교문화에 빠져들게 된다. 즉, 쉽게 접할 수 있는 지식이나 대개 그렇고 그런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누구나 궁금해 하고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불탑들에 대해 상세히 알아가는 유용한 시간을 얻게 될 정도의 참으로 고마운 책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의 구성은 크게 ‘싯달타 가시니 불타가 오고’와 ‘고승이 가시니 산문이 열렸네’라는 두 개의 편으로 나누고, 전자는 불탑장엄의 세계를 10가지로 나누어 보여주고 있으며, 후자는 승탑장엄의 세계를 또 10가지로 나누어 보여주고 있으니, 이들 작은 주제를 합하면 모두 20가지가 된다. 즉, 20군데의 불탑과 승탑을 답사형식을 빌어 한국 불교 문화재의 표본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책값이 만만찮아 대중이 찾지 않을 것 같지만,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 정도는 정말 너무나 착한 가격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진 하나하나가 한 번에 몇 번 찍는 것으로 쉽게 얻은 것이 아니라, 낮에도 가고 밤에도 가서 적당한 음영이 맞춰질 때까지 여러 차례 시도한 것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더구나 석탑에 대한 미술사적인 지식 또한 고대 한국 불교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크게 높이고 있어서, 그저 교과서적이 아닌 우리 문화재의 자랑스러움을 절로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한 이렇듯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는 독자의 입장에서 한 가지 아쉬움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이 책이 철저하게 한글만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간간이 사용되는 불교용어도 불자가 아닌 다음에야 알 수 없는 말도 있지만, 전문용어 같은 것은 한자라도 병기해준다면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사전을 찾아가며 읽기가 조금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보이듯이 불교신앙과 토속신앙의 결합은 이 땅에 불교전파의 큰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본래 하나의 금강역사(金剛力士)가 음양적 대조를 이루며 쌍으로 부조된 것이나, 호국불교로서 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이 결합된 것들에서 불교의학이 기존의학과 결합되는 양상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특히, 삼국시대와 고려로 이어지면서 불교의학과 전통의학이 결합하여, 이 땅의 독특한 새로운 의학이 발생하는 과정을 되짚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신라법사방(新羅法師方)」의 흔적도 있지만, 이후 발전된 고려시대의 「구급방(救急方)」이나 조선시대의 민간요법은 물론이고,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나 있지 않은 사암침법(舍岩鍼法)과 같은 것들은, 의학에 있어서도 불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충실한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값 2만8000원>

金洪均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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