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연구진, 인체 동태 분석 첨단의료기기 직접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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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연구진, 인체 동태 분석 첨단의료기기 직접 개발
  • 승인 2013.08.0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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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희 기자

홍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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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한방병원 박영배 교수팀 ‘무브먼트 분석용 의료기기’ 상용화 박차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에 대해 한-양방이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의사 연구진이 인체의 동태(movement) 분석을 위하여 첨단의료기기를 직접 개발하고 있어 화제다.

경희대학교한방병원(원장 류봉하) 진단·생기능의학과 박영배 교수팀은 무선 미세전자기계시스템 관성측정장치(wireless microelectromechanical system inertial measurement unit, 이하 wireless MEMS-IMU)를 이용한 동태분석용 의료기기의 초기 개발단계를 끝내고 특허 출원과 함께 그간 연구의 결과를 대체의학분야의 저명학술지이자 SCI(E) 가운데 저널인용보고 상위 10%에 속하는 Evidence-based Comple 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2013년 특별호에 게재했다.

한의사가 임상적 필요에 의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임상 평가 지표를 개발하여 시스템 설계까지 완성하였다는 점, 그리고 그 연구 결과가 국제학회지에까지 게재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제 2년간의 초기 개발단계를 넘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관성측정장치(IMU)는 원래 인공위성, 비행기 및 자동차의 자세제어, 그리고 정밀 탄도미사일의 궤도를 조절하기 위해 사용된 센서였다. 초기에는 크기가 크고 무거웠으며, 유선이라는 한계가 있었으나 미세전자기계시스템 기술이 발전하여 센서의 크기가 수 세제곱 밀리미터 단위로 줄어들었고, 무거웠던 무게도 수 그램 단위로 줄어들어 현대에는 가정용 게임기나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장착되어있을 정도로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공학적 측면에서는 비교적 널리 사용되는 센서 시스템이었으나, 주로 기계의 제어를 위해 사용되었을 뿐 이를 통해 인체 관절의 움직임을 정량적으로, 그리고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임상적인 지표를 산출하겠다는 시도는 한의계 뿐 아니라 전세계 의학계에서도 드문 것으로 알려져 이 장치의 개발이 앞으로 큰 반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실험을 이끈 박영배 교수는 “항동관은 인간의 건강을 판단하기 위해서 구조[정태(靜態)]뿐 아니라 기능[동태(動態)]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한의학 고유의 사고체계이며, 이것은 한의학뿐 아니라 서양의학에서도 중요한 이슈”라며 이번 동태분석기 개발 연구가 한의사의 임상적 필요와 고민에 의해 시작된 프로젝트인 것을 강조했다. “항동관의 측면에서 볼 때, 인체의 무브먼트에는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이 있다”며 “이 둘의 상태를 면밀히 측정하여 임상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분석하는데 쓰일 지표를 산출해 정확한 평가와 진단을 한 이후에, 적정 치료의 목표로 활용하는 것이 바로 한의학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항동관은 한의사라면 누구나 인지하고 있으며 임상에서 활용하고 있으나, 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수치화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근골격계 질환 또는 유관 질환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침구치료, 추나치료가 매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나, 그 효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여 과학적, 통계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앞으로 동태분석기를 이용한 새로운 방법론으로 한의진단과 치료과정을 통한 치료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임상에서 환자들에게 수치화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의계의 묵은 갈증을 해소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영배 교수의 지도로 동태분석기 개발연구를 진행한 김현호 전문수련의는 “기존에 인체의 동작을 분석하는 기기들은 영상방식, 전자기파 방식, 초음파 방식등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으나 이들은 모두 독립된 넓은 공간을 요구하는 덩치가 큰 장비였으며, 장비 자체도 수억원에 이르는 등 매우 고가일 뿐더러, 실시간 측정 및 분석이 불가능하다”며, “반면, 기존의 경사계, 각도기, 줄자 등의 저가형 장비들은 간편하지만 측정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물리적 한계에 의해 3차원 공간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 기록할 수 없고, 가격대와 상관 없이 어떤 장비도 현실적으로 임상가에서 한의치료에 활용되기 어렵다는 게 고민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 전문수련의가 사용한 센서는 작은 지우개 정도의 크기로 혁신적으로 작고 가벼운 장비이며, 수신부는 일반 노트북 컴퓨터의 형태로 개발 될 예정이다. 작고 가벼움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이나 인공위성에 들어가는 센서를 탑재하였기 때문에 경제적, 기능적 우수성은 물론 정확성을 담보로 하는 임상적 측면에서도 놀라운 장점이 있는 기기라는 설명이다. 또한 이 시스템은 초당 10회 이상의 데이터를 검출, 연산할 수 있는 고속 연산 능력에 의해 인체의 움직임 정보를 대량으로 축적할 수 있기 때문에, 빅 데이터 시대의 한의학이 더욱 첨단과학의 모습으로 국민건강에 기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현호 전문수련의는 서울대 전기공학부 학·석사과정을 마치고 경희대 한의대에 다시 입학, 현재는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진단·생기능의학과, 침구과 3년차 수련의로 근무하며,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한편, 이 연구와 관련해 박영배 교수팀은 올해부터 보건복지부의 지원으로 의료기기 전문 개발 업체인 씨알테크놀로지와 함께 동태분석기 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과제가 종료되는 2015년 상반기에는 식약처의 허가를 받고 상용화 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와 시스템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창희 기자 chhong@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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