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19] 鮮于 基(서울 수동한의원장)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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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19] 鮮于 基(서울 수동한의원장) 下
  • 승인 2003.07.1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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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한의사들 공부 너무 안 해”


鮮于 박사는 국내에서보다 세계 유수대학에서 한의학을 알리는 명 강의로 더 유명하다.

이미 70~80년대부터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을 비롯한 미국의 YUIN 大와 일본 등 여러나라를 다니며 內經에 관한 강연을 해오고 있다.

한의학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어떠한 양의사들이라 하더라도 그의 합리적이고 논리 정연한 강의와 임상을 접하면 한의학의 우수성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

한번은 핀란드에서 강의할 때였다. 강의가 끝나갈 무렵 강의를 듣던 양의사들이 이론적인 면으로는 부족했던지 요통, 좌골신경통 등을 앓고 있는 환자를 데려왔다. 임상을 보여달라는 뜻이었다. 꺼릴 이유가 없어 鮮于 박사는 곧바로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증상에 맞는 침을 놓아주었다. 그러자 잠시 후 침을 놓기 전까지만 해도 거동이 불편했던 이들이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어나는 것을 보자 양의사들은 이내 의심을 털고 그만 경탄하고 말았다고 한다.

“해외 강의를 다니다 보면 수업 듣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산부인과, 소아과 등 양의사들이 많은데 반응들이 좋아 약속한 강의시간보다 항상 두배로 강의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일들이 강의 때마다 의욕이 넘치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국내에서 해외무대로 활동범위를 넓힌다는 게 보람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해외 강연을 다니던 지난 84년에는 세계최초로 341페이지 분량의 ‘The Canon of Acupuncture’<사진>라는 제목의 黃帝內經 靈樞를 영역해 한의계에 한 획을 긋기도 했다.

黃帝內經 靈樞 영역본이 발간되자 영국,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주문이 잇따랐고, 그가 강의했던 나라에는 책을 기증하기도 했다.

그는 “외국강의를 다니는데 영어로 번역된 책이 없어 그 곳 수강생들이 불편해하기도 하고, 강의하는 입장에서 아쉽기도 해 번역하게 됐다”며 한의학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지난 90년에는 명조시대 중국학자들이 쓴 ‘漢醫學方劑論’을 267페이지 분량의 책으로 번역, 1천여 권을 발간해 한의계 후배들에게 공부할 수 있도록 나눠주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 한의사들이 중국에서 개원도 하게 되고, 중국에서도 한국에 와서 개원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는 전혀 꺼려하거나 두려울 것이 못된다고 했다.

“오히려 그들이 국내에 들어와 개원하게 되면 사람들 사이에서 소문이 날 것이고, 예를 들어 ‘간 나쁜 데 한약먹으면 더 나빠진다고 말하는 양의사들이 있으나 중국에서 온 한의사가 ‘간 나쁜 데는 한약을 먹으면 낫는다’는 말을 해서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나면 그것이 국내에서는 하나의 붐으로 작용할 테고, 저절로 홍보효과도 얻게 돼 한의원 운영이 더 잘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그는 혼자서만 개원한다고 해서 그 한의원이 잘된다는 보장이 없으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 온다고 해서 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배로 노력해서 경쟁력을 갖추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얼마든지 한의학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한의계를 보면 해외의료봉사를 마치 대단히 좋은 사업을 한 듯 착각하고 있다”면서 “왜 좋은 의술을 해외에까지 나가 펼치면서 무료봉사 하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한의사로서 자신이 있고,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일시적인 해외의료봉사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의술을 가르치는 편이 훨씬 더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라며 결국 이것이 그들에게 보다 근본적인 도움을 주는 일일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에는 최평락 원장(서울 최평락한의원) 등 4인의 제자들로 구성된 ‘영보한의학연구소’에서 그동안의 鮮于 박사의 黃帝內經 靈樞 강의를 모은 ‘황제내경 영추 강의’라는 제목의 책을 5년 간의 작업 끝에 발간해 그의 고희를 기념하기도 했다.

鮮于 박사는 34년 간 오로지 黃帝內經 靈樞만을 연구해 온 데 대해 “원래 한방의 원전이 內經이기도 하고, 목사들이 성경책을 완벽하게 마스터하지 못하듯 평생을 두고 해도해도 모자른 것이 공부인 것 같다”며 黃帝內經에 대한 硏究를 계속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그의 이런 학구열에 대한 집념을 두고 주변에서는 “오랜 세월동안 해 온 黃帝內經 靈樞에 대한 끈질긴 연구는 어느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대단한 ‘뚝심’”이라 평하기도 한다.

진료하거나 강의하는 시간외에 틈만 나면 책을 본다는 鮮于 박사는 “남들은 평생을 두고 한두 권의 책을 써내지만, 우리는 뜻만 있으면 얼마든지 몇 시간 내에 핵심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 많다”며 그보다 더한 횡재가 어디에 또 있겠느냐고 했다.

현재 국제동양의학회 임원이기도 한 그는 “학회에서 국제간 교류를 위해 벌써 300회가 넘는 초청강연을 해오고는 있으나 요즘 젊은 한의사들은 공부를 너무 안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초청강연자가 돈을 많이 번 사람이라고 하면 그 비법을 알기 위해 많이 몰려들지만 순수학문을 위한 강연이라고 하면 참석률이 매우 저조하다는 것. 그는 물질을 좇는 요즘 젊은 한의사들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그가 현재 소유하고 있는 책은 모두 3천 여권. 하지만 그 책들이 무색해 보일 정도로 아직도 공부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는 鮮于 박사다. 남은 여생동안 젊은 시절 잘 모르면서 넘어가거나 소홀히 읽었던 책들을 다시 더 살펴보면서 요점을 추려내 책을 쓰고 싶단다.

또 한의원건물 3, 4층에 마련된 강의실과 도서실을 새로 손질해 후배들이 원하면 언제든 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충남 공주 태생인 鮮于 박사는 평소 언어교육이 중요하다는 그의 持論에 따라 그의 자녀들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프랑스와 일본에서 보내게 했고, 지금은 중국어 공부를 위해 두 딸이 나란히 중국 중의대에 유학중이다.

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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