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당 정액제’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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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당 정액제’ 무엇이 문제인가
  • 승인 2013.06.2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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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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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필요성에 대해 철저히 검증”

공청회 등 회원들의 의견 파악도 중요

지난 15일 제1회 보험위원 및 시도보험이사 연석회의에서는 특히 ‘2013 수가계약 부속합의 이행관련 대책의 건’에 대해 참석 위원 및 이사들의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결국 추후 동 안건에 대해 이사회에 상정하고 회원들의 의견을 파악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2013년 수가계약 부속합의란 2013년도 대한한의사협회와 공단과의 수가협상 시 “한방 진료비 방문당정액제 등 포괄화 및 예측 가능한 지불제도의 구체적 실행방안을 공동연구하며, 포괄화 방식의 지불제도는 2014년부터 시행을 전제로 하고 예측가능한 지불제도 모형은 지속 연구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부대조건을 말한다.

이에 대해 지난해 11월 11일 임총에서는 “한방의료기관의 진료비 지불제도를 현행유지(행위별수가제)할 것”을 의결함에 따라 공단과의 부속합의 이행은 추진하지 못했다. 이 점을 감안해 2014년도 수가협상에서는 부속합의 미이행에 따른 패널티가 일단 배제됐다. 하지만 차기년도 수가협상시에는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한의협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방문당 정액제의 등장 배경 및 장단점

한의계 일각에서 현재 한방진료행위 보험진료의 상당수(약 70%)가 정형화된 상황이므로, 방문당 정액제를 통해 이를 심사하는 등의 방법을 채택함으로써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그렇게 해서 절감된 일부의 비용은 한의계에 지원하는 방안으로서 제시됐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방문당 정액제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 그리고 실무를 담당하는 심사평가원의 입장에서는 1회 내원 시 진료 내용에 상관없이 동일한 금액을 지불하게 되므로 유리할 수 있다. 진료 내역에 대한 심사 부담은 크게 줄어들고, 공단 또한 환자 내원에 따라 지불될 비용이 손쉽게 계산 가능해지므로 진료비 통제가 용이해질 수 있다. 그러나 환자와 한의사 입장에서는 공통된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

정창운 보험위원에 따르면, “자칫 환자와 한의사에게는 불리한 제도가 될 수 있다”는 견해다. 정 위원은 “환자의 경우 방문당 정액제로 인한 한의사의 진료의욕 저하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며, 더 좋은 치료를 받고 싶더라도 국가가 진료비 지출을 통제하고 있으므로 받을 수 없게 되는 문제를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또 “한의사 역시도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통해 각 진료 내역에 맞는 보상을 받는 행위별 수가제를 벗어나게 되고, 어떤 진료를 하건 동일한 보상을 받게 되므로 의료행위에 대한 질 향상 의욕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또한 진료를 함에 있어 정부의 통제와 억압에 따라 제한된 진료를 하게 되는 문제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원론적으로 방문당 정액제는 의사의 자유진료를 보장하는 자유수가제나 각 의료행위에 따라 그에 적합한 보상을 시행하는 행위별 수가제와는 달리, 의료인의 양심과 자유에 따라 진료하지 못하고 정부의 관리의료, 제한의료로 결국 국가통제 하에 모든 의료행위가 이뤄지게 되는 과정에 존재하는 지불보상체계”라며, “자유 의료, 자유 진료에서 의료통제로의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며, 이러한 수가변화정책에 한의계와 환자 입장에서는 특별히 유리한 내용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개원한의사는 “한의계 내 경쟁이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방문당 정액제의 도입은 최소한 가격보다는 실력으로 한의원을 선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센티브 기대보다는 철저한 사전연구 통한 준비 필요
한방 DRG 실시한 대만은 ‘의료의 질 하락’ 경험

■ 인센티브에 대한 근거 및 추후 한의협의 입장

한의협 보험팀에 따르면 현재 인센티브에 대한 필요공식적인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가를 2배 이상 늘려준다는 식의 정보에 기인해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은 현재 한방의료기관의 총 진료액이 3조~4조원대로 추정하고, 정부 측의 방문당 정액제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면 이것이 6조원대로 증가할 수 있으므로, 이 경우 한의계의 여러 현안이나, 숙원에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전은영 보험이사는 “우선은 상식적 선에서 과연 수가를 2배 증가시켜준 전례가 있는지, 건강보험재정이 2조~3조를 한의계에 증액시켜줄 여력이 있는 것인지, 타 직역단체와의 형평성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현실성이 있는지 재고가 돼야 할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한의계가 앞장서서 인센티브를 받으면 이를 기반으로 치의학계나 양방의학계를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파격적인 보상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재정규모에서 한의계의 4~5배에 달하는 양방의원급에서 동일한 조건을 요구할 경우 어떻게 될지는 충분히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창운 보험위원 또한 “게다가 과연 보험공단의 업무범위에 비춰볼 때 한의계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집단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은영 이사는 “공청회를 열기로 했고, 이외에도 협회에서는 아직 여러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호혜적 기대에 따른 행위보다는 철저한 사전연구를 통한 준비가 필요하고, 우선은 방문당 정액제 자체가 필요한 것인가부터 철저한 검증을 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 해외(대만)의 사례

한의협 보험팀에 따르면 대만의 경우 의료계 전체에 포괄수가제가 적용돼 있어, 한약 투여 등 한방 약제비에 대해서는 방문당 정액제식의 개념을 통해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 정 보험위원은 “원칙적으로 이러한 보상체계는 정부에 의해 진료통제와 의료제한으로 작용될 소지가 크므로, 주의를 기울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대만에서는 포괄수가제로 인해 의료인과 병원행정업무자간의 갈등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행정적 규제의 강화로 의학적 필요로 인한 의료행위도 제한되는 문제) 전문직의 자율성이 제한되며, 비합리적인 DRG 분류 및 수가체계, 복합상병에서의 수가 문제 등이 다양하게 얽혀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번의 침 시술로 복합적인 질환의 치료가 가능하지만, 이를 여러 번에 나눠서 치료하게 되거나, 불필요한 처치와 검사를 시행해 수입을 보전하게 되는 행태가 자리잡게 되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중증환자를 기피하게 되는 등 결과적으로 의료의 질이 하락하게 됐다고 대만의 의료인들이 말하고 있다”며, “대만의 포괄수가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특히 일차의료에 치중돼 있고, 새로운 기술 혁신에 대해 정부차원의 억압을 받고 있는 우리 한의계로서는 이러한 체계변화에 대한 기술적 대응책이 부재하므로 타 의료인들에 비해 큰 악재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신은주 기자 44julie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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