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정보] 다시 생각하는 본초① - 唐杜충과 元杜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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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정보] 다시 생각하는 본초① - 唐杜충과 元杜충
  • 승인 2003.07.0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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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수피 형태만 다를 뿐 효능엔 별 차이 없어


강병수(동국대 한의대 교수)


좋은 처방이 되려면 좋은 약이 우선돼야 한다. 한약재는 채취 시기와 성장 기간이 적정해야 하는 동시에 약성에 맞게 수치·법제를 해야 좋은 약이 된다. 강병수 교수는 오랜동안 연구를 통해 터득한 본초지식을 일선 개원한의사들과 공유하고자 개념상 혼란이 많은 6가지 약재를 선정해 기고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두충이란 옛사람의 이름이다. 성은 杜씨요, 이름이 충이란 사람이 처음 요통이 있었을 때 이 약을 먹고 나았다는 사실이 유래가 되어 이 식물을 본초학에서는 두충이란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기원적으로 두충은 일속일종이지만 지역에 따라 품질의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사천, 낙양, 판하 등에서 산출되는 것은 재질이 堅重하고 외피가 단단하게 붙어있고 내피는 검은 빛을 띠고 중간층의 껍질이 두터워서 품질이 우수하다고 한다.

그러나 貴州, 施南, 溫熊, 寶慶 등지에서 산출되는 것은 껍질이 거칠고 가볍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진다고 한다.

두충은 腎이 虛冷하여 발생하는 腰膝關節병에 많이 쓰는 중요한 약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20여년 전까지 중국 등지에서 고가로 수입하였으나 그 이후부터 종묘상이나 한약재배업자들이 두충종자와 묘종을 팔아 이익을 얻기 위해 농민들을 부추겨 지금은 농촌 어느 지역을 가도 두충나무가 밀집하여 자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이루기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초기에 3개 루트를 통해서 전국 각지에 두충종자가 보급되어 나갔다고 이해된다.

첫째, 1930년 일본이 중국(湖北省 宣昌)에서 두충나무를 가져와 서울 청량리 시험장(현 홍릉 임업시험장)에 암나무 한 그루와 숫나무 두 그루를 심어 그 종자를 받아 전국에 보급하게 되었고 아직도 잘 자라고 있다.

둘째, 60년대 故 林世興 교장이 만주에서 한의업을 하다가 월남하여 경기도 여주에서 농업학원이었던 것을 대신 농업 고등학교로 승격시켜 운영하면서 중국에서 반입한 두충나무와 감초를 재배하기 시작하였고 그 종자를 받아 그 당시 1개당 500원씩 전매하여 학교운영에 보태썼다고 한다. 현재는 그 아드님인 임희창 씨가 교장이 되어 인문고로 전환하여 운영하고 있다.

2002년 8월 어느날 그곳을 방문하여 그의 부친이 심은 두충나무와 약초원을 돌아보고 지난 이야기를 듣고자 하였으나, 출타 중이어서 전화번호만 확인하고 훗날 전화로 그간의 부친에 사연과 내용을 문의한 결과 자기는 외지에서 공부하였던 관계로 그 아버님의 행적을 잘 모른다고 하였다. 약초원이 없어진 것을 보고 이 지역은 특히 농촌이므로 앞으로 약초원에 대한 교육이 절대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하였더니 앞으로 부모님의 유지를 받들어 다시 약초원을 만들어 보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

셋째, 1960년대 마포형무소 의무과장이었던 백두현 과장이 만주에서 의원을 개원하고 있을 때 그곳에서 병치료를 받았던 정기준이란 소년이 훗날 통역관이 되어 그의 상사였던 군의관이 미국 생약학자로 중국 사천성 두충(杜충 : 四川城 重慶 야생) 종자를 갖고 있었던 것을 분양받아 백두현 과장에게 주었고, 백 과장은 이를 마포 형무소 안에 재배하던 중 그와 친분이 있는 김홍덕 씨에게 귀중한 식물이라고 하면서 준 것을 수원에 가져가 1992년 부국농원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두충을 대량으로 재배하게 되었다.

시중에서 흔히 임업시험장에서 분양받아 재배한 두충을 元杜충이라고 하고 부국농원에서 재배된 것을 唐杜충이라 하여 그 품질의 차이를 두는 한약업자도 있었다. 실제 두충의 잎이나 수피는 약간의 형태적 차이가 있을 뿐 효능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된다.

한방에서 두충이란 약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나무의 연수가 약 15~20년 정도 성장해야 수피가 어느 정도 두꺼워 수분과 영양흡수를 잘 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지며, 6월~7월 사이에 수피의 수분과 영양대사가 활발한 기간에 채취해야 한다.

이때 겉표면을 약간 긁고 속 내피를 채취하여 건조해 쓴다. 만약 겉표피를 제거하지 않으면 맵고 燥하기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거나 목이 칼칼하여 기침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건조한 속내피를 약으로 쓸 때에는 양젖이나 벌꿀을 발라 炙하여 쓰거나 또는 생강즙에 침습시켜 炙하여 쓴다. 특히 두충의 짜른 면에 나타나는 섬유성 흰 실이 타서 없어질 정도로 炙해 써야 효과가 있다.

그 이유는 수피에 함유되어 있는 주성분인 Gutta-Percha(杜충膠)는 딱딱한 식물의 고무성분의 물질이기 때문에 에틸알코올에는 용해되지만 물에는 용해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炙해야만 유효성분이 추출되어 효과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두충은 맛이 辛甘하고 氣가 溫한 약으로 腎이 허냉하여 발생하는 허리와 무릎관절이 시리고 아픈 증상이 있는 경우에 쓴다. 특히, 여성의 陰下濕痒이나 小便餘瀝에 쓰고 남녀의 구분없이 근골을 튼튼하게 하고 정기를 돕는 약이다. 이 약은 신이나 근골을 튼튼하게 하는 보약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는 약이다.

그러므로 서울 K대 농학과에서는 20여년 전 건강식품으로 만들기 위해서 여러가지 동물 실험을 하였으나 맛의 특성이나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약이 아니어서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특히, 80년대 후반에 일본에서는 건강음료로 자판에 판매하기 위해서 어느 일본교포가 우리나라 경동시장에서 두충잎을 대량 수입하여 간 적이 있다.

그들은 이 잎을 가져다가 음료캔을 만들어 팔았으나 수입해 갈 때마다 맛이 달라지는 것을 발견하고 저자에게 그 이유를 묻길래, 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 수분과 영양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맛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해준 적이 있다.

한방문헌에는 어린잎을 채취하여 脚氣나 腸痔下血에 단방으로 끓여 식이요법으로 사용한다고 쓰여 있다.

필자는 2000년도에 성도와 서안 약재시장을 돌아보면서 사천에 특급 두충 수피를 판매하는 것을 보고 사진을 찍으면서 동료들에게 두충에 관한 여러 가지를 얘기한 적이 있다.

두충은 맛에 특성이 없고 또한 약효가 느리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약으로 쓰기 위해서는 다른 補陰藥과 배합해서 쓴다.

품질도 겉껍질을 거피한 15 ~20년 사이에 채취한 코르크층이 비교적 적고 6월에 물기가 잘 오를 때 채취하여 건조한 품질을 선택하여 막걸리나 벌꿀에 적셔 수피를 잘라도 흰 섬유질이 잘 나타나지 않을 때까지 불에 구워 補陰하는 숙지황, 당귀, 우슬, 속단, 육종용 등과 같은 약을 배합하여 쓸 때 肝腎질환에 효과가 잘 나타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런데 국내 시장에는 10년 미만의 두충 수피가 너무나 많이 거래될 뿐 아니라 수피의 겉표면을 제거하지도 않고 그대로 약으로 쓰는 의료업자들이 많이 있다. 앞으로 이러한 한약시장의 문제는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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