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評注讀醫隨筆’의 연재에 앞서…
상태바
‘評注讀醫隨筆’의 연재에 앞서…
  • 승인 2013.05.09 1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상용

백상용

mjmedi@http://


▶특별기고: 백상용 원장, 1백년 전 <주학해의 ‘독의수필’> 다시 읽다

나는 한의사다!
아니! 우리는 한의사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한의사’란 명칭은 애증의 대상이다.

자부심으로 한의과대학에 입학해서, 시대의 아픔과 학습할 때의 혼란을 넘어 간신히 한의사가 되고 나면, 비주류 의료인으로서 약간씩 쓰라린 상처를 끌어안고 의업(醫業)에 종사한다. 80년대에 학교를 다녔고 90년대에 면허를 땄던 내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90년대를 넘어 새천년에 한의계에 들어 온 이들이라면 나와 생각이 다를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렇다.

상처를 씻어내고 현실을 바꾸기 위해 어떤 이는 완고한 전통보수주의자처럼 과거로 회귀하려 하고, 어떤 이는 주류 의학에 휩쓸려 들어가려 하고, 어떤 이는 현실에 알맞은 타개책을 찾기 위해 개척자처럼 미지의 영역으로 달려든다. 그리고 대부분은 앞 사람들이 하는 모양새를 보면서 자기가 안주할 길을 찾으려 애쓴다. 한마디로 한의사나 한의계 사람들은 쉴 틈이 없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나름 업무에서 자기의 보람을 찾기 시작한 이들은, 어떻게 보면 맹목적일 정도로 한의학과 사랑에 빠져드는 듯하다. 주위의 친구나 동료들을 보면, 열악한 환경과 쓰라린 상처에도 불구하고 자기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동시에 각자 자기 나름대로 한의학을 사랑하고 양육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천하려 애쓴다. 타학문의 종사자에게는 볼 수 없는 유별난 자기 사랑이라고 할까?

2012년, 비주류 의학으로서 수많은 고난을 온몸으로 헤쳐 온 우리들에게 ‘천연물신약’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한의계를 휩쓸었다. 그리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한의인들은 여전히 한의학을 향한 열정 속에서 올바른 길을 찾아내고 튼튼하게 키워갈 것이다.

꽃피는 4월, 필자는 민족의학신문 편집진으로부터 하나의 질문을 받았다. ‘原典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지금 한의학의 현실과 임상계에 대해 할 말은 없느냐?’ 이 물음은 원전을 읽고 그 안에서 현실의 해법을 찾으려는 모든 분들께 던진 질문이겠지만, 앞에서 당장 무엇인가 대답을 해야 하는 나에게는 단지 풀기 어려운 숙제일 뿐이다. 한의계와 밀접하게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지만, 한의사가 아닌 분으로부터 이 질문을 받았다. 나는 어떤 식으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솔직히 현실에서 매일 일어나는 문제와 사건들에 치어살고 있는 내 입장에서 이처럼 난감한 상황은 없으리라.

마침 나에게는 10여년에 걸쳐 번역과 주석을 붙여서 탈고를 해둔 원고가 있었다. 중국 청대 말에 周學海가 저술한 「독의수필」의 飜譯評注書이다. 주학해는 19세기 말 중국에 서양문물이 들어와 중국의 모든 학문이 심대한 타격을 입을 때, 의사로서 한의학을 지키기 위해 고뇌하셨던 분이다. 서양의학의 우수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의학의 장점을 보존하고 현실의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임상기술 뿐만 아니라 학문 자체에 대해 ‘溫故知新’을 열정적으로 추구했던 분이다.

이런 연구결과를 여러 저서로 남겼는데, 그 중 「독의수필」은 난제 중의 난제들을 수필이라는 형식을 빌어 자유롭게 기술함으로써 후배독자들이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다. 그러나 안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들은 결코 수필로 치부할 수 없는, 시대를 넘나드는 통찰력과 한의학을 사랑하는 자상함이 녹아든 寶典이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현실의 나에게 주어진 나침반과 같은 貴物이다.

10여년 이전에 이미 이 책에 대한 우리말 번역서가 출간된 적이 있었다. 당시 학생들의 손으로 번역된 것이었는데, 책의 가치에 비해 완비되지 못한 번역서는 나에게 큰 안타까움을 주었으며, 그 느낌이 이 책을 번역하도록 이끌어주었다. 번역을 하면서 100년 전의 인물과 현실의 나 사이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경험과 견해의 차이는 단순한 번역을 넘어 비평글을 요구하였다. 故 朴贊國 교수님의 인도 하에 한의학에 입문하였고, 그 분이 새롭게 발굴해 놓은 三陰三陽論[身形構造學]을 습득한 나에게 학해의 논점들은 여러 가지로 미비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 학해의 시대적 상황과 나의 시대적 상황이 달라 같은 입장을 취할 수 없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번역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원문의 번역문에서는 되도록 저자의 의도를 반영하는 데 힘쓰고 각주를 붙여 근거를 제시하였으며, 다시 평주를 붙여 학해의 견해를 비평, 보완하거나 새로운 논점을 제시하였다. 아울러 사용하는 용어들을 엄밀하게 규정하고, 애매한 경우에는 다시 기술적 정의를 내려 혼란이 없도록 하였다. 그러므로 이 책은 한의학 기초 용어의 정의와 규정을 통해 한의학의 이론을 정립하려는 의도가 들어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임상의의 입장에서 한의사의 생명줄인 辨證論治가 어떻게 구현되어지는 지에 대한 안내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편집진에게 이러한 상황을 말하고 이 원고로 대신할 수 없느냐고 부탁을 드렸다. 대신 책자의 형식이 아닌 신문사의 게재용도에 맞도록 한자원문의 삭제와 번역원문 및 각주의 일부 생략, 편차의 조정 등 약간의 편집과 각색을 가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하였다. 신문사의 의도대로 편집을 하고 기고에 적합하지 않은 내용들을 대략 추려냈을 때 적지 않은 분량이 나올 것으로 본다. 이 중 얼마나 연재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지만, 독자 제현들의 많은 관심과 질정을 바란다.
2013년 5월 좁은 진료실에서

백상용 / 매난국죽한의원 원장

독의수필?
청나라 말기 주학해(周學海·1856~1906)가 1891년에 편찬한 6권짜리 의서. 주학해는 안후이성 출신으로 「내경(內經)」을 비롯한 많은 고의서를 교감(校勘)하고 평주(評注)하였다. ‘독의수필’ ‘맥학사종(脈學四種)’ 등 저술을 통해 한의학의 기초이론의 발전에 공헌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