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61] 丹谷經驗方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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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61] 丹谷經驗方抄
  • 승인 2003.06.1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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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약 지식과 單方經驗


현재 진행중인 지적재산권에 대한 정부간 협의에서 전통의약분야의 지식을 선행기술로 인정하고 이를 보호, 활용하기 위한 방편으로 전통의약지식의 문헌화를 위한 DB구축과 전자도서관 구축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사안에 따라 민첩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여기 소개하는 『단곡경험방』도 역시 이러한 전통의약지식을 담고 있는 대표적인 경험방서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저자와 저술시기가 불분명하고 印本이 없으며, 필사본만 전해지고 있다.

다만 『朝鮮醫書誌』에는 저자가 李鎭泰로 밝혀져 있는데, 이것은 杏林書院의 사주였던 李泰浩의 말에 따른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진태는 호가 丹谷, 永川 사람으로 숙종~영조 연간의 인물이다. 그가 지은 경험방은 嶠南(영남) 醫家의 비방이 되었다고 그 후손이 전했다.”는 것이다. 이진태의 祖父는 杏巖 李潤樑으로 皇后宮의 병을 다스린 공로로 벼슬이 內醫院判事에 이르렀다고 『永川李氏族譜』에 밝혀져 있으며, 손자인 帽峰 李忠흡도 遠近에 의술로 이름을 떨쳤다고 한다. 또 구한말 후손인 鳳岡 李羲泰도 역시 『婦人經驗方』을 저술하여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다고 적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저자인 三木榮은 이 책을 보지 못했던지 ‘未見’이라고 해놓았으니 말만 전해듣고 적은 셈이다.

다행히도 규장각에 1책의 필사본이 소장되어 있으며, 이것이 시중에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조선의서지』에는 4권의 寫本으로 분명하게 밝혀져 있고 현재 유통본은 상태가 그리 깨끗하지 못한 不完全本이다. 우선 그 체제를 보면 精, 氣, 神으로부터 시작하여 五臟六腑, 小便, 大便을 거쳐 頭, 面, 眼, 耳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동의보감식 분류체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 皮 다음에 잡병편이 이어지지 않고 觀小兒形色, 鎖종法, 經驗 항목으로 끝을 맺고 있다.

원저의 표지서명은 ‘丹經壬午錄’으로 되어 있다고 하는데 아마도 ‘임오년에 초록한 丹谷經驗方文’이라는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內題 역시 ‘丹谷經驗方抄’라고 되어 있으며, 序跋은 남아 있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짤막한 강령이 독자의 눈길을 잡아끈다. “凡製藥之法, 如天地四象, 八卦五音, 一本萬殊, 各宜留神, 全工然後, 亦能活人.”

이 책에는 대략 430여 처방이 수록되어 있으며 單方이 항목별로 따로 정리되어 있다. 각 항목별 기재내용은 『동의보감』원문 중 중요문구를 뽑아 써넣은 것이 많으며 空圈을 두어 내용을 구분해 놓았다.

觀小兒形色은 소아의 觀形察色을 논한 짤막한 글로 五臟과 五色을 배열하여 소아에게 자주 나타나는 驚風, 食傷, 乳積, 吐瀉, 痢疾 등의 豫後를 밝혀 놓았다. 鎖종法은 종核이 처음 발생했을 때 빨리 조치하는 방법으로 이른바 騎竹馬穴灸法을 말한다. 이것은 조선 전기 때부터 사용된 것으로 그 유래가 오래된 것이다. 기타 難胎, 難産, 乳腫, 肉滯, 蛔蟲痛, 漆病 등에 쓰인 희한한 민간요법이 다수 적혀있는데 그 중에는 도저히 따라하기 어려운 괴벽한 방법도 있어 일반인들이 적용하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권말에 붙어 있는 經驗에는 몇 가지 흥미로운 처방이 적혀 있다. 傷寒彌留, 或瘟疫未取汗에 六和湯(秋모, 山査, 忍冬, 生薑, 生栗, 蔥白), 犯房傷寒 후유증에 쓰이는 四物膏(梨汁, 菁汁, 薑汁, 藥酒)는 藥害가 없는 食治法으로 활용해 볼 만하다. 아마도 뒤에 붙어 있는 이러한 경험방들은 원작의 처방이 아니라 抄寫者가 대본을 초록한 후 자기 경험을 덧붙여 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서지목록에 올라있고 원문도 영인되어 보급되었으며 국역본도 이미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내용 연구가 미흡하며 믿을 만한 完本조차 확보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연구원 소장 4책본을 보면 쪽물을 곱게 들여 파랗게 단장한 겉 표지에 단정한 글씨체가 매우 공들여 작성한 사본임을 느끼게 한다. 각 책마다 내용목차를 써 놓았는데 3, 4책에 잡병과 부인, 소아편의 항목이 고스란히 들어 있어 이것이 원본의 내용에 한층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민족의약의 경험이 담긴 이 책에 대해 폭넓은 접근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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