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 원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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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원 데이
  • 승인 2012.12.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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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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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스무 번의 ‘하루’에 관한 이야기

 

감독 : 론 쉐르픽 출연 : 앤 헤서웨이, 짐 스터게스

몇 년 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UCC 제작 수업을 진행하면서 정말 멋진 작품을 만난 적이 있었다. 한 어르신이 매년 자신의 결혼기념일마다 찍은 사진을 순서대로 나열한 작품이었는데 그 안에는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부부의 모습뿐만 아니라 새로이 태어나 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어 가는 자녀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실제 작품은 몇 분 되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은 30년의 세월이었다.

아마 그 어르신에게 인생의 가장 중요한 날은 바로 결혼기념일이셨을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에겐 자신의 생일을 제외하고도 1년 365일 중에 특별한 날들이 하루쯤은 있을 것이다. 바로 영화 ‘원 데이’는 이처럼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하루’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1988년 7월 15일 대학교 졸업식 날,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된 엠마(앤 해서웨이)와 덱스터(짐 스터게스). 뚜렷한 주관이 있는 엠마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는 포부와 ‘작가’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지만, 부유하고 인기 많은 덱스터는 여자와 세상을 즐기고 성공을 꿈꾸며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 그들은 마음으로는 서로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원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그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매년 7월 15일에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게 된다.

‘원 데이’는 7월 15일에 만난 두 남녀의 20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2006년 7월 15일로 시작한다. 그리고는 거꾸로 날짜가 변하면서 두 사람이 만났던 1988년 7월 15일로 가게 된다. 갓 대학을 졸업한 풋풋한 엠마와 덱스터의 하룻밤 이야기가 나오고 곧 화면엔 1989년 7월 15일이라는 자막이 나오면서 1년 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처럼 영화는 1988년부터 2009년까지 매해 7월 15일에 두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2010년 출간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원 데이’는 이처럼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채 친구로만 남을 수밖에 없었던 남녀의 애잔한 사랑 이야기를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전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이 ‘빠름~빠름’을 외치고 있는 시대에 두 사람의 모습이 답답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흔히 봐왔던 영화와 같은 구조가 아니고 등장인물도 매우 제한되어 있는 탓에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류의 영화를 많이 봐 온 관객들이라면 예측할 수 있는 결말 등이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원 데이’는 영화가 끝난 후 뭔가 옛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어찌 보면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일 수도 있고, 진정으로 좋아했지만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했던 짝사랑에 대한 추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여하튼 20년 동안 변하는 앤 해서웨이와 짐 스터게스의 스타일을 보는 재미가 있는 ‘원 데이’는 여성감독의 작품답게 사랑에 대한 감정을 유럽의 멋진 풍광과 함께 매우 담담하게 그리고 있으며, 귀에 쏙 들어오는 OST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리고 멋진 포스터만으로도 때 이른 한파에 추위를 느끼는 관객들에게 아련한 사랑의 감정을 전해 줄 만한 영화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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